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여야 의원 67명, 中 하이크비전 감시 장비 퇴출 요구

한동훈
2022년 07월 8일 오후 12:57 업데이트: 2022년 07월 8일 오후 12:57

영국 상하원 의원 67명이 당파를 떠나 중국 업체 감시카메라(CCTV)의 영국 내 판매 및 사용 중지를 정부에 요청했다.

문제가 된 중국 업체는 중국 항저우 하이크비전(Hikvision·海康威視)과 저장 다화기술(大華技術) 등 2곳이다.

의원들은 지난 4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두 회사가 영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영국인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유출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첨단 감시기술을 중국 정부에 제공하는 등 중국 내 인권탄압에도 연루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영국에 설치된 CCTV 규모, 성능, 윤리적 문제와 사생활 침해 여부 등에 관해 정부 차원의 조사단 구성이 시급하다고 했다.

영국 개인정보 보호 운동단체인 ‘빅 브라더 워치’에 따르면, 의회에 설치된 감시 장비의 73%, 중고등학교 57%, 공중보건기관 10곳 중 6곳이 중국 하이크비전과 다화기술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대학이나 연구기관, 경찰에서도 두 회사 제품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 조사팀장 제이크 허퍼트는 두 회사의 감시 장비를 이미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국민의 사생활 권리가 침해되고 국가안보도 위협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영국 하원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은 두 회사는 안면인식, 인물 추적 등 고도의 감시 기능을 갖추고 있어 영국인들의 자유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하이크비전 CCTV에 촬영된 영상이 유출돼 사회적 물의로 이어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작년 6월 맷 행콧 영국 보건장관은 집무실에서 여성 보좌관과 포옹하고 입 맞추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이 유출돼 결국 사임했다.

영국 언론들은 이 CCTV가 하이크비전 제품이며, 외국 세력 특히 중국 해커가 해당 영상을 빼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감시 장비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는 이미 미국에서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화웨이, ZTE, 무선기기 업체 하이테라(HYTERA·海能達通信)와 함께 두 회사 제품의 인증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해,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앞서 2019년 미 상무부는 신장위구르자치구 위구르족 탄압에 연루됐다며 두 회사를 블랙리스트인 ‘엔티티 리스트’를 추가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영국도 미국처럼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의원들의 견해다.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난해 말 조사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두 회사의 영국 내 사업을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에 여야를 초월한 의원 67명이 공동으로 성명을 낸 것 역시 영국 정부에 결단을 재차 촉구하기 위해서다.

데이비스 의원은 미국이 두 회사를 퇴출시킨 것을 언급하며 “영국은 외국 동맹국과 보조를 맞춰 영국 정부기관에서 (중국 기업의) 억압적리고 침투적인 기술을 쫓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