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4차 핵실험 당시 중국 내부서 우려 보고서 “말 안 듣는 정권”

이언
2020년 10월 8일 오후 7:32 업데이트: 2020년 10월 9일 오후 4:17

북한이 “첫 수소탄”이라고 주장했던 2016년 4차 핵실험 당시, 핵물질 유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서 나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에포크타임스가 최근 입수한 중국 싱크탱크 보고서는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핵물질 유출시 지역경제와 ‘일대일로’ 사업에 가져올 파장을 분석하고 그 대책을 제안했다. 군사적 긴장 고조에 따른 핵전쟁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6쪽짜리의 이 문건은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작성자가 지린(吉林)성 동북아연구센터 부연구위원 후밍위안(胡明)으로 돼 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1월 6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4차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이날 조선중앙TV를 통해 “첫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은 미국, 한국, 유럽에서 진도 5.0으로 관측했다. 한국 국방부에서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수소탄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폭발 위력으로 봤을 때 실패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4차 핵실험 성공을 주장하는 북한 방송 화면 | 연합뉴스TV

그러나 2013년 2월 핵실험(3차)에 이어 약 3년 만에 이어진 핵실험에 대해 북한과 접경한 지린성 정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지린성 최고책임자인 ‘공산당 지린성 위원회’ 서기(당 서기)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갔으며 확인 서명을 받았다.

문건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 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하나는 방사능 측정이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가까운 접경지역에 검측소를 설치해 방사능 오염이나 오염물질 유입을 감시하도록 했다.

다른 하나는 방사능 관련 사고 발생시 응급대처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센터 건설이다. 센터에서는 지역 사회에 대한 선전을 강화해 주민들이 심리적 충격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돌발사태에 대비한 군사적 준비다. 북한 접경 도시지역에 육군과 공군 병력을 비롯해 화학병과 낙하산부대, 미사일부대를 배치하고 접경지역 항공순찰을 늘려 정보수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응책의 배경에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바라보는 중국의 우려가 깔려 있다. 이전 정권과 달리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지시에 잘 따르지 않거나 우호적이지 않다는 일종의 불신감이다.

2016년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을 담은 중국 지린성 동북아연구소 보고서 | 에포크타임스에 제보

에포크타임스가 이번 문건과 동시에 입수한 또 다른 문건에는 중국의 미심쩍은 시선이 더 잘 드러나 있었다.

같은 연구위원이 2014년 작성한 ‘중조(중국-북한) 국경 관리통제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북한 접경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4가지로 압축했다.

그 하나는 접경지역에 중국군 병력을 늘려야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지난 2011년 북한이 압록강에 중국과 논의 없이 단독으로 건설한 다리를 예로 들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압록강 국경철교 동쪽 2킬로미터 지점에 병력 3만명을 투입해 2개월이라는 단기간에 다리를 세웠는데, “곧 건설될 북중공업단지 통행에 편리하도록”이라는 구실을 댔지만, 실제로는 북한 내 쿠데타 등 돌발상황 발생 시 지도부가 중국으로 쉽게 넘어가게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 이후 북한은 중국 공산당이 보낸 원조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 등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지린성 동북아연구소에서 2014년 작성한 ‘중조(중국-북한) 국경 관리통제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보고서 | 에포크타임스에 제보

중국 전문가 리린이는 “지린성 싱크탱크 보고서는 지방정부 차원의 대응과 검토를 알 수 있게 해주지만, 중국 공산당이나 중앙정부의 입장과는 다르다는 한계점은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나 중앙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북핵 그 자체가 아니라 북한의 불복종이다. 중국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이전과 달리 중국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린성 보고서가 지방정부의 차원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중국 말 안 듣는 북한’에 대한 대책이라는 점에서 중국 중앙정부와 비슷한 고민을 담고 있다”고 리린이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3년 김정은에 의해 처형된 그의 고모부 장성택은 중국 지도부와 가까운 친중파다.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 지도부와 북한 사이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 고위층 상호 방문도 끊겼다”고 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약 두 달 뒤인 2016년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통과시키며 북한의 석탄·철광 등 수출을 금지했다. 결의안은 안보리 15개국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는데 여기에는 중국도 포함됐다.

리린이는 “찬 바람이 불던 북중관계는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에야 풀리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거리가 있다”며 “중국 공산당은 그들이 원치 않을 때 핵실험을 하거나 지시에 따르지 않는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