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길, 24절기] 생명의 비, 곡우(穀雨)…봄비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날

연유선
2024년 04월 18일 오후 5:44 업데이트: 2024년 04월 18일 오후 5:59

24절기 중 여섯 번째,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입니다.

곡우(穀雨)의 ‘곡(穀)’은 곡식을 뜻하며 ‘우(雨)’는 비를 말합니다. 두 단어가 합쳐져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곡우에 모든 곡식이 잠을 깬다고 하여 논에 못자리를 합니다. 못자리는 논에 모내기를 하기 전에 미리 볍씨를 뿌려서 모를 기르는 것입니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와 같이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이 전해지는데요.

곡우가 되면 농사에 가장 중요한 볍씨를 담급니다.

볍씨를 담아두었던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둡니다. 이때 초상집에 가거나 부정한 일을 당하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불을 놓고 그 위를 건너게 하여 악귀를 몰아낸 다음 집 안에 들이고, 집 안에 들어와서도 볍씨를 보지 않게 했는데요.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거나 만지게 되면 싹이 잘 트지 않아 그해 농사를 망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곡우 무렵은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전라남도나 경상남북도·강원도 등지에서는 깊은 산이나 명산으로 곡우물을 먹으러 갔습니다.

곡우물은 주로 산다래나 자작나무·박달나무 등에 상처를 내어 거기서 나오는 수액을 말합니다.

지리산에서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곡우에 약수제를 지내고, 조정에서 파견된 제관이 지리산 신령에게 다래차를 올리며 태평성대와 그해의 풍년을 기원했습니다.

또, 곡우 때가 되면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하여 격렬비열도 부근에 올라옵니다. 그때 잡는 조기를 특히 ‘곡우살이’라 합니다. 이 시기 조기는 살이 연하고 맛있다고 전해집니다.

봄을 떠나보내고 여름을 맞이하며 생기 넘치는 일상을 보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