시민단체, 전국 돌며 ‘국내 공자학원 추방’ 촉구…이번엔 광주

이윤정
2023년 05월 4일 오후 7:44 업데이트: 2023년 05월 4일 오후 8:25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공자학원 퇴출 움직임이 거세다. 공자 이름을 내걸고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배우는 기관으로 알려진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 체제 선전기관이자 스파이 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공자학원 추방을 요구하는 전국 순회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이하 공실본)’와 ‘CCP(중국공산당) 아웃!’은 5월 4일 광주 호남대와 세한대(전남 영암), 원광대(전북 익산), 우석대(전북 완주)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공자학원 추방을 촉구했다. 해당 대학은 교내에 공자학원이 설립돼 운영 중인 곳들이다.

광주 호남대 앞 기자회견 | 공실본 제공
세한대(전남 영암) 앞 기자회견 | 공실본 제공
원광대(전북 익산) 앞 기자회견 | 공실본 제공

이들 시민단체는 지난달부터 공자학원이 있는 국내 대학들을 돌며 공자학원 추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 18일 국립 제주대와 제주 한라대를 시작으로 26일 연세대에 이어 5월 3일엔 한양대, 순천향대(충남 아산)에서 동일한 행사를 진행했다. 공실본은 2021년 9월에도 전국을 순회하며 공자학원 추방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한양대 앞 기자회견 | 공실본 제공
순천향대(충남 아산) 앞 기자회견 | 공실본 제공

오는 5월 9일엔 교육부 앞에서도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대, 충북대, 우송대(대전), 세명대(충북 제천)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한민호 공실본 대표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의 면담도 추진 중이라며 “전국 공자학원 설치 대학을 전부 순회하며 공자학원 퇴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공자학원을 “중국 공산당이 공자를 내세워 공산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을 선전하고, 중국에 대한 환상을 유포하며, 주재국의 정보를 수집하고, 중국인 사회를 감시하는 일을 하는 선전·첩보 공작기관”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우리나라엔 총 23개 공자학원이 있다.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인 서울공자아카데미가 강남구 역삼동에 있고, 22개는 대학 내에 있다. △강원대 △계명대 △경희대 △국립제주대 △대진대 △동서대 △동아대 △세명대 △세한대 △순천향대 △안동대 △연세대 △우석대 △우송대 △인천대 △원광대 △제주 한라대 △충남대 △충북대 △한국외대 △한양대 △호남대 등이다.

이 중 5곳은 국립대학이다. 공실본에 따르면 아시아 최다 공자학원 보유국이기도 한 우리나라에서 전국 23개의 공자학원을 거쳐 간 학생들은 1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민호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 대표 | 공실본 제공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공자학원이 확산할 수 있었던 데는 재정적 요인의 영향이 컸다.

한 대표는 공자학원이 국내에서 급속하게 퍼진 이유를 중국 공산당의 자금 지원 때문이라며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 설립비 10억 원, 인건비 등 연간 운영비 2억 원을 부담하고 수용자(대학)는 강의실과 사무 공간만 제공한다”고 전했다. 학교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한 대표는 “공자학원은 중국어 교사도 중국 정부가 선발해 보내고 교재, 교육과정 일체를 중국 측이 결정하며 중공의 상시적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고 했다. 이처럼 공자학원은 사실상 중국 공산당 정부가 운영하는 기관이다.

일단 학교 내에 공자학원이 설립되면 각종 행사를 통해 친교 관계를 넓혀나가면서 친중 인사를 길러내고, 중국어 분야를 기점으로 점차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

광주 중국총영사관 앞 기자회견 | 공실본 제공

시민단체는 이날 광주 중국총영사관 앞에서도 “공자학원 폐쇄”를 외쳤다. 이어 광주 정율성로에 자리한 정율성 동상 앞에서는 동상 철거 및 ‘정율성로’ 개명을 요구했다.

공실본은 “정율성은 중국 공산당과 마오쩌둥에게 충성한 공산주의자였으며 6·25 전쟁 때는 김일성과 북한 공산당을 찬양하면서 대한민국과 동포를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며 “자유민주주의 성지(聖地)임을 자부하는 광주가 그런 자를 우상화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반(反)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정율성로 정율성 동상 앞 기자회견 | 공실본 제공

한편, 며칠 전부터 광주 시내에는 공자학원 추방 및 정율성로 폐지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100여 개 걸려 눈길을 끌었다.

광주 중국총영사관, 정율성로, 전남대 정문·후문, 광주역, 광주시청, 광주 송정역, 차이나센터, 호남대 앞 등 광주 시내 100여 곳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중국공산당원 정율성 우상화, 당장 멈춰라!’ ‘정율성 동상 철거, 정율성로 폐지!’ ‘민주·평화·인권 도시 광주가 왜 6·25 남침·北독재자 찬양 정율성을 기리는가?’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광주 시내 100여 곳에 중국 공산당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윗줄 왼쪽부터 중국총영사관, 정율성로, 전남대 후문, 전남대 정문, 광주역, 광주시청, 광주 송정역, 차이나센터, 호남대 앞 현수막 | 공실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