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학생들, 中 대사 방문에 항의…‘중국학생연맹’이 방해

한동훈
2024년 04월 23일 오후 2:20 업데이트: 2024년 04월 23일 오후 8:47

교내 중국학생연합 회장 추정…공산당과 관련성 의혹도

주미 중국대사 방문에 항의하는 하버드대 학생들을 폭행한 중국인 남성이 이 대학 중국학생연맹 회장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셰펑 주미 중국대사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이 주최한 ‘케네디 중국 포럼’에 초청받아 연설자로 나섰다.

그러나 행사 도중 청중석에 있던 이 대학 학생 3명이 중국 공산당의 신장·티베트 학살, 홍콩의 자유 박탈, 대만 무력 위협 등에 항의해 셰펑 대사와 주최 측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당시 현장 영상에서는 첫 번째로 항의한 아시아계 학생이 장발의 젊은 중국인 남성에 의해 행사장 밖으로 거칠게 끌려가는 장면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보안요원들이 남성을 도와 여성을 데려갔고, 다른 두 명의 학생들은 제지를 받긴 했지만 첫 번째 학생처럼 거친 대우를 받진 않았다.

끌려나간 아시아계 학생은 대만계 미국인 재학생인 우팅화(吳亭樺)로 알려졌다.

사건이 공개된 후 소셜미디어에서는 미국과 같은 자유 국가에서 왜 시위하는 학생들이 ‘공산주의 중국에서와 비슷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에 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시위를 제압한 장발 중국인 남성의 신원과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에 관한 추적도 시작됐다.

‘궁즈션 미스터 션’이라는 계정명을 사용하는 ‘엑스(구 트위터)’ 이용자는 장발의 중국인 남성이 하버드대 중국학생연맹 회장인 저우훙지(鄒宏基)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저우훙지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중국의 네터티브를 알리는 데 헌신하는 인물’로 평가받는 샤오펀훙(공산당의 정치선전에 세뇌된 극단적 중국 청년집단)이다.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에 공개된 현장 영상(좌)과 문제의 중국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에 관한 인터넷 게시물(우) | 엑스 @Terenceshen 캡처

베이징 출신의 저우훙지는 쌍둥이 동생 저우훙이와 함께 2023년 베이징 듀크쿤산대학을 졸업한 후 하버드 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에 있다.

미스터 션은 “저우홍지는 베이징 하이뎬 지역에 거주하는 중국 공산당 간부 집안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장려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실제로는 중국 공산당을 미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은 다수의 중국인 학생들이 재학 중이며, 중국 공산당 정권과도 수년 동안 긴밀한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 제2의 당교(당 간부 사관학교)’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번 사건은 미국 내 여러 대학에 설치된 중국인 학생회의 기능에 관한 의혹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인 학생회는 중국인 학생들의 친목과 지원 등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현지 중국 대사관 및 영사관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학생회 주요 간부들은 중국 공산당 외교관리들의 지시에 따라 비밀스러운 공작을 수행한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한편, 중국대사의 하버드 방문에 항의한 3명 중 대만계 미국인을 제외한 다른 학생 2명은 대만 혹은 티베트 출신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