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신당’에 與 “법과 원칙 무시한 행위” 野 “자중 요청”

황효정
2024년 02월 14일 오후 5:20 업데이트: 2024년 02월 14일 오후 5:2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총선에 대비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 여당이 “유죄 판결을 받은 조 전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총선을 이용하려 한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야당 또한 조 전 장관과 선거 연합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구자룡 비상대책위원은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분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라는 건전한 상식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총선은 범죄자들이 면죄부를 얻는 수단이 아니다. 의원 배지가 수갑을 푸는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구 비대위원은 “조국 씨나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 공천 서류를 작성하면 거의 범행 일지나 자기소개서 정도가 됐을 것”이라며 “당연히 그분들은 우리 당에서 공천받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온수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적 신뢰와 민의를 왜곡하는 행위로 자신만을 위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과 원칙을 명백히 무시한 것”이라며 “유죄 판결을 받은 조 전 장관은 이미 총선 출마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권성동 의원은 “조 전 장관이야말로 불법과 위선이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을 단연 잘 보여주는 인물”이라며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필요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조 전 장관은 이재명 대표의 거울”이라고 비난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후안무치”라고 표현하며 “특권과 반칙의 상징이 국회의원이 되는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조국의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논평 발표하는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연합뉴스

이날 조 전 장관은 부산 민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조 전 장관은 “4월 10일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 뿐만 아니라 복합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면서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행동하고자 한다”고 신당 창당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한 발 앞서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 대한민국의 변화를 끌어내는 강소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별개로 당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저는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고 빨리 행동하는 정당, 더 강하게 싸우는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선의 목표가 대통령 탄핵이냐는 질문에는 “넓은 의미에서 탄핵하려면 200석이 필요한데 얼마나 어려운 과제겠냐. 총선에서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를 앞으로 3년 반 동안 더 보고 난 뒤에 교체하겠다고 하면 그 뜻에 따라야 하고, 국민께서 3년 반을 못 기다리겠다고 생각하시면 또 그 뜻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이런 조 전 장관과 선을 긋는 모습이다.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조 전 장관과의 연대가 자칫 중도층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의 창당 선언 직후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 단장인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신당은)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절체절명의 선거에서 조 전 장관의 정치 참여나 창당은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할 것”이라며 “과도한 수사로 억울함이 있어도 진보개혁세력 승리를 위해 자중해줄 것을 간절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조국 신당’이 정권 심판 구도를 희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렇게 자격 없는 사람들이 선거에 나서면 결국 이번 총선은 ‘윤석열 심판’이 아니라 ‘문재인 vs 윤석열의 검찰개혁 연장전’으로 변질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망친 것도 부족해서 민주당까지 늪에 빠뜨리려는 생각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이튿날인 14일 “민주당 지도부나 저나 윤석열 정권을 물리치고 민생과 경제를 회복하는 것에 대한 마음은 같을 것”이라며 “민주당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저는 제 길을 가겠다”며 독자 노선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다른 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관해서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동의하는 정당과는 당연히 손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2박 3일간 영호남을 돌며 총선 행보를 본격화했다. 조 전 장관은 광주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고 “지금은 그런 문제를 고민할 때가 아니다. 조만간 창당의 윤곽이 드러난 후 당과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