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으로 중심축 옮기는 中 푸싱그룹

FAN YU
2015년 3월 31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24일

 2014년 12월 말 은행가들은 대부분 연말연시를 맞아 휴가 중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최대 리조트 업체인 클럽 메디테라니(Club Mediterranee, 이하 클럽메드)는 인수를 둘러싸고 한창 치열한 경쟁 중이었다.

클럽메드(Club Med)로 더 유명한 클럽 메디테라니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최대 휴양 리조트 업체다.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와 파트너인 이탈리아 글로벌리조트의 소유주 아드레아 보노미는 입찰 가격에서 밀려 클럽메드 인수를 포기했다.

클럽메드는 푸싱그룹(復星集團)에 낙찰됐다. 푸싱그룹은 총자산 3130위안(약 346조 6787억 원) 규모의 중국 최대 민간 투자 기업이다. 푸싱은 언뜻 봐도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way)와 비슷하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이끄는 미국 투자회사로, 자회사 60여 개를 굴린다.
푸싱은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로널드 페렐만의 투자사인 맥앤드류스앤포브스(MacAndrews &Forbes)와도 닮았다. 자세히 보면, 푸싱은 초기에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에 힘입어 성공 대열에 올랐다. 하지만 푸싱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공 내분과 중국의 불안한 경제로 고심하면서 공산당에 대한 의존에서 갈수록 벗어나려 하고 있다.

푸싱은 중국으로부터 자본도피를 공격적으로 감행하고 있다. 중공의 최후 운명에 발목 잡히지 않고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푸싱은 외국 기업 인수와 외국 부동산 구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클럽메드와 中 큰손들

푸싱의 클럽메드 인수 제의 가격은 주당 24.60유로로, 총 9억 3900만 유로(약 1조 2500억 원)에 달한다. 주당 24유로를 제안한 KKR은 클럽메드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세계적 휴양리조트 업체를 인수하기 위한 18개월의 입찰 전쟁이 끝났다.

클럽메드는 카리브 해, 유럽, 아시아를 가로질러 종합 휴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리조트 업체다.

최근 클럽메드는 상류층을 겨냥한 고급 서비스 전략에 나서면서 주주들에게 배당금 지급을 미뤄왔다. 매출이 2013년 14억 1000만 유로(약 1조 7167억 원)에서 2014년 13억 8000만 유로(약 1조 6802억 원)로 하락했고, 지난 2년 동안 연간 순손실 900만 유로(약 109억 5800만 원)를 기록했다.

프랑스 금융 그룹인 오도엔시에(Oddo & Cie))는 유럽의 경제 침체와 클럽메드의 최근 수익성을 고려해 볼 때 푸싱의 입찰가 9억 3900만 유로는 지나치게 높이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푸싱과 클럽메드 간에 상호이익이 있었다. KKR과 보노미에 대해, 클럽메드의 앙리 지스카르 데스탱(Henri Giscard d’Estaing) 최고경영자(CEO)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빠른 반환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중국 최대 투자 지주회사 푸싱그룹의 궈광창(郭廣昌) 회장. | AFP/GETTY IMAGES

지난해 12월 초 데스탱은 그런 거래는 “클럽메드를 파산으로 내몰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클럽메드는 푸싱이 장기 투자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2년부터, 중국 관광객 요우커(遊客)는 세계 최대 소비자로 급부상했다. 클럽메드의 2014년 연차 보고서를 보면, 클럽메드는 중국에 종합 리조트 2개를 가지고 있고, 기업 인수 그전부터 중국 관광객을 최우선 마케팅 타깃으로 삼았다.

푸싱은 부유한 중국 관광객들의 명품 여행 수요가 높다는 것을 안다. 동시에 클럽메드는 휴양리조트 공급 업체다. 그런 공급과 수요를 묶는 잠재력 때문에 푸싱은 클럽메드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겼다.

푸싱은 2월 인수를 마무리 지은 직후, 다른 외국 기업 지분을 사들였다. 3월 6일 푸싱은 영국 여행업체 토마스 쿡 그룹(Thomas Cook Group)의 지분 5%를 9200만 파운드(약 1560억 원)에 구매했다. 홍콩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푸싱은 이후 지분 보유율을 10%로 확대할 계획이다.

푸싱의 투자로 토마스 쿡과 클럽메드는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두 기업은 외국 여행을 하려는 중국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효과 증대로 이득을 볼 것이다.

