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균형 전략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2021년 12월 24일 오전 10:13 업데이트: 2021년 12월 24일 오전 11:26

현재 미·중 간에는 신냉전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러 간에도 ‘작은 신냉전’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대륙·해양·우주·사이버 등 모든 공간과, 군사·경제·정치·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도전하고 있으며, 미국 입장에서 이 도전은 ‘중국판 스푸트니크 충격(Sputnik Shock)’이다. 유럽에서는 핵병기와 에너지 자원의 무기화를 통해 강대국으로 복귀하려는 러시아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현상은 또 한 번의 큰 위기를 예고한다. 그것이 기존 패권국이 도전국을 불용함으로써 발생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에 의한 것일지,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도전국의 미래에 대한 불안에 의한 것일지, 또는 패권국과 도전국 모두의 쇠락이 초래하는 지도력 공백이 가져오는 ‘킨들버그의 함정(Kindleberg’s Trap)’에 의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오늘날 인류는 또 한 번의 위기가 세계를 엄습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동북아의 신냉전은 현상 타파 세력이자 팽창주의 세력인 중국과 중국의 추종국들을 한 축으로 하고, 현상 유지 세력인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을 다른 한 축으로 하는 전방위적인 세력 경쟁을 의미한다. 이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대결이기도 하고, 전제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의 대결이기도 하며, 고든 창(Gordon Chang)과 같은 이는 ‘북부동맹과 남부동맹(Northern vs. Southern alliance)의 대결’로 묘사한다.

이 신냉전 상황에서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북쪽으로부터 안보 위협을 받고 있으며, 위협의 핵심은 당면 위협이자 미래 위협인 북한의 핵무력과 중국의 팽창주의이다. 특히 북한은 중·러의 기술 지원하에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변칙기동 탄도미사일, 극초음속무기 등 강대국형 핵무기들을 개발하면서 ‘핵보유국 지위 확보’라는 초기 목표를 넘어 역내 핵강국 지위를 추구하고 있으며, ‘2019년 세계 최강국’ 목표를 향한 중국의 ‘거친 굴기’도 중단될 것 같지 않다.

이 위협은 미국의 세계전략에 ‘심대한(serious) 도전’이 되고 있으며, 일본에는 ‘결정적인(critical) 위협’이, 그리고 한국과 대만에는 ‘사활(life-or-death)이 걸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안보 현실하에서 세 가지 결론이 불가피하다.

지난 10월 1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1.10.19 | 연합뉴스

첫째, 협력, 대화, 협상, 강압외교 등을 통한 북한 비핵화나 중국의 진로 변경은 불가능하며, 특히 북핵과 관련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적어도 당분간 ‘북핵과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위드 더 밤(with the bomb)’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둘째, 이제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대륙세력과의 대화 및 협력 노력을 지속하되 그들의 위협을 억제·상쇄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부여해나가야 한다. 셋째, 최대 당면 위협인 ‘북한 및 대륙의 핵위협’을 억제·상쇄하기 위해 ‘핵균형(nuclear parity)’ 전략을 통해 대륙-해양세력 간 핵비대칭을 해소해나가야 한다.

핵균형 전략은 북쪽으로부터의 안보위협이 증가되는 것에 비례하여 단계적으로 취해나갈 수 있으며, 결코 대화와 협력 노력을 경시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핵균형은 도발이나 공세적 대외기조가 득보다 손실을 더 많이 초래함을 증명함으로써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간의 공존과 상생에 기여한다는 정론에 입각한 대안이며, 당연히 대화·협력 노력과 병행되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새로운 차원의 협의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새 출발을 위해 미국은 동맹국들의 독자적 핵무장을 만류하면서 대신 핵우산으로 제공하는 기존의 반확산 정책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며 기존의 반확산 정책을 고수하는 경우 동북아 전체의 전략적 균형이 급속히 중국 쪽으로 기울게 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동맹국들은 미 반확산 정책의 변경 및 동맹 차원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의 독자적 핵무장은 득보다 실이 많은 의미 없는 선택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현 한반도 및 주변의 안보환경은 민주주의 국가들에 동맹을 쇄신하고 강화된 동맹체제하에서 대륙으로부터의 위협이 가중되는 것에 비례하는 단계별 핵균형(nuclear parity) 전략을 강요하고 있다.

거기에는 당장의 재래 안보역량 강화, 핵우산 강화, 역내 미 전술핵 재배치, 아시아 민주주의 동맹국들의 개별적 핵무장 및 민주주의 핵동맹(TPDNA: Trans-Pacific Democratic Nuclear Alliance) 등의 단계별 조치들이 포함될 수 있다. 중국의 거친 팽창주의와 북한의 핵군비가 최후의 금지선마저 넘는 최악의 상태가 도래한다면, 미국은 아시아판 나토(WEPATO: West-Pacific Alliance Treaty Organization)와 같은 동맹기구 결성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나리오들은 실현 가능성이 크고 작음을 넘어 미국과 민주주의 동맹국들의 지도자와 전략가들이 반드시 대비해야 하는 미래의 일부일 것이다. 이러한 대비는 지리적으로 대륙에 속한 상태에서 북핵 위협에 직접 노출돼 있는 한국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향후 5년 동안의 국민의 정치적 선택과 차기 정부의 전략적 역량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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