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 김 의원 “한반도 평화협정은 실수…평화, 힘을 통해서만 보장”

한동훈
2023년 07월 28일 오후 12:32 업데이트: 2023년 07월 28일 오후 3:51

정전협정 70주년 맞아 외교전문지 기고문
“종전선언, 북한에 영향력 넘겨주자는 것”
“권위주의 세력에 양보하면 참담한 결과…역사적 사례들”

북한이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아무런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의 전임 정부가 추진한 종전선언과 남북평화협정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화당 소속인 영 김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은 6·25 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27일(현지시간)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 기고문에 이 같은 비판을 담았다.

김 위원장은 “오늘은 한국전쟁(6·25 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한미동맹이 맺어진 지 70년째 되는 기념일”이라며 “한미동맹은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로 수십 년간 자유, 민주주의, 법치라는 공유된 가치를 중심으로 공동의 경제와 안보 목표를 위해 적응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종전선언은 70년 전 한국군과 미군이 함께 싸운 공동의 가치를 훼손하고 북한 정권에 영향력을 넘겨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영 김 의원은 “나는 한국을 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는 저에게 개인적인 일이자, 하원 외교위 인·태소위원장으로서 미국 의회에서 내 업무의 지침이 되고 있다”며 “더글라스 맥아더 미 육군 중장이 북한군을 38선 이북으로 밀어내기 위해 유명한 상륙작전을 펼친 인천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다.

1962년 인천에서 태어나 올해 60세인 영 김 의원은 1975년 미국령 괌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한국이 전쟁의 참상을 딛고 일어서던 때를 피부로 느낀 경험이 현재 그녀의 인·태소위원장 직무에 바탕이 되고 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거리에서 사탕을 던지는 미군을 보던 어린 소녀의 기억’을 언급한 영 김 의원은 “한국은 내가 어렸을 때 알던,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오늘날 고도로 발전된, 도움을 주는 국가로 변모했다”며 “경제대국 세계 10위를 자랑하고 혁신기술 개발에서 세계를 선도하며, 자유세계의 안보와 글로벌 문제에서 믿음직한 파트너로 탈바꿈했다”고 밝혔다.

영 김 의원은 “한국전쟁의 참상에 관한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일방적 양보로 김정은 정권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즉 채찍은 적게 가하고 당근을 많이 주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러한) 일방적 양보를 명문화하고 공식적인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법안이 최근 미국 하원에 재발의됐다”며 ‘한반도평화법안'(HR.1369)을 거론했다.

이 법안은 ‘한국전쟁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 미국인 북한 여행 허용 등’으로 요약된다. 2021년 5월 처음 발의됐으나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고 올해 3월 다시 발의됐다.

법안에 관해서는 북한에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내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발의자는 민주당 브래드 셔먼 의원이며 민주당 내 진보세력을 중심으로 일부 공화당 의원을 포함해 총 19명이 참여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주류 세력에서도 별 호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 김 의원은 “문제는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이전의 시도들을 일관되게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1992년2월 남북기본합의서,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을 비롯해 가장 최근에는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까지 북한이 남북합의를 맺고도 준수하지 않은 사례들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약속하는 말은 많지만, 평양 측의 실질적 후속 조치는 거의 없다”며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준비하는 상황을 두고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의무에 충실했다고 정직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 김 의원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신뢰할 수 있는 협상가가 아니며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피하려 불법적인 활동을 하고, 정전협정을 무효라고 선언했다”며 “그는 자신은 믿을 존재가 아니란 걸, 그리고 자신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걸 몇 번이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김정은 정권의 외무성 부상은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의 평화 요구(종전선언 제의)를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이 2021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의하고 이틀 만에 북한 리태성 외부성 부상이 발표한 반대 성명을 가리킨 것이다.

리 부상은 종전선언 제의는 반기면서도 “종전을 선언한다고 해도 종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인 미국의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선결조건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국내 전문가 사이에서는 북한은 종전선언 선결조건으로 유엔군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의 협상을 원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영 김 의원도 이번 기고문에서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의 전제 조건은 주한미군 철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1953년 휴전 협정 체결 후 한국에 주둔해 온 이 군대가 북한의 또 다른 침략인 핵 공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녀는 “윤 대통령은 작년 대선 후보 시절에도 ‘문서와 잉크로는 안보와 평화를 지킬 수 없다’며 종전협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것은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의 평화는 말만으로 이룰 수 없고 행동이 필요하다. 구속력 있는 보장은 오직 힘을 통해서만 보장될 수 있다. 평화에 진정한 관심이 없는 권위주의자에게 양보하는 것은 더 많은 침략을 촉발할 뿐”이라며 1938년 영국과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양보한 사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자유세계가 구체적으로 행동에 나서지 않은 것 등 역사적 사실들을 예로 들었다.

영 김 의원은”한국전쟁의 폐허에 대한 희미해지는 기억은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보여준다”며 역사적 사건과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함을 거듭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