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출국금지 확대…“누구나 중국에 갇힐 수 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정향매
2023년 05월 6일 오전 11:25 업데이트: 2023년 05월 6일 오전 11:25

출국금지 관련법안 15개…내·외국인 모두 조치 대상
미국·캐나다 등 ‘중국 여행 자제’ 권고
티베트인·위구르족은 무차별 여권 압수 

일반적으로 ‘출국 금지 대상자’라고 할 때는 범죄 혐의자 혹은 현역 복무 중인 병사 등을 떠올리게 된다. 중국 공산당 일당전제국가 중국에서는 의미가 달라진다. 중국에서는 인권 활동가, 소수민족부터 외국인 사업가,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다수가 출국 금지 대상자 명단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5월 2일(현지 시간) 공개한 ‘우리에 갇히다: 중국 출국금지 확대’ 제하 보고서에서 광범위하게 불특정 다수에게 행해지고 있는 중국의 출국 금지 조치를 폭로했다(보고서). 

보고서에 의하면 시진핑 체제하 중국은 출국금지 대상자 범위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부터 출국금지 조치 사용을 규정하는 법 5개를 신규 입법하거나 개정했다. 오늘날 중국에는 이러한 법안이 최소 15개 존재한다.

올해 4월 26일, 중국의 형식상 입법기관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상무위원회 2차 회의에서 반간첩법 개정안이 채택됐다. 오는 7월 1일부터 해당 개정법이 시행되면 중국 당국이 국가안보에 잠재적으로 위협이 된다고 간주하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과 외국 기업 모두 중국에 갇힐 위험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출국금지 조치의 목적은 △인권 활동 방해 △해외 거주자 소환·조사를 위한 국내 가족 압박 △외국 기자 협박 △외국을 상대로 한 인질 외교 △소수민족과 종교 신자 통제 등 다양하다.  

중국은 전체 출국금지 대상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지난 2015년의 경우 최소 1400만 명이 출국금지 조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산했다. 더하여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공개한 출국 금지 관련 문건은 2016~2020년 사이 8배 늘어났다. 

외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학자 크리스카와 잭 볼드슨이 2022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95~2019년 사이 미국인 29명, 캐나다인 44명을 포함해 최소 128명의 외국인이 중국에 억류됐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2018~2021년 사이 중국 주재 외신 기자 4명이 출국 금지 위협을 받고 간신히 중국을 빠져나왔다. 

미국 국무부는 2020년 12월부터 중국 방문을 고려하는 자국민들에게 3단계 여행경보인 ‘여행 재고’를 권고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도 유사한 경고를 하고 있거나 발령한 적 있다. 중국이 무고한 외국인을 체포한 후 인질 외교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국 여행은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국가도 있다.  

미국 국무부는 2020년 12월부터 중국 방문을 고려하는 자국민들에게 3단계 여행경보인 ‘여행 재고’를 권고하고 있다. |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보고서 캡처

중국 당국은 출국금지 조치를 자국 소수민족과 종교 인사를 통제하는 수단으로도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 2012년, 티베트 자치구는 모든 주민(90% 이상이 티베트인)의 여권을 압수했다. 압수한 여권을 지금까지 주민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허락한 공무용 여행자를 제외한 약 300만 명의 티베트 주민은 모두 해외 여행이 금지된 셈이다.

지난 2016년, 신장 위구르자치구 공안 당국도 주민들에게 여권을 반납할 것을 요구했다. 2019년 외부 유출 문건에 의하면 위구르인은 여권을 신청하기만 해도 ‘재교육 캠프’에 끌려간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는 이러한 정책으로 티베트 불교 신자들이 인도에서 열리는 달라이 라마 설법 행사에 참여하거나 위구르족, 후이(回)족 등 무슬림 신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순례에 다녀오는 길을 차단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