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시위’ 1주년…유럽 反共 청년 “순회 전시로 기억 되살릴 것”

정향매
2023년 11월 27일 오전 11:00 업데이트: 2023년 11월 27일 오전 11:48

‘백지(白紙) 시위’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유럽에 거주하는 중국 출신 반공(反共) 청년들이 11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예술 작품이 가득한 미니밴을 타고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유럽 도시를 잇는 ‘인권 전시회’를 시작한다. 

백지 시위는 1989년 톈안먼 6·4 사태 이후 중국에서 발생한 최대 학생 시위다. 지난해 11월 24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엄격한 통제로 주민들이 대피하지 못해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사망자를 추모하고 당국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는 베이징, 상하이를 비롯해 다수 대도시로 번졌고 전국 대학 50여 곳 학생들이 백지 시위에 동참했다. 

행사 주최 측은 X(구 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썼다. “백지 시위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예술 작품 순회 전시를 통해 팬데믹 확산과 방역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한다. 사회 이슈와 집단행동에 관한 예술 작품을 수집해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리옹,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베를린·뮌헨, 폴란드 바르샤바, 체코 프라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런던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인권단체 ‘중국인권’의 저우펑숴 이사장, 위구르 인권단체 ‘세계 위구르회의’ 영국 이사 라히마 마흐무트,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 전무이사 루크 드 풀포드, 티베트 활동가 라그바 타시와 함께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1년 전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위한 묵념 시간을 가졌다. 

행사장에는 백지 시위 관련 그림, 포스터, 설치물, 시청각 작품이 다수 전시됐다. 이 가운데 플라스틱으로 만든 시진핑 조형물도 전시됐다. 해당 조각상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의 이미지를 모방했다. 사람들이 조형물 앞을 지나갈 때마다 스포트라이트가 켜지고 소리가 울렸다. 중국 당국의 감시와 검열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뜻이었다. 

영국 런던 ‘백지 시위’ 1주년 기념 행사장에 전시된 시진핑 조형물. | 자유아시아방송 사이트 캡처

주최 측 관계자는 “1년 전 중국 ‘백지’ 청년들의 목소리는 중국 공산당을 겨냥했지만, 당국의 언론 봉쇄로 인해 억제됐고 다수 시위 참가자가 체포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의 땅에서 살아가는 중국의 ‘마지막 세대’이자 백지 시위 이후의 세대로서 우리는 침묵당한 이들의 대변인이 될 것”이라며 “미술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이 소중한 역사를 보존하며 ‘백지’의 역사를 이어 나갈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마흐무트 이사는 중국 당국이 발표한 우루무치 화재 공식 사망자 수는 10명이지만, 세계 위구르회의가 파악한 결과 사망자는 수십 명에 이른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은 7년 전부터 위구르족을 강제 수용소로 보내기 시작한 것처럼 역사를 지우고 거짓을 은폐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쓰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영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중핑(가명)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백지 시위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위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줬다”며 “전시 작품을 보면서 많은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는 중국의 역사 왜곡에 맞서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행사장에서 전시된 일부 작품이다.

자유아시아방송 사이트 캡처
자유아시아방송 사이트 캡처
자유아시아방송 사이트 캡처
자유아시아방송 사이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