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호주서 4년간 ‘해외 경찰서’ 운영…“반체제 인사 강제 송환 목적”

김태영
2022년 10월 26일 오전 11:2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9일 오후 3:56

중국 공산당(CCP)이 지난 2018년부터 4년간 호주에서 ‘해외 경찰 서비스 센터’를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호주 공영 방송 ABC는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중국 원저우(溫州)시 공안국이 2018년부터 4년간 호주 시드니에 해외 경찰 서비스 센터(海外警僑服務站, 이하 해외 경찰서)를 운영했다고 보도했다.

中, 전 세계 30개국서 54곳 이상의 해외 경찰서 운영

ABC의 이번 보도는 지난 9월 한 인권 단체가 보고서를 통해 ‘CCP가 해외 거주 중국인(화교)을 대상으로 초국가적 탄압을 목적으로 한 해외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뒤 한 달여 만에 나온 소식이다.

스페인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 9월 12일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CCP가 전 세계 30개국에 최소 54곳의 ‘해외 경찰서’를 두고 초국가적 불법 치안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해외 경찰서는 현지에서 중국의 해외 도피 사범을 추적하거나 중국인 민주화 활동가 등을 상대로 인권 탄압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중국의 해외 경찰서는 스페인에 9곳, 이탈리아에 4곳, 영국·캐나다·프랑스·포르투갈에 각 3곳, 헝가리·덴마크에 각 2곳, 미국·아일랜드·일본에 각 1곳 설치됐으며 남미의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에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또한 이 해외 경찰서들을 실제 관할하는 주체로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와 저장성 칭톈현 공안국을 지목하며 “현재 중국의 해외 경찰서 전체 목록은 전부 파악되지 않은 상태로 실제 규모는 훨씬 더 크고 광범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 “호주 정부, 中 해외 경찰서 폐쇄하고 관계자들 법적 조처해야”

중국이 호주에서 4년간 해외 경찰서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그간 호주 정부가 중국에 보여준 안일한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호주 연방경찰(AFP)은 초국가적 범죄를 근절하고 여러 분야에 걸쳐 중국과 협력하기 위해 중국 공안부와 다수의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모나쉬대학교의 중국학 연구원 케빈 카리코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안부는 기본적으로 CCP의 도구”라며 “현재 CCP 관련 기관이 자행하는 반인도적 범죄를 고려할 때 호주 정부는 그간 중국과 체결한 모든 협정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호주 정부가 국가의 주권과 호주 시민들의 권리를 수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호주 내에 설치된 중국의 해외 경찰서를 폐쇄하고 이와 관련된 모든 기관 및 관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포크타임스는 호주 내 중국의 해외 경찰서 운영 현황과 관련해 AFP에 문의했으나 AFP 대변인은 답변을 거부했다.

인권 보고서 “中 해외경찰서, 특정 화교 중국으로 강제 송환이 주된 임무”

중국의 해외 경찰서는 대외적으로 해외 중국 교민들의 운전면허 갱신이나 각종 공문서 처리 등 행정업무 지원을 주된 임무로 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외 도피 사범 및 중국인 민주화 활동가,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고 이들을 자국법으로 처벌하기 위해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고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해외 경찰서 관리들이 특정 화교들을 중국으로 ‘자진 귀국’하게 만드는 방법에는 그들의 중국 내 가족·친척들을 인질로 삼아 협박하는 것도 포함된다”며 “(중국 공안은) 그들이 귀국을 거부할 경우 중국에 남은 그들의 자녀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거나 가족들을 대신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중국 공안의 해외 경찰권 행사는 국제법상 상대국의 치안권과 영토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국 현지 관영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경찰서는 2021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약 23만 명의 화교들을 설득해 중국으로 귀국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민주전선 의장 “CCP는 세계 최대 범죄 조직…서방 국가들 깨어나야”

호주에 위치한 중국민주전선(民主中國陣線) 의장 친진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의 해외 경찰서 운영 문제는 그간 서방국이 오랫동안 도둑들(CCP)을 초대하기 위해 문을 열어준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CCP는 세계 최대 범죄 조직이지만 서방 국가들은 이를 깨닫지 못한 것 같다”며 하루빨리 서방국들이 CCP의 침투에 대해 자각하고 자국의 주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보고서가 공개된 후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의 해외 경찰서 운영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캐나다에서는 이달 초 자국 내 중국의 해외 경찰서 현황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0월 4일(현지시간) 웰던 엡 캐나다 외교부 동북아시아 국장은 성명에서 “중국이 제3국(캐나다)에서 벌이는 경찰권 행사는 완전히 불법이고 부적절하다”면서 “중국에 엄중 항의하고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아일랜드와 스페인에서도 최근 중국의 해외 경찰서에 대한 수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