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절망에서 일어서다…구스타프 말러 ‘부활’ 교향곡

케네스 라파브(Kenneth LaFave)
2024년 05월 7일 오후 6:35 업데이트: 2024년 05월 7일 오후 6:35

오스트리아 제국(현 체코) 출신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2번은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허무주의를 타파하고 신앙과 희망에 대해 깨닫는 간접 경험을 선사한다.

구스타프 말러의 내각 사진, 1893년. 레온하르트 벌린-비버 | 퍼블릭 도메인

전설적인 오페라 지휘자이자 혁신적인 교향곡을 다수 남긴 인물로 평가받는 말러는 반세기 동안 9개의 교향곡과 수십 곡의 가곡을 남겼다. 그의 음악은 20세기 중반부터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등과 함께 최고의 교향곡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국 월간지 ‘BBC뮤직’이 저명한 지휘자 151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향곡 20곡을 선정하는 설문조사에서 말러의 작품 2곡이 뽑혔다. 그의 유작인 9번 교향곡은 4위, 2번 교향곡은 5위를 차지했다.

약 80분에 이르는 길이를 자랑하는 2번 교향곡은 ‘부활’이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이자 말러에게 예술, 정신적 전환점이 되어준 작품이다. 그는 이 곡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음악적 깊이와 폭을 확장했고, 비로소 진정한 작곡가로 거듭나게 됐다.

음악과 비극

말러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선술집을 운영하며 14남매를 키웠다. 그는 피아노를 즐겨 연주했던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빠져들었다. 또한 그의 주변에는 항상 민요, 춤곡, 군악대의 음악이 함께했고, 이러한 유형의 음악이 그의 예술적 관념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장례식에서 연주되는 곡 또한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형제 중 7명이 유년기를 넘기지 못했다. 가족의 장례식은 비극적인 연례 행사처럼 치러졌다. 여기서 영향을 받아 그의 교향곡은 죽음과 환희, 슬픔이 묘한 병치를 이룬다.

교향곡 1번

말러는 1888년 교향곡 1번을 완성했다. 이 곡은 숲과 산, 하늘, 꽃 등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신의 모습을 찬양하는 그의 헌신과 신앙이 반영돼 있다. 자연과 신을 찬양하는 아름다운 감정이 가득한 이 곡은 그의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성인식을 치르지 않았고 이후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그러나 그는 뚜렷한 종교적 이해나 신념 없이 단지 자연을 종교로 여겼다. 그는 “자연 앞에서 그 무한한 신비와 신성에 대한 경외감에 압도되지 않는 이들은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사람이다”라며 “모든 예술작품은 자연의 반영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죽음에 대한 이해

교향곡 1번에 나타난 그의 견해는 완벽하지 않았다. 그는 자연의 모든 것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1번 곡 3악장에는 장례 음악을 우스꽝스럽게 모방한 부분이 등장한다. 그는 이를 통해 죽음의 공포와 허무함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하지만 이후 그는 우연한 계기를 통해 죽음과 사후에 대해 한층 심오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는 교향곡 1번을 완성한 후, 자신이 죽어 꽃으로 둘러싸인 침대 위에 누워있는 꿈을 꿨다. 그 꿈에서 큰 영감을 받은 그는 ‘장례식’이라는 곡을 만들었다.

이 곡은 매우 공격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한 죽음을 이겨낼 수 없다는 허무주의를 담고 있다. 이 곡을 완성한 이후, 그는 곡을 확장해 결국 교향곡 2번을 창작하게 된다.

교향곡 2번이 완성되기까지는 약 7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는 죽음과 절망, 신에 대한 이해를 이 곡에 담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곡 ‘장례식’은 교향곡 2번의 1악장이 됐고, 이어진 2악장은 그와 다른 분위기를 조성한다. 부드럽고 행복한 분위기의 2악장에 대해 말러는 “죽은 영웅의 생전 행복한 과거 회상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절망의 외침에 응답하는 법

교향곡 2번 악보 원본의 일부 | 퍼블릭 도메인

2악장이 행복함을 통해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한다면, 세 번째 악장은 클레즈머(Klezmer·유대 민속 음악)와 유사한 진행으로 마치 술에 취한 듯 흥겹지만 혼란스러운 느낌을 준다. 말러는 3악장을 통해 신념을 완전히 잃고 인생에 대한 회의와 혼란을 겪는 감정을 묘사하고자 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선술집에서 자라며 형제자매의 절반이 죽음을 맞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거기서 환락과 원초적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건 필멸적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죽음과 구원, 신에 대한 믿음을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했고 결국 얻어낸 깨달음을 이 곡에 장엄하게 구사했다. 4악장은 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하나인 ‘원광(原光)’을 차용해 쓴 곡이다. 그는 이 악장에 신념의 재탄생을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희망을 담은 이 악장은 “나는 신에게서 났고, 신에게 돌아가리라. 신은 내게 작은 빛을 주시고, 영원하고 행복한 빛으로 가는 길을 비추시리라”라는 가사로 마무리된다. 4악장이 완성된 후, 교향곡 2번은 2년 동안 미완성으로 남아있었다.

빛을 만나다

1894년 말러는 친구이자 스승이었던 지휘자 한스 폰 뷜로(1830~1894)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그는 프리드리히 클롭슈톡(1724~1803)의 시 ‘부활’을 합창곡으로 편곡해 연주했다.

이 곡에는 “일어나라, 너는 죽음에서 일어날 것이다. 나의 먼지여, 잠시 쉬었다 가거라”라는 가사가 포함되어 있다. 이 시에서 큰 영감을 받은 그는 이어 자신의 가사를 덧붙여 교향곡 2번의 대서사시를 마무리한다.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 부활하리라, 내 영혼이여. 너는 일순간 부활하리라! 그대가 받은 고통 그것이 그대를 신에게 인도하리라!”

30분에 달하는 마지막 악장인 5악장은 절망의 외침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부활을 선포하는 합창은 2악장의 ‘장례식’에서 보이는 허무주의를 완전히 지워내는 놀라운 영적 깨달음과 기쁨의 황홀경을 나타낸다. 이 악장은 음악이 언어를 뛰어넘는 표현력을 지녔음을 절절히 깨닫게 한다.

부활

말러의 고별 연주회를 위한 콘서트 안내문. 교향곡 2번이 연주되었다 | 퍼블릭 도메인

말러는 교향곡 2번의 부제를 ‘부활’이라 지었다. 이는 죽음에 대한 자신의 비관적인 생각이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말러 자신의 생각과 영혼 또한 이 곡을 통해 다시 태어났음을 의미한다.

목관악기 16개, 호른 10개, 트럼펫 10개, 팀파니 3대, 대규모 혼성 합창단 등 거대한 규모의 연주자를 대동하는 이 교향곡은 그 규모만큼 장엄한 분위기와 많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생전 많은 곡을 남긴 말러의 작품 중 ‘부활’ 교향곡이 그의 최고 업적으로 꼽히는 데는 자기 삶이 투영되어 있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이 아름답고 웅장하게 표현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케네스 라파브는 작가이자 작곡가이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