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대만은 중국의 일부’ 문구 삭제…양국 촉각

한동훈
2022년 05월 12일 오후 4:04 업데이트: 2022년 05월 12일 오후 4:04

미 국무부 웹사이트에 게재된, 미국-대만 관계를 설명하는 공식 자료 일부가 변경된 것을 두고 중국과 대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 국무부의 설명자료(Fact sheet)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표현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비난했다.

자오 대변인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강조하면서 “대만 문제를 두고 정치적 게임을 벌이며, 대만 해협의 현 상황을 변경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자기 몸에 불을 붙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미 국무부는 웹사이트의 대만 관련 설명자료(Fact sheet)를 갱신하면서 “(미중 수교 당시) 공동선언에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 측 입장을 인정하며 중화인민공화국(중공) 정부를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식했다”는 문장을 삭제했다.

그 대신 “미국은 대만관계법, 미·중 3대 공동선언, 6개 보장에 따르는 오래된 ‘하나의 중국’ 정책을 갖고 있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미국이 대만관계법을 미·중 3대 공동선언과 6개 보장 앞에 놓은 내용을 문서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무부는 또한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뺐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비공식적으로 굳건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변함없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명시했다.

미국 “정책 변화 없어, 정례적 업데이트”

미 국무부는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정책 변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이 “정기적으로 타국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자료를 업데이트 해왔으며, 이번에 대만 쪽 자료를 업데이트하면서 설명 방식을 새롭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뉴스위크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미국이 그동안 설명 자료에 있던 서술로 인해 대중과 세계 각국, 특히 중국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잘못 이해하는 것을 바로잡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미중 공동선언을 통해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 측 입장을 ‘인정’했을 뿐이지, 미국도 같은 입장에 있다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무부가 설명 자료를 갱신한 5일, 미 국방부는 지난 4월 미-중 국방장관 간 전화회담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았다. 당시 중국 국방부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오스틴 국방장관은 전화통화에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대만관계법, 미중 3대 공동선언, 6개 보장에 기반한 오래된 ‘하나의 중국’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중국 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중국 국방부와 커비 대변인 모두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또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서로 다른 입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이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용어를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데서 빚어지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에 중공 정부만이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다고 대만의 주권이 중국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중공의 주장에 대해 ‘잘 알아들었다’고 표현한 것에 가깝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의 근거로 삼았다는 대만관계법, 미중 3대 공동선언, 6개 보장 중 6개 보장에는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공식적으로 승인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한편, 구장안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 국무부가 “미국의 대만 정책에 변경이 없다”고 설명했다며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도 대만 관계법과 6개 보장에 근거한 미국의 약속은 반석 그 자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