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웠던 中 Z세대, 항의시위 주력으로 ‘굴기’

강우찬
2022년 12월 2일 오후 1:06 업데이트: 2022년 12월 2일 오후 1:55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무력감 떨치고,
새로운 시대 요구하는 시위 주축으로

중국 정부의 고강도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대한 항의 활동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대학생 등 젊은층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게으른 나날을 보내는 잠꾸러기’ 이미지였던 중국의 10~20대, Z세대다.

지난달 24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 사건 이후 촉발된 항의 활동은 수도 베이징을 비롯, 상하이, 우한, 광저우 등 최소 10여 개 대도시와 90여 개 대학에서 전개됐다.

중국 최고 학부 중 하나이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모교인 베이징 칭화대에서도 지난달 27일 ‘제로 코로나’ 반대를 호소하며 “민주주의와 법치, 자유”를 촉구하는 학생 집회가 열렸다.

이를 목격한 탕핑(躺平·드러눕기)족으로 불리며 최저 생존 기준만 유지한 채 취업이나 결혼, 내집 마련 등을 포기한 세대로 불리던 중국 Z세대는 바닥에서 등을 떼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논설위원 애덤 민터는 “젊은이들이 미래 전망을 그릴 수 있도록 정부가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들은 점점 반항할 것”이라고 지난달 28일 논평에서 지적했다.

Z세대(1995~2009년생)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교육 수준을 가진 세대다.

하지만 그들의 대학생활 대부분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나가고 말았다. 대학을 마치고 사회로 나온 이들이나 곧 사회로 나올 취준생들은 청년실업률 19.9%라는 가혹한 환경에 놓여 있다.

역대 최고의 청년실업률이지만, 이마저도 중국 당국의 공식 통계에 따른 것으로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제 실업률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창 배우고 활동할 나이에 엄격한 감염 조치를 겪으며 몇 주 혹은 몇 달간 기숙사에 갇혀 지내야 하는 고통, 중국 경제의 둔화로 앞으로의 삶이 보이지 않고 노력이 보답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좌절감, 미래에 대한 불안, 쌓인 불만이 신장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를 계기로 폭발했다.

소위 ‘애국주의’ 교육으로 불리는, 실제로는 공산당 충성 교육을 받고 자란 중국 젊은이들은 그동안 공산당의 실책을 경험한 기성세대에 비해 가장 열렬한 지지층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앞선 세대가 문화대혁명, 톈안먼 학살, 파룬궁 탄압을 거치며 맛본 공산당의 폭정을 이번에 코로나 사태를 통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중국 청년들은 공산당 당국의 인터넷 검열을 피해 가상사설망(VPN)과 암호화된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시위와 관한 정보를 주고받고 있으며, 검열에 항의하는 뜻으로 하얀 빈 종이를 치켜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항의시위는 ‘백지혁명’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