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갑부 리카싱, 또 아파트 30% 할인 처분…“불안한 경제 전망”

박숙자
2024년 05월 23일 오전 9:35 업데이트: 2024년 05월 23일 오전 9:35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李嘉誠·96)이 설립한 홍콩 청쿵(長江)그룹이 지난 19일 홍콩 신계 지역의 일부 아파트를 시세보다 30% 싼 가격에 분양해 관심이 쏠린다.

리카싱의 행보는 ‘중국 경제의 풍향계’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의 부동산 처분 움직임을 두고 ‘홍콩 전체 부동산 시장 전망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청쿵그룹이 홍콩 신계 북서부 지역의 신규 아파트 ‘#LYOS’ 단지를 할인한 가격에 분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공개한 가격보다 25~32% 할인한 가격이었다.

청쿵그룹이 부동산 분양가를 할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도 주룽(九龍)반도 동부 야우퉁(油塘)의 오션뷰 아파트를 시세보다 30% 싸게 판매했다. 지난 7년간의 주룽반도 신규 아파트 분양가 중 가장 낮은 가격이었다.

또한 지난달 6일 홍콩섬 남부 웡척항 지역의 ‘블루 코스트(Blue Coast)’ 아파트 단지를 분양할 때도 시세보다 30% 낮은 가격에 분양했다. 그 결과 당일 413세대가 완판됐고, 약 75억 달러(약 10조2200억원)의 판매고를 기록해 지난 10년간의 홍콩 신규 부동산 하루 최고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의 한 자산관리회사에서 최고준법감시책임자(CCO)를 지낸 랑샤오화는 에포크타임스에 “리카싱은 중국 경제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시진핑 집권 이전에 그는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중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중국 본토에서 부동산에 투자해 많은 돈을 벌었다.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 그는 정치 경제 전반에 대한 판단으로 10여 년에 걸쳐 대부분 자산을 유럽, 미국, 영국으로 이전했다”고 했다.

미국 경제학자 황쥔(데이비 준 황)은 “리카싱은 부동산 매각의 타이밍과 리듬을 잘 파악하고 있다”며 그가 지난 2013~2014년 중국 본토 자산 대부분을 처분했던 일을 언급했다. 당시 중국 경제가 잘나가던 시절이었지만 리카싱은 언뜻 반대되는 행보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었다.

황쥔은 “당시 중국 언론들은 리카싱을 붙잡아야 한다며 분노했지만, 중국 경제는 2015~2016년 증시 폭락을 일으켰다”며 “결국 리카싱의 판단이 옳았음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2013~2016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을 지낸 샤오걍은 2019년 9월 중국정법대 포럼에서 2015년 중국 증시 폭락에 관해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한 유동성 위기로 인한 사태”라고 진단한 바 있다.

황쥔은 리카싱의 홍콩 자산 처분에 대해 “홍콩이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잃으면서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던 기업들이 홍콩을 떠나고 있는 데다 홍콩이 의존하고 있는 중국 본토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량사오화 역시 “홍콩의 번영은 언론 자유와 법치주의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것들이 점차 사라진 후 홍콩은 서서히 중국의 선전, 베이징, 광저우 등과 별 차이가 없는 도시가 됐다”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뤄야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