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길, 24절기] ‘맑고 푸르른 하늘’ 청명(淸明)…봄을 맞이하는 부지런한 자세

연유선
2024년 04월 3일 오후 6:18 업데이트: 2024년 04월 3일 오후 6:18

24절기 가운데 다섯 번째 절기 청명입니다. 청명은 맑을 청, 밝을 명을 쓰는데요.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입니다.

청명은 한식 하루 전날이거나 때로는 한식과 같은 날이 됩니다. 오늘날 대개 식목일과 겹치기도 합니다.

청명은 24절기 중 유일하게 중국의 4대 명절에 포함된 절기입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의 기록에 따르면, 이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칩니다.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해 문무백관 그리고 360개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줍니다.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온 백성이 한 불을 씀으로써 같은 운명공동체로서의 소속감을 높였습니다.

농사력으로는 청명 무렵에 가래질을 시작하고 밭을 갈아엎는 봄밭갈이를 하는데, 이는 농사를 준비하는 작업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청명에 날씨가 좋으면 그해 농사가 풍년이 들고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점쳤습니다.

또 이날에는 ‘내 나무’라 하여 아이가 혼인할 때 농을 만들어주기 위해 나무를 심기도 했습니다. 연정(戀情)을 품은 아가씨가 있으면 그 아가씨의 ‘내 나무’에 거름을 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시하기도 했죠.

이제 꽃샘추위의 춘분도 지났겠다 더 이상 추운 날씨를 핑계로 일을 미룰 수 없습니다.

따라서 청명에는 성묘하기, 집 안 수리하기, 비석 세우기 등 그동안 미뤄왔던 일들을 본격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 날씨 좋고 따뜻한 청명에는 무엇이든 잘 자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속담입니다.

우리 모두 맑고 밝은 봄기운을 느끼며 그간 미뤄온 일들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