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호인단 “특검 기소는 2020년 대선 쟁점 재조명할 기회”

한동훈
2023년 08월 5일 오전 11:17 업데이트: 2023년 08월 5일 오후 2:15

미 법무부 특검, 1일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트럼프 변호인단 “증인 소환할 권한 생긴다”

미국 법무부 특별검사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일(현지시간) 기소한 가운데, 트럼프 측이 반격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 존 라우로 변호사는 2일 이번 기소가 오히려 2020년 대선 때 발생한 각종 문제를 법정에서 폭로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모두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소는 세 번째다. 앞서 트럼프는 기업 장부 조작 혐의와 국가기밀 무단반출 혐의로 각각 기소된 바 있다.

전날 특검이 공개한 45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속이고 1월6일 의사당 습격을 부추겨 투표 인증을 방해했으며, 투표권을 침해했다는 혐의가 나열됐다.

라우로 변호사는 “2020년 대선의 모든 쟁점이 법정에서 다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는 증인을 소환하고 문서 공개를 요구할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0년 대선 쟁점들이 본격적으로 방송을 타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 될 것”이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지난달 변호인단에 합류한 라우로 변호사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세 번째 기소에 관해 대화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낙관적이고 강하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검의 공소장에는 트럼프가 “고의로 선거 사기에 관한 거짓 주장을 퍼뜨렸다”고 반복적으로 지적하면서 정부 관료들과 자문위원, 보좌관들 역시 “그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조언한 여러 사례를 인용했다.

그러나 라우로 변호사는 “트럼프는 그것이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고의로 거짓 주장을 했다는 혐의를 특검이 입증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로 변호사는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위법적인 행동을 저질렀음을 증명해야 한다”며 “(하지만) 트럼프가 한 행동은 모두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검은 이 모든 것(부정선거 주장)이 조작해 낸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우리는 수백 건의 선서 진술서와 증언을 확보했다. (증언들은) 전국에서 직접 실시간으로 문제점을 목격한 사람들이 제보한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우로 변호사는 증거 조사와 증인 신문 과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특검의 기소가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장한 ‘발언(연설)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보호하는 판례들을 쌓아왔다.

라우로 변호사는 “2020년 선거를 비판하면 투옥될 것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와 그들의 태도는 문제가 된다”며 “이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검열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은 정치적 발언 과정에서 말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주장을 했다고 형사처벌을 할 수는 없음을 놓치고 있다”며 “우리의 모든 발언, 특히 정치적 연설은 보호를 받는다”고 말했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트럼프에게도 유권자 사기, 심지어 허위 주장을 할 언론의 자유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합법적인 투표를 폄하하고 선거 결과를 전복하려 불법적인 수단을 추구했다”고 비난했다.

그 사례로 경합주에서 ‘대체 선거인단’을 조직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2021년 1월 6일 선거인단 투표결과 인증을 거부하도록 촉구한 일 등을 제시했다.

라우로 변호사는 이런 행동은 불법이 아니라며 “그가 원한 것은 펜스 부통령에게 투표를 일시 중지해 주의회 의원들이 투표를 감사하거나 재인증하도록 하자는 것으로 이는 보호받아야 할 정치적 발언이다”라고 밝혔다.

특검은 이번 공소장에 트럼프 전 대통령 외에 6명의 공모자를 나열했지만, 이름을 밝혀놓지는 않았다.

라우로 변호사는 이를 “특검의 책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익명의 공모자 6명 중 5명은 공소장 맥락에 따라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으로 특정할 수 있지만 특검은 의도적으로 이들의 이름을 미공개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특검은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증인으로 참가하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려 한 것”이라며 아직 정식으로 기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를 피하려 증언을 회피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우로 변호사는 또한 특검이 트럼프에게 법률자문을 제공한 변호사들도 공모에 가담한 것으로 몰아 가고 있다며 “선의로 법률 자문을 제공한 변호사를 겨냥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6세’에 등장하는 “우리가 첫 번째로 할 일은 모든 법률가(변호사)를 죽이는 것”이란 대사를 인용하며 “사람들을 법적으로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개인을 둘러싼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자유와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장한 발언의 자유가 걸린 사건”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얀 예키엘렉, 캐시 허, 로스 무스카토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