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돔’ 뚫은 이란 극초음속 미사일…北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러 킨잘과 흡사

전경웅 객원칼럼니스트/자유일보 기획특집부장
2024년 04월 20일 오후 2:50 업데이트: 2024년 05월 7일 오후 3:15

이란이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 순항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99% 이상이 요격됐지만 이란 측은 15일 “극초음속 미사일 9발은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고 목표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구축한 5중 방어망을 뚫은 극초음속 미사일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미사일은 ‘파테흐-1’로 알려졌다. 그런데 외형, 특히 탄두를 장착한 2단부가 북한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2형 및 3형’과 매우 흡사했다.

◇ 이란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파테흐-1’, 이스라엘 ‘아이언돔’ 돌파 주장

이란은 지난해 1월 자체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며 ‘파테흐-1’을 공개했다. 이란 측 주장에 따르면 2단 고체연료 로켓을 추진체로 사용하며 사거리는 1400km가량이다. 탄두 중량은350~450kg가량이라고 한다. 핵탄두 탑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고 속도는 마하 13~15이며 서방국가의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할 수 있다고 이란 측은 주장했다. 이 미사일을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파테흐-1’은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이 2022년 1월부터 올해 초까지 시험 발사했던 것과 같은 분류다. 형태는 10m 이상의 길이에 폭은 1m 안팎으로 보인다. 탄두를 장착한 원뿔형의 2단 추진체 아랫부분에 작은 날개(카나드) 4개가 붙어 있다. 북한이 시험발사를 한 ‘극초음속 미사일 2형’ ‘극초음속 미사일 3형’과 흡사하다.

북한이 지난 4월 2일 쏘았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은 탄두부가 과거 발사했던 ‘화성-8형’과 비슷한 활공체(HGV)다. 이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자랑하는 DF-17과 같다.

반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여러 차례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2형과 3형은 ‘파테흐-1’과 매우 비슷하다. 2단 추진체와 탄두부만 따로 떼놓고 볼 때 북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2형 및 3형과 형태가 비슷하면서 이미 실전 배치한 미사일로는 러시아의 ‘킨잘’이 있다.

러시아 ‘킨잘’은 기존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이스칸데르’를 원형(原型)으로 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이스칸데르’의 고체연료 로켓엔진 대신 극초음속 추진이 가능한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했다고 주장한다. 덕분에 별도의 1차 추진체 없이 공중 발사만으로도 사거리 2000km, 속도 마하 10 이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란의 ‘파테흐-1’과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2형과 3형, 러시아 킨잘의 최고 속도와 사거리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미사일 디자인이 매우 흡사하다는 점과 지난 2년 사이 이란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다는 점은 비슷한 시기 세 나라의 관계 때문에 의문을 들게 만든다.

◇ 1980년대부터 무기 개발 협력해 온 이란-북한…두 나라 모두 러시아에 무기 공급

이란은 1980년대부터 북한과 무기 개발 분야에서 협력해 왔다. 북한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스커드 미사일 수출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도왔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이기도 한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는 지금도 이란에서 활동 중이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17일 “과거 양국 간 미사일 분야 협력 사례를 고려할 때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한 탄도미사일에 북한산 부품 또는 기술을 썼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탄도미사일에 들어간 원천 기술 가운데 북한이 제공한 것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국정원의 지적이었다.

러시아는 21세기 들어서 북한·이란과 일정 수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부터 두 나라와의 간극을 줄여왔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부터 두 나라로부터 무기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이란은 공격용 드론, 북한은 포탄을 시작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제공했다. 두 나라는 지난해 말부터는 무기를 대량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테헤란 방문 이후 이란은 자폭 드론 ‘샤헤드-136’과 ‘샤헤드-141’ 등을 대량 제공했다. 두 자폭 드론은 이스라엘 공격에도 사용됐다. 이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11월 러시아 모스크바 동쪽에 있는 옐라부가에 공장을 세워 러시아의 드론 생산을 돕고 있다. 최소 6000대를 제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또한 중국의 기술 지원으로 개발했다는 ‘파테-110’과 ‘졸파가르’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러시아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로이터통신>은 이란 군 관계자를 인용해 “올해 1월 초부터 선적을 시작, 최소한 4번 이상 이란으로 수출할 미사일을 선적했다”며 “앞으로 몇 주 안에 더 많은 미사일을 선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그에 대한 대가로 이란 군사용 정찰위성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쏘아 올렸다. 이 정찰위성 해상도는 1.2m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이란에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을 제공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최소 100만 발, 최대 200만 발의 포탄과 수십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및 발사대를 제공했다. 특히 북한은 KN-23과 KN-24를 주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일부 전문가 “이란제 자폭드론, 러 통해 北에 흘러들어가”

러시아는 이란과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공급받기만 한 게 아니라 양국 간 무기 거래를 도왔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로부터 자폭 드론 5대와 정찰 드론 1대를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이란·북한 간의 무기 거래만 증가한 게 아니라 러시아를 통해 두 나라가 무기를 서로 주고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9일 조상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교수는 <중앙일보>에 “북한 역시 도발 국면에서 미사일·드론을 섞어 쏘는 가성비 전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란산 ‘샤헤드’ 계열의 장거리 자폭 드론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 보면 북한보다 이란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기술이 더 우수하다. 이란 자폭 드론이 북한에 넘어갔다면 40년 넘게 무기 개발에 협력해온 두 나라가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기술을 공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기에 중국이라는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과 이란에 다양한 무기 기술을 전수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중국에 무기 기술 전수를 거부해왔다. 북한이 이란으로부터 러시아 기원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기술 등을 입수할 경우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미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개발한 중국에게 이란제 ‘파테흐-1’과 같은 미사일을 복제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다.

즉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공격용으로 ‘파테흐-1’ 같은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대량 생산해 배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패트리어트 미사일 위주로 요격체계를 갖춘 대만은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