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찰스 3세 대관식에 한정 中 부주석 파견에 격앙…홍콩 탄압 전력자

최창근
2023년 04월 28일 오전 9:36 업데이트: 2023년 04월 28일 오전 10:04

오는 5월 6일로 예정된 찰스 3세 영국 국왕 대관식을 두고 중·영 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사절단 대표로 내정된 한정(韓正) 국가 부주석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4월 26일, “한정 부주석이 중국 대표로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이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다.”라고 해설했다.

영국 외무부도 이날 한정 부주석의 참석이 거의 확실하다며 초청장을 받은 각국 정부가 누구를 보낼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5월 대관식을 앞두고 북한, 러시아 등 극소수 국가를 빼고는 거의 모든 나라에 초청장을 보냈다.

한정은 지난해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는 물러났으나 7인의 상무위원에 이은 서열 8위로 국가 부주석으로 임명됐다. 전임자인 왕치산(王岐山)의 선례에 따른 것이다.

외교 업무 등에서 국가주석을 보좌하는 ‘의전용’ 성격이 강한 국가 부주석은 국가주석을 대리하여 각국 정상의 취임식이나 장례식에 특사 자격으로 파견돼 왔다. 한정의 전임자인 왕치산은 지난해 엘리자베스2세 장례식,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등에 참석했다.

한정을 영국 국왕 대관식에 파견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영국 측이 격앙된 이유는 한정 부주석의 전력(前歷) 때문이다. 그는 1997년 7월 홍콩의 주권 반환 전 중·영 양국 정부가 체결한 ‘홍콩 자치권 보호’를 깨트리고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 장본인다.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서열 7위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피선돼 당 핵심부에 진입한 한정은 이듬해 3월, 당시 리커창(李克強) 총리에 이은 국무원 상무(수석) 부총리로 임명됐다. 부총리 취임 후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港澳事務辦公室)을 관장했고 2018년 4월부터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홍콩·마카오 공작협조소조(港澳工作協調小組) 조장도 겸임하여 당·정의 홍콩 업무를 관장했다.

이 시기 그는 홍콩의 범죄 용의자를 중국 본토에서 재판받도록 허용하는 범죄인 인도법, 이른바 ‘송환법’을 제안했다. 송환법은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촉발한 시발점이었다.

송환법이 시발점이 돼 일어난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한정 당시 상무부총리는 무력 진압 등 강경책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한정이 영국 국왕 대관식 사절단 대표로 내정된 것을 두고 영국에서는 ‘의도된 도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수당 당수를 지낸 이언 덩컨 스미스 의원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한정 국가 부주석은 중국과 영국의 협정을 파기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그에게 대관식 참석 역할이 주어지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다.”라고 혹평했다. 팀 라튼 보수당 의원은 “자유를 사랑하는 홍콩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1984년 12월 중·영 정부가 체결한 ‘홍콩 반환 협정’에서는 1997년 7월 1일 홍콩 주권 반환을 명시했다. 더하여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 원칙에 의거하여 2047년까지 50년간 고도 자치를 보장하였다.

다만 시진핑 집권 후 고도 자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이후 중국과 영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