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검찰, 중국군 관련성 감추고 비자 취득한 中 유학생 체포

한동훈
2023년 08월 8일 오후 5:14 업데이트: 2023년 08월 8일 오후 5:14

중국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대학에서 연구했던 경력을 감춘 채 미국 입국비자를 취득한 중국인 유학생이 체포됐다.

미 뉴욕 서부 연방지방검찰은 지난달 3일(현지시간) 뉴욕주립대(버팔로대) 항공우주공학과에 재학 중인 중국인 장자쉐보(28)를 비자 사기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비자 사기는 유죄가 입증될 경우 최고 10년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버팔로대 진학을 목적으로 2021년 6월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 F-1 학생비자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협력관계에 있는 베이징 항공항천대학 이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미국은 학생 비자 신청 수속 시 과거에 재적한 교육기관을 모두 공개하도록 신청자에게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장씨가 제출한 신청서에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장씨의 학력과 연구활동이 기재됐으나 중국 베이징 항공항천대학에 재학했던 사실은 빠져 있었다.

이 대학은 중국 국방산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국방 7교(國防七子) 중 하나이며 국방연구 전담 실험실 9개를 운영 중이다.

국방7교는 1961년 중화인민공화국(중공) 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가 지정한 7개 대학으로 상하이 교통대, 하얼빈 공업대, 베이징 이공대, 베이징 항공항천대, 난징 항공항천대, 전자과기대, 시베이(西北)공업대학이다.

장씨가 학력을 모두 기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작년 12월 그가 미국 퍼듀 대학과 미시간대학의 공기역학 박사과정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들통났다.

그가 제출한 이력서가 과거 학생비자 신청 때 미 대사관에 제출했던 이력서와 달랐기 때문이다. 박사 과정 지원을 위한 이력서에는 베이징 항공항천대에서 이 대학 국방연구부서 부국장 장총원, 자오전쉰, 왕진쥔 교수 등을 사사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장씨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베이징 항공항천대 유체역학 국가실험실 등에서 교육을 받고 연구를 수행했으며, 이 실험실은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 제29 기지에서 대학 측과 공동으로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의 지적재산 절도에 이용되는 중국인 유학생들

미국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 중 하나다. 국제교육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 입학한 중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 20년간 급증해 2000년 6만 명에서 2020년 31만7천 명으로 약 5배로 증가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중공 바이러스)로 입국이 제한된 2021년에는 그 수가 29만 명까지 감소했지만 미국을 찾은 유학생의 대부분을 중국인 유학생이 차지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지난 2020년 5월29일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은 미국의 민감한 기술과 지식재산을 빼가려는 중국 공산당의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자를 대상으로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행정명령( 포고령 10043)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중국 공산당 정부가 진행하는 ‘군민융합 ‘을 지원하는 조직에 관여하거나 과거에 관여한 자에 한해 F(학생)비자나 J (교환방문)비자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했다.

행정명령에서는 “군사 근대화를 진행하는 중국은 미국의 기밀기술과 지적재산을 획득하기 위해 중국 학생을 이용하거나 공모에 가담하게 할 위험성이 높다”며 “(이 같은 행위가) 우리의 장기적인 경제 활력과 미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에는 이 행정명령에 의해 비자가 거부된 중국인 유학생 1천 명 이상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이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의해 보도된 바 있다.

‘즈후(知乎)’ 등 중국 지식 플랫폼에는 “국방7교에서 연구생으로 있었는데 유럽이나 미국 유학 때 비자가 거부되나”, “10043에 해당하는데 캐나다 대학에 유학할 수 있나” 등등의 질문을 확인할 수 있다.

FBI도 중국은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기업·대학으로부터 인공지능 연구 등의 정보 수집을 하며 거리낌 없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