중국서 푸싱의 영향력

푸싱그룹(復星集團)은 1992년 궈광창(郭廣昌) 회장이 상하이 푸단 대학 시절 친구 3명과 함께 설립했다. 푸싱을 직역하면 ‘푸단의 별’이란 뜻이다. 이는 푸단대 출신의 공동설립자 4명의 성공을 뜻한다.

중국공산당과 중공이 통제하는 중국 금융 시스템은 국유 기업들에 편파적이다. 중국서 대규모 민간 기업을 설립하는 것은 악명 높을 정도로 어렵다. 지방․성급․국가 관리들은 국유 기업에 더 많을 혜택을 준다.

순 자산 57억 달러(약 6조 3070억 원)를 일군 궈 회장은 수년 동안 입지를 넓혀 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990년대 중후반 중국 경제를 자유화하고 민간 기업을 증진하는 정책을 폈고, 이와 더불어 푸싱도 성장했다.

푸싱은 초기에 중국 제조업과 기계 및 중장비 부문에 많이 투자했다. ‘세계의 공장’이라 자칭한 중국이 수십 년 동안 제조업에서 호황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푸싱은 점차 중국 부동산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수많은 국유기업(SOE) 재건 사업에서 푸싱은 주요 민간 투자 기업이었다.

많은 중국 국유기업은 부패와 부적절한 사업으로 얼룩졌고 비대해졌으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일부 국유기업은 부패 정치인들의 돈세탁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

2013년 중국공산당 3중 전회에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위험을 분산하고 국유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을 억제하려는 시도에서 국유기업에 민간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로 했다.

푸싱은 사채를 끌어다가 국유기업 재건에 쏟아 부었다. 2014년 8월 자로, 푸싱은 21개 국유기업 재건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이런 투자 협의에 대한 세부사항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계약조건은 푸싱에 유리할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공산당 대변인격 매체인 신화사는 푸싱을 그런 개혁 프로젝트에 선도적 참여 업체로 자주 공식 보도했다. 또, 푸싱은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중국의 허술한 신용 시스템을 이용했다. 푸싱과 푸싱 계열사들의 부채와 대출 규모는 2014년 6월 30일 자로 840억 위안(약 14조 918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560억 위안(약 9조 9405억 원)이 계열사들의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융자를 얻은 돈이다. 푸싱의 2014년 은행 담보 대출 규모는 2013년에 비해 2배로 뛰었다.

현재 궈 회장 중공이 통제하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대표이다. 궈 회장은 전인대 대표 자리를 이용해 푸싱의 이익을 도모했다. 미국서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을 대준 기업인들에 이권을 주면 기소된다. 하지만 중국에서 궈의 경우, 국회의원이 기업인이다. 중국의 성급과 지방 당국이 전인대 대표들을 임명하고, 중국공산당이 이를 승인한다.

해외 자본 도피

지난 5년 넘게 푸싱은 서방 기업으로 눈을 돌려 투자 범위를 확대했다. 푸싱은 의류업체 세인트 존(St. John)과 주얼리 제조업체 폴리폴리(Folli Follie) 같은 유명 브랜드들도 보유하고 있다.
푸싱은 미국 부동산에도 손을 댔다. 지난해 뉴욕 맨해튼 시내에 있는 60층짜리 ‘원체이스맨해튼플라자’ 건물을 7억 2500만 달러(약 8000억 3750만 원)에 매입했다. 이 빌딩은 원래 JP모건체이스의 ‘체이스 맨해튼 은행’ 본사였다.

토마스 쿡 항공(Tomas Cook Airlines) 에어버스 A320 편이 2014년 10월 11일 프랑스 북부의 릴르(Lille) 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중국 투자기업인 푸싱그룹이 올 3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국 관광업체 토마스 쿡의 지분 5%를 사들였다. | PHILIPPE HUGEUN/AFP/GETTY IMAGES

동시에 푸싱은 그간 투자해온 중국 부동산 몇 건을 처분했다. 푸싱의 부동산 개발 계열사인 상하이푸디(上海复地, Shanghai Forte Land)는 2014년 상반기 동안 11만 1483m²에 해당하는 부동산을 처분했다.

