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로 추가 기소

재니스 아일(Janice Hisle)
2023년 08월 2일 오후 5:23 업데이트: 2023년 08월 7일 오후 5:54

2024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유력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추가 기소됐다.

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 대배심은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사기 모의, 선거 방해 모의, 투표권 방해 및 사기 등 4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

기소는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주도했다. 스미스 특검의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는 지난 두 달 사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스미스 특검은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에 미국 정부 기밀문서를 부적절하게 보관하고 정부가 회수하려는 노력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미 기소한 바 있다.

기소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공격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캠페인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이는 2024 대선에서 상당한 격차로 앞서며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방해하려는 바이든과 바이든으로 인해 정치 무기화된 검찰권의 합작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1·6 사태가 발생한 지) 2년 반을 기다렸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인 지금 기소했는가? 왜 미 의회 하원 감독위원회가 증인을 불러 바이든 일가를 조사한 바로 다음 날에 기소가 발표됐는가?”라고 반문했다.

공소장

연방 특검은 공소장에서 “선거 패배에도 피고(트럼프 전 대통령)는 권력을 유지하기로 결심했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에 대해 제기한 사기 주장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고 실제로 패배했지만 권력을 유지하기로 결심, 몇 달 동안 진짜 승리자는 자신이라는 거짓말을 널리 퍼뜨렸다고 지적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미국 시민은 누구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받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공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선거 결과에 불복하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합법적인 표를 깎아내리고 선거 결과를 뒤엎는 불법적인 수단을 추구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공소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연방정부의 근간 기능인 선거라는 공식 절차를 방해하려고 시도하는 등의 행위로 미국을 사취하고 미국인의 투표권에 반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수집, 집계 및 인증하는 합법적인 정부의 기능을 방해하고 무력화를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선거가 사기였다는 거짓 주장을 반복함으로써 불신과 분노로 격한 국가 분위기를 조성하고 선거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말은 결과적으로 지난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를 촉발했다고 특검 측은 보고 있다.

기소장은 또 6명의 공모자들이 있다고 밝혔으나 이름을 공개하진 않았다. 그중에는 미 법무부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고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방지방법원|Anna Moneymaker/Getty Images

워싱턴은 트럼프 편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정 공방을 두고 일각에서는 배심원단 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판이 진행될 워싱턴이 민주당 텃밭이라서다. 유권자 등록 통계는 이곳 유권자의 약 77%가 민주당원이며 공화당원은 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재판 관할 변경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지난달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흥미롭게도 기소 임박을 알리는 통지가 일요일이었던 16일 밤에 왔다”고 밝혔다. 이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연설에서 “워싱턴이 방치된 채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며 연방정부에 화살을 겨눈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법무부가 워싱턴에서 재판을 열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워싱턴 배심원단은 그들(바이든 측)이 원하는 대로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Jeff Swensen/Getty Images

선거 ‘사기꾼’?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법 위반으로 총 세 차례 기소됐다. 조지아주 검찰에서도 조지아주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이달 중 네 번째 기소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민주당이 내게 했던 것처럼, 그리고 그동안 많은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내가 조작됐다고 확신하는 선거에 항의하기 위해 헌법상의 권리(수정헌법 제1조)를 행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치 무기화된 연방기관들이 선거 ‘사기꾼’에 대한 수사는 거부하고 그 대신 부정행위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아 괴롭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된 형사 기소들은 모두 몇 년 전에 발생한 사건에 관한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제기되는 이 같은 기소들이 선거 개입에 해당한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기소를 예상하며 “민주당 성향의 검찰은 2024년 대선을 방해하기 위해 몇 년을 기다렸다가 기소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반트럼프 진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을 책임은 물론,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2021년 1월 6일 폭도들(트럼프 지지자들)을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연방의회 의사당으로 소환해 미국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잭 스미스 특별검사|Mandel Ngan/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공익을 위하여”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연방법원 차원의 기소를 두 차례 이끈 스미스 특검은 지난해 11월 임명된 인물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3일 후인 지난해 11월 18일 스미스를 연방 특검으로 임명했다.

당시 갈랜드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가 스미스 특검 임명의 계기가 됐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전직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현직 대통령(바이든)도 출마 의사를 밝히는 등,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특검을 임명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게 갈랜드 장관의 설명이다.

이후 올 6월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간첩법 위반, 사법 방해, 기록물 훼손 내지 위조, 거짓 진술 등 혐의를 적용, 기소했다. 기밀 문건 무단 반출 의혹과 관련해서인데, 지난해 8월 미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미국에서 전 대통령의 자택을 수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반트럼프 진영에서는 수사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당국의 조치에 전혀 개입한 바 없다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점에 대해 전부 무죄라는 입장이다.

지난 2020년 11월 3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ANDREW CABALLERO-REYNOLDS/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캠페인은 계속된다

법적 위험이 커지고 있음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유세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캠페인은 1분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흑백으로 촬영된 해당 영상에는 트럼프가 “이것이 마지막 전투”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신과 함께 우리는 딥 스테이트(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막후에서 국가를 조종하는 은밀한 세력)를 무너뜨릴 것이다. 우리는 정부에서 전쟁광들을 추방할 것이다. 세계주의자들을 쫓아내고 공산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파시스트들을 몰아낼 것이다. 우리는 우리 나라를 싫어하는 병든 정치적 계층을 제거할 것이다. 가짜 뉴스 미디어도 제거할 것이다. 미국을 이 악당들로부터 단번에 해방할 것이다.”

영상은 ‘미국을 위한 트럼프의 싸움에 동참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끝난다.

거듭 기소가 제기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내가 미국 국민을 위해 싸우지 못하게 하려고 (남들이) 꾸며낸 여러 공작을 견뎌왔다”며 “나는 앞으로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