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체포동의안에 당 갈등·분열”

한동훈
2023년 06월 19일 오후 5:03 업데이트: 2023년 06월 19일 오후 5:12

윤석열 정부 향해 “압구정 정권” 비난도
민주당 갈등 막기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검찰의 수사망이 조여오는 가운데,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여론의 비판적 시선을 수습하는 차원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민주당이 연설 전 배포한 연설문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며 이재명 대표가 막판까지 고심하다가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갈등 봉합을 노린 승부수로 풀이된다. 이는 이재명 대표가 연설에서 직접 밝힌 사실이다.

그는 “검찰이 소환한다면 10번, 100번이라도 응하겠다”며 “자신들의 무능과 비리는 숨기고 오직 상대에게만 사정 칼날을 휘두르면서 방탄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바로 집권 여당의 유일한 전략”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이어 “저를 향해 300번도 넘게 압수수색을 해온 검찰이 성남시와 경기도의 전현직 공무원들을 전수조사하고 강도 높은 추가 압수수색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재명을 다시 포토라인에 세우고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가결과 부결을 놓고 당이 내분을 일으키는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상정돼 민주당에서 최소 31표에서 최대 37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표결 전 “이탈표 거의 없을 것”이라며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던 민주당의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였다.

무더기 이탈표 발생은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불안감, 특히 이재명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외부에 노출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하루 평균 1천 건이 넘는 압수수색이 벌어진다”며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만 일삼는 무도한 압구정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압수수색 등의 머리글자를 땄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는 무관한 표현이지만, 압구정이 주는 부자·기득권 이미지와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작년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을 ‘부자·재벌 감세’로 비난하는 한편, 자신들의 감세안을 ‘서민 감세’로 부르며 친(親)서민 색채를 강화한 바 있다. 민주당은 당 강령 첫머리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고”라는 구절을 통해 서민 정당을 표방해왔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당대표 선거 후보 시절이던 작년 7월 유튜브 방송을 통해 “(민주당이) 부자를 배제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며 시대에 뒤처진 당 강령을 고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당시 “저학력, 저소득층은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 “고학력, 고소득자,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들은 우리 지지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 성향에 따른 국민 갈리치기”라고 비판이 당시 경쟁하던 박용진 후보 측에서 나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