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中 인민해방군의 대만 위협, 세계 경제에 타격

인도-태평양 디펜스포럼
2022년 12월 31일 오후 7:13 업데이트: 2023년 01월 1일 오전 9:32

대만해협, 글로벌 공급망 핵심 항로의 하나
대만 반도체 생산 멈추면 첨단 산업에 재앙

중국 공산당(CCP) 인민해방군이 12월 중순, 대만해협에서 핵폭격기 18대를 동원한 사상 최대 규모의 무력시위를 벌이며 대만을 압박했다.

인민해방군은 지난 8월 대만 주변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진행한 이후, 한때 대만과 중국 사이의 비공식 경계선으로 여겨졌던 중간선을 수시로 넘나들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PRC·중공)은 이번 공세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무역로 중 한 곳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대만해협은 지난해 적재중량 기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의 약 90%, 세계 전체 컨테이너선의 절반 이상이 통과했다.

길이 약 500㎞, 폭 150~200㎞의 대만해협은 동아시아의 제조 허브에서 생산된 주요 반도체, 원유, 소매품 등 화물을 유럽, 미국 및 해외 시장으로 운송할 때 지나가야 하는 대표적인 항로다.

대만해협을 우회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만 동쪽 해역과 필리핀해 루손해협을 통과하는 이 항로는 거리도 멀 뿐만 아니라 태풍이 발생하는 시즌에는 위험하다. 게다가 필리핀 주변 지역은 전 세계에서 열대성 태풍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중공은 지금까지 대만을 지배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공은 이러한 근거 없는 주권 주장으로 군사활동을 이어가면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외교부는 대만해협이 국제 수역이 아니라며 “중국의 내해, 영해, 인접 지역, 배타적 경제 수역”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중국도 참여하고 있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대만해협에는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공해와 공역이 포함돼 있으며 항행의 자유가 보장된다.

중국은 이러한 현 사태를 변경하려 위협을 가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코로나19를 겪은 후 아직 회복기에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주고 있다.

글로벌 선박운송 중개 및 컨설팅업체인 ‘브래마 시핑 서비스’의 분석가 아눕 싱은 지난 8월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100만 배럴의 원유 및 관련 제품이 대만해협을 통과한다”고 말했다.

대만은 스마트폰, 가전, 차량, 의료장비 등에 필수적인 반도체의 세계적 수요 물량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 장기간 중단되면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대체 공급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투자은행인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수석 경제학자 가레스 레더는 “많은 기업이 생산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전자 분야에서 아시아의 비중과 자동차 산업에서 유럽의 비중으로 인해 취약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가 계속되면 디지털 서비스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다양한 상품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더는 “대만의 긴장은 (글로벌) 공급망에 또 다른 충격이 될 것이며, 장기간의 고강도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공의 대(對)대만 공세에 관해 더 끔찍한 전망을 내놓는 분석가도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중심을 둔 투자회사인 ‘트라이오리엔트 인베스트먼트’의 댄 뉘스테드트 부사장은 FT에 “만약 대만이 일정 기간 폐쇄되는 재앙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첨단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살아남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