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계급투쟁·대중통제 조치 재도입…‘풍교경험’의 그림자

제시카 마오(Jessica Mao), 마이클 주앙(Michael Zhuang)
2023년 11월 30일 오후 8:26 업데이트: 2023년 12월 1일 오후 3:50

부동산 위기, 글로벌 성장 둔화,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인해 최근 중국 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중국공산당이 다시 한번 혹독한 계급투쟁을 소환하는 모양새다. ‘풍교경험(楓橋經驗)’이다.

풍교경험은 1960년대 초반 중국공산당이 저장성의 풍교 지역에서 지역 주민들을 동원해 ‘4가지 범주’의 사람들을 ‘감시하고 개혁하기’ 위해 시작한 대규모 정치운동이다. 4가지 범주의 사람들이란 중국공산당이 지주, 부농, 반혁명분자, 악당으로 지정한 이들로,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공산주의의 적으로 간주되는 이들을 숙청하고자 했던 중국공산당은 풍교경험을 장려했다. 공산당 정권의 반대 세력을 뿌리 뽑을 생각이었던 마오쩌둥은 1963년 군중이 군중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게 한다는 명목 아래 중국 전역에서 풍교경험을 추진하라고 명령했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옛 잔재들을 처리하는 식으로 펼쳐졌지만, 실상은 혹독한 계급투쟁이자 무분별한 인민재판이었다. 그 결과, 4가지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된 많은 사람이 살해당했다. 무수한 지식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문화대혁명의 사실상의 단초가 풍교경험이기도 하다.

지난 2005년 8월 18일(현지 시간) 중국 산시성 시안의 민원실 앞에서 한 여성이 숨진 아들의 사진을 든 채 울고 있다. 여성은 자신의 아들이 지역 관리들에게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ST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계급투쟁 재도입

과거 풍교경험을 통해 대중을 통제했던 중국공산당은 최근 몇 년 사이 해당 전략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지난 22일(이하 현지 시간)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신시대의 풍교경험’을 채택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논평을 게재했다. 이달 중국공산당 선전 격월지인 ‘홍기원고’도 같은 주제의 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이달 6일 당 하급 간부들에게 풍교경험을 홍보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지난 9월 저장성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풍교경험이 시작된 마을을 찾기도 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기업가 멍준은 에포크타임스에 “풍교경험은 실제로는 중국공산당이 사람들을 재교육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멍준에 따르면, 중국 정권은 대중이 서로를 감시하고 정부에 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멍준은 “문화대혁명이 일어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중국공산당은 여전히 이런 전략을 실행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전략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필연적으로 과거의 풍교경험보다 더 나쁜 조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에포크타임스의 인터뷰에 응한 전 중국공산당 간부인 왕루이첸 역시 “풍교경험은 중국인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감독하며 공포와 자기 검열의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강요하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중국공산당 입장에서 풍교경험은 정권 지도부가 대중을 통제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준다. 하급 관리와 일반 국민이 서로를 감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부유층 겨냥

해외 자본이 대규모로 철수하는 등, 중국 경제는 현재 침체기에 빠져 있다. 이에 중국공산당은 자국 부유층의 자산을 표적으로 삼기 시작했다.

왕루이첸은 중국공산당이 부유층을 표적으로 삼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중국공산당 내 엘리트 계층 역시 매우 부유하지만, 중국공산당이 노리는 부유층은 당과 무관하게 성공한 개인을 의미한다. 중국 민간 부문의 부유층은 자신의 길을 개척함으로써 자수성가한 사람이 많다.

왕루이첸은 “부자라고 해서 반드시 중국공산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 중국공산당은 부유층은 물론, 민주주의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을 겨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멍준 또한 이에 동의했다. 멍준은 “중국공산당 입장에서 자국 부자들은 도살할 양과 같으며, 중국공산당이 풍교경험을 추진하는 목적은 부자들의 부를 박탈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마윈 중국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Jaime Reina/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숙청 위험

지난달 미국 시사 주간지 ‘뉴요커’는 “중국공산당은 자산 규모가 3000만 위안(한화 약 54억5000만원) 이상인 중국 개인들의 명단을 파악하고 자산의 20%를 당국에 넘기지 않을 경우 엄격한 세무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기업가 후리렌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공산당이 부자와 기업가들의 자산을 갈취하는 관행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이제 규모가 더 커졌다”고 전했다.

멍준은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완다그룹의 왕젠린, 밍톈그룹의 샤오젠화, 안방보험그룹의 우샤오후이 등 이전에는 중국공산당의 지원을 받던 초부유층은 모두 숙청당했다. 그리고 일부는 매우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고 언급했다.

“50억위안(약 91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다우그룹의 쑨다우 회장을 봐라. 중국공산당의 다우그룹 매각은 노골적인 강탈이었으며, 심지어 쑨다우 회장은 징역 18년형을 받고 재산 대부분을 자선 단체에 강제 기부했다. 중국에는 이와 같은 사례가 많다. 아무리 유명하든, 아무리 성공했든, 중국공산당을 이길 수 없다. 모든 것이 중국공산당에 달렸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