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광객 소비…자국서는 10만원 ‘찔끔’, 일본에선 260만원 ‘펑펑’

강우찬
2024년 05월 13일 오후 4:09 업데이트: 2024년 05월 13일 오후 5:26

중국인 관광객, 노동절 연휴 기간, 국내서 1인당 10만원
1분기 일본여행 소비액, 중국이 세계 최대…1인당 260만원
한국은 1인당 89만원…日 관광청 조사 대상 중 최하위권

중국 경제가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노동절 황금연휴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을 방문해 국내 관광 때보다 20배 많은 금액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식을 접한 ‘샤오펀훙(중국 공산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극단적 청년층)’들은 “핵오염수는 잊었냐”며 분노를 쏟아냈지만 반일 감정이라는 한계에 붙잡혀 문제의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일본 관광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소비액은 29만1천 엔(257만8천원)으로 아시아권에서는 1위, 전체로는 5위를 기록했다. 전체 1위는 호주로 1인당 37만3천 엔이었다.

관광객의 수를 감안하면 이 순위는 역전된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의 전체 소비금액은 중국이 3526억 엔으로 20.1%을 차지하며 1위였다. 그다음은 대만 2512억 엔(14.4%), 한국 2379억 엔(13.6%) 순이었다.

한국은 같은 기간 233만8천 명이 일본을 방문하며, 여행객 숫자만으로는 2위 대만(144만1천명), 3위 중국(118만7천명)을 큰 격차로 앞섰지만 1인당 소비금액은 10만2천 엔(약 89만원)으로 조사 대상국 2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한국인들이 일본을 많이 방문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알뜰한 여행을 즐긴 셈이다.

中 매체·SNS 일본서 사치품 매장 몰린 중국인 보도

한국과 중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 기준 각각 3만3417달러와 1만2541달러로 한국이 중국보다 2배 이상 많다.

하지만 일본을 방문한 양국 관광객의 1인당 소비액을 보면 역으로 중국인이 한국인보다 2배 많은 돈을 썼다. 중국인 관광객의 씀씀이가 훨씬 컸다는 이야기다.

중국 매체 ‘차오신문’에 따르면,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의 일본 여행 3대 소비 트랜드는 사치품 쇼핑, 저렴한 화장품 사기, 선물용 해수진주(海水珍珠·양식진주의 일종) 구매다.

이번 노동절 연휴기간, 오사카와 도쿄의 샤넬, 루이비통 등 사치품 브랜드 매장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취재기자가 매장 앞에서 선 중국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매진됐다’는 푸념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이틀 동안 일본의 매장들을 돌아다녔는데, 줄 선 곳마다 다 매진돼 사고 싶은 걸 하나도 못 샀다”며 “한참을 기다려 겨우 들어간 샤넬 매장에는 가방은 모두 팔렸고 선글라스와 주얼리, 의류 몇 종류만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절 연휴기간,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일본 긴자의 루이비통과 이세이미야케 매장 입구에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서 기다리는 장면을 찍은 영상들이 다수 업로드됐다. 영상을 올린 게시물에는 “대부분 중국인으로 보인다”는 소개 글이 달렸다.

실제로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LVMH)의 일본 시장 매출은 1분기 32% 증가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은 각각 2%, 아시아는 일본을 제외하고 -6% 성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가들을 인용해, 중국 부유층이 엔화 약세를 틈타 일본에 건너가 루이비통 가방 같은 고가 상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잊었냐” 비난 여론 확산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플랫폼인 씨트립이 발표한 ‘5월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는 올해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 중에서는 일본이 1위를 차지했다.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에서 발표한 데이터에서도 올해 봄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여행지로 일본이 꼽혔다. 중국 여행업계 자체 조사에서도 상하이, 저장성, 광둥성 등 중국 내에서도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역 사용자들 사이에서 일본 여행이 주요 관심사로 집계됐다.

뜨거운 해외 여행 열기에 비해 중국 국내 여행 성적표는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중국 문화여유(관광)부가 발표한 노동절 여행 통계는 여행객 숫자만 놓고 본다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6% 증가한 2억950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1인당 소비액은 565.7위안(약 10만 6천원)으로 전염병 발생 전인 2019년에 비해 90% 수준으로 나타났다.

앞서 살펴본 일본 관광청의 1분기 외국인 관광객 소비 분석 자료에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평균 체류 일자는 6.5일이었다. 중국의 노동절 연휴(총 5일)에 맞춰 조정하더라도 중국인 여행객이 일본에서는 200만 원 이상을 쓰는 사이 자국에서는 그 20분의 1인 10만 원만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양측 간 격차는 중국 샤오펀훙들의 비난 여론으로 이어졌다. 중국 웨이보에는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소비액은 거의 30만 엔’이라는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 목록에 올랐다. ‘외국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아첨한다(崇洋媚外)’, ‘핵폐수는 말끔하게 잊었나(核廢水忘得一乾二淨)’ 같은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해시태그 게시물도 급증했다.

하지만, 샤오펀훙들의 친일매국 비난이 실제로는 그들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는 게 중화권 평론가의 견해다.

평론가 리닝은 “샤오펀훙들은 일본 여행을 즐기는 ‘부유층’을 비난하지만, 그 부유층 상당수가 중국 공산당원과 그 가족들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샤오펀훙이 충성하는 공산당이 그들이 가장 혐오하는 행위를 주도하는 집단이라는 지독한 아이러니”라고 논평했다.

이어 “오늘날 공산당은 ‘중국몽’을 내세우지만, 자신들이 부흥하겠다는 중화문명을 파괴한 장본인”이라며 “왜곡선전에 세뇌된 샤오펀훙들은 진실에 눈이 먼 상태로 정권의 ‘좌표 찍기’에 따라 어느 날은 일본, 또 어느 날은 대만, 한국, 미국을 물어뜯는다”고 지적했다.

리닝은 “중국 청년들은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되찾고 이성 대신 충동에 따르는 습성을 버려야 진정한 자기 삶을 회복할 희망이 있다”며 “주변국 역시 중국(인)과 중국 공산당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