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건국 원칙 5] “조물주가 모든 것을 창조했다”

제임스 팡(James Fang)
2021년 09월 16일 오후 9:17 업데이트: 2022년 05월 16일 오후 4:06

미국 건국의 다섯번째 원칙은 ‘세상 만물은 신(The God)이 창조하신 것이므로 신 앞에서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이다.

17세기 르네상스 시대 영국의 계몽주의 사상사 존 로크(1632~1704)는 신의 존재에 대해 “이성적 사고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단순한 결론”이라며 유신론을 주장했다.

이성과 합리성을 강조한 로크의 사상은 프랑스의 장자크 루소, 볼테르 그리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작성한 선현 명단에도 키케로, 몽테스키외와 함께 존 로크의 이름이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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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대개 ‘신이 있다면 왜 보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러나 존 로크에게는 “이성적 사고로 이끌어 낼 수 있다”이라며 아주 간단한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이는 증명할 필요가 없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사람은 자신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존재를 알 수 있다.

존 로크는 신의 존재를 아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여겼다. 그는 “자연적으로 세상 만물이 생겨나고 천체가 운행하고 만물이 생장하고 사람의 눈과 귀 같은 것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우리 손에 있는 연필 한 자루도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 우주는 놀라운 만물로 가득 차 있고 또 만물의 배후에는 각종 메커니즘으로 가득 차 있다.

우주 천체가 존재하고 질서 정연하게 운행하는데 어찌 이 우주가 저절로 만들어질 수 있는가? 이성적으로 사고할 때 이것이 가능한가?

9개의 행성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고 질서 정연하게 태양 주위를 돌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 뒤에 객관적인 물리 법칙이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사람의 신체, 심지어 꽃 한 송이, 잎 하나가 저절로 만들어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무신론자는 신의 존재를 이성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사람”

존 로크는 이는 자연법과 같다고 생각했다. 즉 단순한 이성적 사고만으로도 정밀하고 아름답고 불가사의한 세상 만물이 이 세상보다 더 높고 더 지혜로운 생명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무신론자는 신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사람이다.

무신론자는 흔히 유신론자을 가리켜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하지만, 로크에게 있어서는 무신론이야말로 비이성적인 진짜 미신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 경험과 이성적 사고를 통해 연필 한 자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지는 않았더라도, 이 우주에서 연필 한 자루조차도 저절로 만들어질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하물며, 이 조화롭고 신비로운 세상과 우주가 모든 것이 아무 연유 없이 ‘자연적으로’ 생겨났다고 믿는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맹목적인 미신이다.

“신은 인간보다 높은 생명이자 위대한 예술가”

로크는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인간이 이성적이며 사고와 추리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간을 창조한 생명은 인간보다 높은 존재이다. 따라서 당연히 사고와 추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능력이 인간보다 월등할 뿐이다.

인간은 옳고 그름의 기준과 정의와 불의에 대한 기준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다. 인간을 만든 신은 더 높은 존재다. 따라서 당연히 그런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기준이 더 높고 더 정확할 뿐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하면 그를 용서할 수 있다. 우리를 창조한 생명도 분명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을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신은 인간보다 더 위대할 뿐이다.

로크는 “인간에게 유머러스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신도 분명 유머러스할 것이며, 신이 창조한 세상의 아름다움에서 그의 예술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은 분명 위대한 예술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신의 존재는, 사실 세상을 넓게 바라보면 알 수 있다. 이는 당신이 자신의 존재를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명하다.

블랙스톤 “신은 세상을 창조했고 세상이 따라야 할 규칙도 부여했다”

영국의 법학자 윌리엄 블랙스톤(1723~1780)은 옥스퍼드대의 첫 로스쿨 과정을 설립했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미국 헌법이 제정되기 수십 년 전이다. 블랙스톤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블랙스톤은 신이 세상을 만들고 당연히 세상이 따라야 할 규칙도 내렸다고 말했다. 또한 신은 결코 냉담하거나 초연하지 않고 기도에 잘 응답한다고도 주장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주 기도했다. 기도 전 목욕재계하고 단식하는 사람도 많았다. 기도를 통해 신 앞에 서기 전, 몸과 마음을 정화하려 한 것이다.

조지 워싱턴은 취임사에서 “인간사를 경영하는 그 ‘보이지 않는 손’을 인정하고 경배해야 할 의무를 합중국 국민보다 더 많이 진 국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독립전쟁에서 신의 손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67번의 위기를 넘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여겼고 “기도 덕에 67번의 기적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다른 건국의 아버지들도 헌법을 확립하는 과정에서의 많은 난관을 신의 가르침과 가호 속에서 넘길 수 있었다는 기록을 많이 남겼다.

블랙스톤이 신은 기도에 냉담한 존재가 아니고 기도에 응답하며, 세상을 만든 후 우리를 방치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다고 믿었던 것도 그 당시로써는 당연한 일이었다.

‘미국은 신의 힘(神力)으로 세워졌다’는 것이 당시 워싱턴의 생각이었고, 건국의 아버지들의 생각이었다.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는 미국이 법으로 정한 표어다. 이 표어는 법에 따라 미국의 모든 화폐에 표기돼야 한다.

또한 미국인들은 법원에 출석할 때도, 국회 청문회 전에도, 대통령에 취임할 때도 진실을 말하거나 직무에 충실할 것을 하느님께 맹세한다.

이 시리즈의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 시리즈의 기반이 된 책 ‘5000년의 도약(The 5000 Year Leap)’ 쓴 클리온 스카우슨 교수는 “이 말은 형식적인 게 아니라 이 나라가 굳게 믿는 것으로, 미국의 건국 원칙 중 하나”라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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