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변압기, 美 전력망 마비시킬 수 있어” 전문가 경고

얀 예켈렉(Jan Jekielek)
2023년 08월 7일 오후 9:44 업데이트: 2023년 08월 8일 오전 6:38

미국 안보정책센터(CSP) 회장이자 전력망 전문가인 토미 월러가 미국 전력망의 취약성을 지적하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영문 에포크TV ‘미국의 사상 리더들(ATL·American Thought Leaders)’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전력망 시스템의 실태를 꼬집었다.

토미 월러는 과거 미 공군의 전자기 방어 태스크 포스에서 활동하며 전자기파 스펙트럼 위협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으며, 현재는 싱크탱크 안보정책센터 회장으로서 미국의 전력망 보안 연합을 관리하고 있다.

ATL 프로그램 진행자 얀 예키엘렉은 “앞서 2020년 5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전력망과 관련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내 전력 발전소와 송전 체제에 해외 장비 및 부품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대해 월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 전력 시스템이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을 포함해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초고압 변압기는 현대 전력망의 핵심 부품”이라며 “이 장치가 조작되거나 꺼진다면 미국 사회에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러는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첫날에 이 행정명령을 무효화했다”며 “이후 중국에서 약 100대의 변압기를 추가로 수입했다”고 지적했다.

전력망이란 전기를 생산하고, 송전하고, 배전하는 시스템 전체를 뜻한다. 이 과정에서 초고압 변압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의 전압을 높여 먼 거리까지 송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변압기가 작동하지 않으면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겨 도시 전체가 마비되고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월러는 “1977년 뉴욕에서 24시간 정전사태가 벌어졌는데, 그 24시간 동안 절도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4500명이 넘는 범죄자가 체포됐고, 경찰관 550명 이상이 공무 중 부상을 당했다”며 “뉴욕시에는 3억 달러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현대 사회가 전기에 얼마나 많이 의존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며 “전기가 끊기는 순간, 우리에겐 고통과 혼란이 닥쳐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키엘렉은 월러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그리드 다운, 파워 업(Grid Down, Power Up)’을 언급하며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 전역에 있는 발전소 또는 변전소 중 9곳만 폐쇄해도 전체 전력망이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월러는 “‘그리드 다운, 파워 업’이 그 문제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최초로 발견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에너지 규제를 담당하는 연방 기구인 ‘연방에너지규제기관(FERC)’이 2013년에 처음으로 관련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월러의 설명에 따르면 2013년 4월 캘리포니아 산호세 외곽의 한 변전소가 총격범에게 공격을 당했다. 이후 FERC는 미국 전력망 시스템의 취약점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고, 그 결과 변전소 9곳이 공격당하면 미국 전역이 장기간 정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키엘렉이 “미국 전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력망 시스템의 핵심 부품을 왜, 어떻게 수입하기 시작했나”라고 묻자, 월러는 “미국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국에 의존하게 된 것과 동일한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공산당은 미국을 상대로 ‘초한전(超限戰·한계를 초월한 무제한전쟁)’을 펼치고 있다. 초한전 전략 중 하나는 사회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것”이라며 “중국은 변압기를 제조하는 데 ‘방향성 전기강판(GO)’이 필수 재료라는 점을 악용했다. 노예 노동으로 저렴한 GO를 제작해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력회사는 생산 단가를 낮추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사용했고, 결국 미국 전력망 시스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월러는 “우리(미국)는 중국에서 50만 파운드에 달하는 거대한 변압기를 수입해 왔다. 그런데 그 안에서 변압기를 원격으로, 심지어 중국 대륙에서도 조종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발견됐다”며 “이는 미국 전력망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교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 | 로이터/연합뉴스

또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도 전력망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원자력, 화석연료 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해 미국 전역에 전력을 공급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월러는 전력망 시스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국가안보 위협’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먼저 풍력 및 태양광 산업에 쓰이는 인버터·변압기 등 관련 부품 시장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의존하는 것은 미국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또한 사이버 공격의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의 전력 생산에 관한 기밀에 접근하거나, 변압기 등 핵심 부품에 원격 제어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해 사이버 스파이 작전을 펼칠 수 있다.

게다가 전력망 시스템의 취약점을 악용한 중국의 전자기 공격, 핵 전자파 펄스(Nuclear EMP) 등도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월러는 경고했다.

그는 “물리적인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의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보라”며 “그들(중국)이 ‘적절한 노하우’를 가진 ‘적절한 사람’을 미국 본토에 투입해 미국 전력망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러는 ‘전력망보호연합(Secure the Grid Coalition)’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전력망보호연합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중앙정보국장을 지냈던 제임스 울시와 전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가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초당파적 단체다. 미국의 주요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힘쓰고 있으며, 전력망 시스템의 취약점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그리드 다운, 파워 업’을 제작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담긴 이 다큐멘터리는 중국의 인프라 위협 및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월러는 우선 태양 관련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태양은 특정 변압기에 유해한 접지 유도 전류를 생성하는데, 이때 중성 접지 차단기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변압기를 보호할 수 있다”며 “40억 달러가 조금 넘는 비용으로 미국 전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각 지역의 변전소는 주변에 철제 울타리만 쳐져 있을 뿐, 보안이 매우 취약하다”며 “물리적 공격으로부터 변전소를 지킬 수 있도록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밥 홀 텍사스 주 상원의원은 인프라 위협의 해결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며 “연방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주정부부터 하나씩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전기 없이 살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프 미닉은 20년간 학생들에게 역사, 문학, 라틴어를 가르쳐 왔다. 작가로도 활동하며 소설 ‘아만다 벨’, ‘그들의 날개에 먼지를’ 등을 펴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