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소국 팔라우, 중국 작심 비판 “관광객 미끼로 대만과 단교 요구”

최창근
2023년 06월 29일 오후 2:28 업데이트: 2023년 06월 29일 오후 2:28

태평양의 소국(小國)이 중국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중국이 자국 관광객을 미끼로 대만과 단교하도록 압박했다는 것이다. 해당 나라는 면적 459㎢, 전체 인구가 1만 8000여 명의 태평양 도서(島嶼)국 팔라우이다.

수랭걸 휩스 팔라우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과 단교하지 않으면 중국 관광객의 팔라우 방문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2008년만 해도 팔라우를 찾는 중국 관광객은 연간 634명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9만 1000명으로 폭증했다. 이런 영향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2017년부터 팔라우에 수교 요청을 하고 있으며, 이에 응하지 않자 중국 관광객의 팔라우 방문이 급감했다고 휩스 대통령은 주장했다.

아울러 현지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던 중국인들이 개발을 일시에 중단하고,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관광객도 급감해 현재 팔라우는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휩스 대통령은 “우리는 세 가지 도전에 직면했다.”며 “팔라우에 탄력적인 경제 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중국의 영향력과도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여전히 팔라우의 최대 직접 투자국이다.”라면서 “중국은 팔라우로의 직항편을 개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여전히 중국인의 팔라우 관광을 통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팔라우는 마셜제도와 벨리즈, 아이티 등과 함께 태평양 지역 대만 13개 수교국 가운데 하나다. 지리적으로 대만의 가장 가까운 공식 수교국이며, 대만 제1 국적기 중화항공은 팔라우와 대만 간 직항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휩스 대통령은 “팔라우의 로만 트메투클 국제공항은 활주로가 짧은 편이다.”라면서 현재 2100m에서 3000m로 확장하고자 미국, 호주, 대만, 일본, 한국 등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면서 태평양 국가들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팔라우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고자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휩스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 중이던 지난 6월 14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에 팔라우 인근 해역의 순찰 강화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국 선박이 팔라우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여러 차례 침범한 데 따른 조치다.

1999년 팔라우와 대만은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상호 대사관을 설치했다. 타이베이에는 주중화민국 팔라우대사관이 존재하고, 팔라우 수도 코로르에도 주팔라우 중화민국대사관이 있다.

2020년에 미국 의회에서 ‘대만동맹보호법’을 제정하여 대만과, 대만의 남아있는 수교국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팔라우도 미국의 원조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양국 간 외교 관계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팔라우는 16세기 중반 스페인제국 식민지인 ‘스페인령 동인도’에 포함됐다. 미국-스페인 전쟁 후 독일이 스페인으로부터 구매하면서 19세기 독일제국 식민지 ‘독일령 뉴기니’의 일부가 됐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당시 연합국의 일원이던 일본이 접수하면서 일본제국의 위임통치령인 남양군도의 일부가 됐다.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이후 미국에 의하여 유엔신탁통치령의 일부로서 ‘태평양제도’가 됐다. 그러다 1994년 독립했다. 독립 후에도 국방은 미국에 위탁하고 미군 기지가 존재하는 등 친미 성향의 국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