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中 고속철도 역사 최소 26개”…무분별한 개발 후유증

박숙자
2024년 05월 27일 오후 6:02 업데이트: 2024년 05월 27일 오후 6:02

중국에서는 지난 수년간 대규모 고속철도 건설로 고속철도역이 많이 늘어났지만 최소 26개 고속철도역이 유휴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고 중국 관영 언론이 전했다.

지난 21일 중국 경제매체 중국경영보(中國經營報)는 중국 내 최소 26개 고속철도역이 외진 위치, 주변 부대시설 부족, 낮은 승객 이용률 등으로 인해 완공 후 운영되지 않거나 폐쇄된 상태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2011년에 완공된 난징 쯔진산동역과 장푸역은 아직까지 운영되지 않고 있고, 2012년에 완공된 하이난성 허러역과 2016년과 2017년에 완공된 윈난성 진닝동역·양중역 등은 유휴 상태로 방치돼 있다.

랴오닝성 단둥서역, 장쑤성 쑤저우시 화차오역, 허난성 정저우시 자루허역, 우한시 푸안역 등 약 20개 고속철도역은 단기간 운영됐다가 폐쇄됐다.

하이난성의 단저우시 하이터우 고속철도역은 4000만 위안(약 75억원)을 넘게 투자해 건설했지만 완공 후 7년이 넘도록 운영되지 않아 2023년 7월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하이난성 발전개혁위원회는 철도부처가 하이토우역의 하루 이용객이 100명 미만이어서 운영을 개시할 경우 연간 500만 위안(약 9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하토우역은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운영에 들어갔지만 이용객이 부족해 앞으로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중국경영보는 많은 지방정부가 치적, 도시 이미지 등을 고려해 고속철도역 건설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광시성 구이린 한 도시에만 고속철도역이 9개나 있다. 그중 우퉁역은 외진 곳에 위치해 있고, 부대 교통수단이 부족해 하루 평균 이용객이 200명도 채 안 돼 운영 4년 만에 폐쇄됐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에이킨대 경영대학원 셰톈(謝田) 교수는 지난 23일 에포크타임스에 “고속철도에 대한 투자는 실제로 중앙과 지방이 함께 한 것”이라며 “현지 수요 등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시장 수요도 없는 이런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한다는 허상을 만들어 국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인프라 건설 과잉이 채무위기를 불러왔고, 지금 국가철도그룹은 빚더미에 앉아 있다”고 했다.

고속철도, 부채 증가도 ‘초고속’

2019년 6월 18일, 고속철도의 건설과 운영을 담당하는 중국철도공사가 중앙 정부가 관리하는 100% 국유기업인 중국국가철도그룹으로 개편됐다. 고속 발전하고 있는 중국 고속철도의 부채 문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가철도그룹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국가철도그룹의 2023년 고정자산 투자액이 7656억 위안(약 143조9405억원)에 달해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신규 노선 3637km 가운데 고속철도가 2776km다. 2024년 1분기 고정자산 투자액은 1248억 위안(약 23조46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은 올해 1분기 고속철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국가철도그룹이 2024년 연간 투자 목표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투자 비수기인 1분기 투자액이 이미 1200억 위안(약 22조5612억원)을 초과해 2024년 총투자액이 2023년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가철도그룹의 부채는 2005년의 4700억 위안(약 88조 3600억원)에서 2022년 상반기 기준 6조 위안(약 1128조600억원)을 넘어섰다.

국가철도그룹은 “2023년에 적자를 흑자로 돌릴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2023년 말까지 그룹의 부채 비율은 여전히 65.54%에 달했다.

베이징교통대학 경제대학 자오젠(趙堅) 교수는 2019년 초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왕에 기고한 글에서 “사람들은 중국 고속철 운행 거리가 세계 1위라는 점만 보고 그 이면의 문제, 바로 고속철 부채와 운영 손실이 세계 1위라는 점, 중국 교통운송 구조가 심각하게 악화된 점 등은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자오 교수는 고속철의 재정 상황이 언젠가는 중국 금융의 ‘회색 코뿔소’, 즉 거대한 금융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회색 코뿔소는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있으면서도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셰톈 교수는 중국은 현재 전반적으로 과잉생산 문제가 심각하고, 고속철 역시 일종의 과잉생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하게 건설된 고속철도망과 고속철도역은 시장 수요도 없고 소비자 기반도 없지만 여전히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부채 위기에 처해 있는데,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이 부채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