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건국원칙 18] 미국 헌법, 성문헌법의 효시가 되다

제임스 팡(James Fang)
2022년 03월 4일 오후 1:26 업데이트: 2022년 03월 22일 오전 10:14

미국의 18번째 건국원칙은 국민의 ‘불가침 권리’가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침해받지 않도록 성문헌법에 담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본권을 헌법에 명문화해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밝혔듯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본보기로 삼았던 정치체제는 두 개다. 하나는 고대 유대인들의 정치체제이고, 다른 하나는 앵글로색슨족(고대 영국인)의 정치체제다. 그러나 이들 민족의 법률은 성문법이 아니었다.

앵글로색슨 시대의 법률은 관습법이었고, 사회 형태는 반(半)민속사회이자 반(半)공화사회였다. 국민들은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규칙을 자발적으로 지켰지만, 성문화하지는 않았다. 이 관습법의 취약점은 외세가 침입했을 때 드러났다. 노르만인들이 침략해 새로운 지배 세력이 되면서 성문화된 법률이 없는 지배지의 관습과 질서, 제도를 새로운 법과 규정으로 쉽게 대체했다. 앵글로색슨 시대가 사라지면서 그들 민족은 전통 유산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당시 앵글로색슨 민족에게 성문법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침략자가 정권을 차지하더라고 제도화돼 뿌리 내린 기존 법치의 틀을 혼란과 저항을 감수하면서까지 함부로 바꾸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후 앵글로색슨 민족은 수세기에 걸쳐 투쟁한 끝에 자신들의 규칙을 되찾을 수 있었다.

1688년 영국 귀족들이 ‘명예혁명’을 일으켜 국왕 제임스 2세를 축출하고 이듬해 네덜란드 총독 윌리엄 3세 부부를 영국의 새 왕으로 추대했다. 이때 의회는 새 왕에게 요구해 ‘권리장전(Bill of Rights)’을 제정했다. 이 장전에는 왕권을 견제하고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회 동의 없이 법을 제정·집행하거나 세금을 걷거나 군을 징집할 수 없도록 왕권을 제한하고, 의회에서 자유롭게 선거하고 발언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하는 것 등이다. 이 장전은 영국 의회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졌고, 이후 미국의 제1차 수정헌법 10개 조(條)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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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앵글로색슨족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성문법의 필요성을 일깨웠고, 17세기 영국인들은 그 모법 답안을 주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제정하고 서명한 ‘미합중국 헌법’은 이렇게 탄생했고, 인류 역사상 최초의 성문헌법이 된 것이다.

헌법은 한 국가의 사회제도, 국가제도, 국가기관을 어떻게 조직하고 운영할 것인지를 정하고 국민의 기본권과 의무 등을 규정한다. 또한 국가의 정체(政體·통치 형태), 정부 운영 방식, 법률 제정 방식을 정의한다. 헌법은 한 나라의 최고법으로서 다른 법을 만드는 기초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나라에 큰 법, 큰 틀, 큰 규정이 있어야 그 범위 안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헌법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 건국의 아버지들은 필라델피아 제헌회의에 참석한 55명의 대표들과 함께 헌법을 만들었다. 크레타섬,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 왕국, 아테네 왕국 등 다른 나라의 헌법은 사상가 한 사람 사고의 산물이지만, 미국 헌법은 집단지혜의 결정체이다.

이것이 미국 헌법의 독특한 점이다. 집단지혜로, 인류 역사상 최초로 만든 성문헌법이 미국의 헌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