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 CEO, 기자 단톡방 전부 탈퇴…왜?

강우찬
2022년 05월 24일 오후 2:02 업데이트: 2022년 05월 27일 오후 4:32

쉬레이 CEO,지난달 취임 이후, 기자들과 자주 소통
상하이 봉쇄에 연이은 비판 전력…몸사리기 나선 듯

알리바바(티몰·타오바오)에 이어 중국 온라인쇼핑몰 2위 업체인 징둥(京東·JD.com)의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모든 기자 단톡방에서 떠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징둥의 쉬레이(徐雷) 신임 CEO는 최근 중국판 카톡인 위챗에 개설한 모든 기자 단톡방을 탈퇴했다.

지난달 징둥 창업자인 류창둥(劉強東) CEO가 퇴임하자 신임 CEO로 임명된 쉬레이는 그동안 경제·사회뿐만 아니라 스포츠(축구) 등 여러 분야 기자 단톡방에 참가해 회사 업무는 물론 축구에 관해서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다.

쉬레이는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후 상하이가 봉쇄되자, 상하이 물류와 관련한 발언을 잇달아 내놨으며, 특히 정부의 극단적인 방역조치를 여러 차례 비판했다. 따라서 이번 기자 단톡방 탈퇴가 그동안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해온 언행을 삼가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징둥은 상하이 봉쇄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기업 중 하나다. 중국의 ‘경제수도’이자 물류 중심지인 상하이에 설립한 물류 센터가 봉쇄되면서 엄청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징둥은 올해 1분기 30억 위안(약 565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36억 위안(약 6800억원) 순이익과 비교하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쉬레이는 그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기자 단톡방에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징둥은 정부의 방역을 지원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가장 잘하는 분야인 물류를 통해 필요한 물자를 효율적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며 “물자와 운송은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특수한 상황에서 어떤 문제는 우리 회사로서도 어쩔 수 없다. 힘이 있지만 쓸 수 없다는 게 괴롭다”고 밝혔다.

이 글은 단톡방에서 단톡방으로 옮겨지며 중국 기자들 사이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 파문이 확산되자 쉬레이는 한 기자 단톡방에서 “매우 완곡하게 쓴 글이다”라며 “그동안 답답해서 거의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다”며 해명하기도 했다.

쉬레이는 해명 이후에도 기자들에게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설명하려 애썼다. 그는 “상하이 방역 초기에 시내에 있는 물류 센터가 봉쇄됐다. 이 물류 센터를 통해 쿤산이나 다른 전국 각지 물류 센터를 지원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도로가 막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나중에는 물류가 완전히 마비됐다”고 밝혔다.

이어 “곧이어 쿤산 물류센터도 봉쇄됐다. 장쑤에서 상하이로 가는 도로도 봉쇄됐다. 이는 기업이 어찌해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택배기사들(小哥)이 보다 못해 자발적으로 각 지방으로 물건을 날라줬다. 회사 월급만 받으면서 노는 게 미안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 규정은 지역마다 다르다”며 “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기자분들은) 다들 알 것이다. 지방정부 규정을 준수하는 것은 기업의 의무이지만, 너무 답답하다”고 재차 어려움을 호소했다.

쉬레이는 더 직접적으로 정부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민생 보호에 대해 배워야 한다. 환경·보건·공안, 이런 공공 부문만이 민생을 보호하는 것도 아니고, 국유기업이나 (정부에)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만이 민생을 보호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공급망이 끊기면 민생이고 뭐고 없다. 지금 중국은 생필품이 창고에 쌓여 있고, 식탁에 올라야 할 야채는 밭에 있다”고 질타했다.

중국 공산당은 봉쇄 지역의 물류는 지방정부가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민간기업 물류는 중단되고 기업은 지방정부에 납품만 할 수 있다. 물류는 우체국이나 지방정부가 지정한 업자 혹은 지방정부가 직접 맡는다. 쉬레이의 발언은 민간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징둥은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 순위는 2위지만, 상당한 투자를 통해 스마트 물류를 구축해 중국 전 지역에 48시간 이내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대형 온라인쇼핑몰 업체 징둥의 택배차량이 상하이 봉쇄로 도로에 갇혀 있다. 일부 차량은 봉쇄 스티커가 붙었다(우측 하단). | 웨이보

쉬레이 CEO의 연이은 발언은 여러 기자 단톡방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적잖은 기자들은 “쉬레이가 사업가로서 상하이 방역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밝힌 것”, “징둥은 상하이 봉쇄 기간 민생을 위해 상당히 노력한 기업”이라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형 민간기업 CEO이자 지난달 취임한 쉬레이가 몸을 사려야 한다는 우려도 내놨다. 특히 방역 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발언이 확대 해석될 수 있고 불필요한 잡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기자 단톡방을 모두 탈퇴한 쉬레이 CEO의 결정에 대해 자신의 발언이 가져올 파장과 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보다 봉쇄로 인한 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불만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봉쇄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의 생필품과 식료품을 지방정부가 지정한 쇼핑몰을 통해 구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 관리들이 기부받은 물품을 빼돌리거나 일부러 폐기하면서 주민들에게 생필품 구매를 강요하고 바가지요금을 씌워 거액의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징둥은 상하이 봉쇄 이후 ‘가미카제식’ 운송으로 택배기사들을 상하이로 진입시켜 소비자들에게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외부에서 상하이로 진입하면 14일간 격리 조치를 당한다. 한번 상하이에 발을 들인 운전기사들은 2주간 발이 묶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들여온 택배화물은 상하이 현지 택배기사들이 이어받아 각 가정에 보낸다.

중국 매체 제일경제(第一財經)는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상하이에 진입한 징둥의 컨테이너 화물트럭이 최소 14대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징둥은 상하이가 봉쇄되자 소속 택배기사 2천 명을 파견해 정부의 물류 업무를 지원하도록 했지만 오히려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상하이의 한 영업소가 폐쇄됐고 일부 기사들은 호텔 투숙을 거부당해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며칠씩 잠을 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