최근 몇 달간 푸싱은 외국 자산 입찰에 훨씬 더 공격적이었다. 2주 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푸싱은 뉴욕에 본사가 있는 세계 3위의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 Inc.)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푸싱의 외국 투자 탐닉 시점이 그야말로 절묘하기 그지없다. 중국은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 위안화 약세, 국내 자산 가치 붕괴로 자본 도피가 난무하고 있다.

글로벌 독립리서치 기관인 영국 롬바드스트리트리서치(Lombard Street Research)의 다이애나 초이레바(Diana Chyleva)가 최근 시행한 연구를 보면, 2014년 3․4분기에 중국의 자본 유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년 동안 자본 유출이 중국을 강타하고 있다. 푸싱은 중국 제조업과 부동산 부문에서 상세한 정보와 당국의 정책에 빠삭하다. 이런 푸싱이 서방의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

‘견습생’

푸싱그룹 궈광창 회장은 미국 투자가 워런 버핏과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를 본보기로 생각한다. 2011년 궈 회장은 버크셔해서웨이를 푸싱이 본받아야 할 기업으로 정했다.

지난해 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버핏의 “견습생”이라며, “우리는 버핏의 투자 방법을 배우고 있다. 우리는 버핏의 신봉자로 강점을 개발해 중국서 성공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버핏과 궈 회장은 가치 투자를 추구한다. 하지만 푸싱과 버크셔를 가르는 요인은 버크셔의 초대형 대차대조표다. 이 때문에 버핏은 거래 자금을 저렴하게 동원할 수 있다.

버크셔의 막대한 대차대조표는 대부분 보험 자회사인 자이코(Geico)와 젠리(Gen Re)가 보험료로 걷어 들이는 자본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궈 회장은 푸싱도 “앞으로 투자력을 향상하기 위해 보험 회사”를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푸싱의 보험회사 매입은 버핏을 단순히 따라 하는 차원을 넘어 더 큰 규모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공산당 내 지각변동은 예사롭지 않다. 푸싱이 정치와 사업 연계를 잃으면, 수익성 좋은 국유기업 재건과 다른 유리한 조건의 거래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자산 동결 같은 훨씬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또, 불안한 중국 경제, 다시 말해 위안화 약세로 푸싱의 투자는 평가 절하될 수 있고, 레버리지 효과를 상실할 수 있다.

궈 회장이 불안한 중국 정세와 경제, 그로 인한 잠재적 충격을 생각한다면, 그는 충격 완화를 위해 자본 투자처를 외국에서 찾으려 할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사들은 보험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보험 포트폴리오는 투자사들에 안정적이고 영구적인 대규모 자금 조달처다. 현재 저 이율 상황에 힘겨워하는 보험․연금 회사들이 투자․사모펀드 기업과 협력한다면 더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난해 푸싱그룹은 포르투갈 최대보험사 카이샤 세구로스(Caixa Seguros)를 인수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사모펀드 그룹 아폴로 매니지먼트(Apollo Management)의 보험 사업 지분도 사들였다. 작년 12월 푸싱은 미국 미시간에 본사가 있는 메도우브룩보험그룹(Meadowbrook Insurance Group Inc.)을 4억 3300만 달러(약 4787억 6810만 원)에 매입했다. 현재 미국 보험 감독 당국이 거래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승인이 떨어지면, 이는 푸싱의 첫 미국 자산 인수이자, 중국기업이 미국의 상해 보험회사를 소유하는 첫 사례가 된다.

푸싱은 보험회사들을 이용하면 중공의 자본 유출 제한을 우회할 필요가 없다. 자본 기반이 이미 미국과 유럽에 있게 된다. 푸싱의 공동 설립자 4명은 여전히 푸싱 주식의 50% 이상을 소유한다. 공동 설립자 4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지주 회사가 전체 주식 가운데 80%를 보유한다. 나머지 주식 20%는 홍콩서 공개 거래된다. 지주 회사 주식 60%는 궈 회장이, 나머지 주식은 공동설립자 3명이 소유한다.

푸싱은 기업자산이 2010년 880억 위안(약 15조 6420억 원)에서 2014년 3130억 위안(약 55조 6357억 원)으로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약 29%다. 푸싱의 최근 행보는 공격적이고 신중했다. 푸싱은 세계 경제 침체와 중국의 불안정한 정세를 이용해 해외 투자 기회를 잡고 있다. 중국 공산체제의 힘이 차츰 약해지는 가운데 푸싱이 카드 패를 적절히 던진다면, 중국의 버크셔해서웨이가 될 날도 머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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