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학원 폐쇄 방침에 中영사 찾아와 협박” 캐나다 교육감 증언

하석원
2021년 6월 25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25일

캐나다 뉴브런즈윅 교육감, 의회 청문회서 증언
“中 총영사 캐나다산 랍스터 수출 규제 들먹이며 위협”

캐나다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연말을 끝으로 중국 공자학원과 협력관계를 종료하기로 했다. 공자학원이 캐나다에서 중국 공산당 이념 선전 기관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캐나다 동부 뉴브런즈윅의 도미닉 카디 교육감은 21일 캐나다 의회 캐나다·중국관계위원회 청문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의 하위 기관으로, 공산당 이념을 캐나다에 침투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카디 교육감은 과거에 캄보디아와 네팔에 머물 때 중국이 10년간 경제적 수단을 사용해 이들 국가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격한 경험이 공자학원과 관계 단절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캐나다의 정치와 경제, 사회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을 관찰할 때, 캐나다가 공산주의 중국을 인정한 것이 외교 정책의 실패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공산당의 하위 기관인 공자학원이 캐나다 교육계에 침투하게 하는 빌미가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자학원을 운영하던 중국 교육부 직속기관인 국가한반 홈페이지에 따르면, 캐나다에는 2019년말까지 12개의 공자학원이 설립·운영됐다.

중국 정부는 공자학원이 스파이기관이라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지난해 공자학원 운영기관을 민간단체인 중외어언(언어)교류합작센터로 이관했으나, ‘간판만 바꿔달았다’는 비난이 이어지자 공자학원 운영기관을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로 다시 변경했다. 현재 국가한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중외어언교류합작센터로 연결된다.

카디 교육감은 2000년대 말부터 공자학원이 뉴브런즈윅에도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 수천 명의 초·중·고교생들이 이곳을 통해 중국어와 중국문화 수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공자학원은 대학 캠퍼스 등에 설립되지만, 공자학당(공자 클래스)라는 명칭의 특강 형태로 초·중·고에도 스며들고 있다.

카디 교육감은 “공자학원은 언어와 문화를 교육한다고 하지만, 정치 선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중국 지도를 그리게 한 뒤 대만과의 경계를 없애는 식이다. 톈안먼 사건 등 중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질문하는 학생들에게는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게 중국이 아닌 캐나다의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증언했다.

2018년말 부임한 카디 교육감은 그동안 공자학원 문제에 주목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 외교관의 압력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공자학원 관계 단절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 2019년 2월이다.

당시 뉴브런즈윅 주지사는 카디 교육감에게 중국 학교와 공자학원 운영을 유지하라고 요청했으며, 몬트리올 주재 중국 총영사도 카디 교육감의 사무실을 방문해 압력을 행사했다.

카디 교육감은 중국 총영사의 방문 경험에 대해 “정상적인 외교적 합의가 아니었다. 그는 경제 보복 등을 통해 공자학원 중단 결정을 뒤집으려 했으며, 이를 교육 문제가 아니라 양국 간 외교 문제로 확대하려 했다”고 했다.

카디 교육감은 중국 총영사가 뉴브런즈윅에 도착한 후 다른 정부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만났으며, 공자학원을 폐쇄하면 어떤 식으로든 중국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캐나다산 랍스터의 중국 판매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카디 교육감은 이 총영사가 자신을 포함해, 지역의 여러 정부 관계자들에게 중국 방문을 권하며 “중국을 방문해보면 생각(중국에 대한 우려)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당신을 환대할 것이며 당신을 데리고 이곳저곳 다니며 좋은 시간을 갖게 해주고 싶다. 중국을 둘러보면, 중국이 실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반복적으로 말했다고 했다.

카디 교육감은 중국 총영사가 “공자학원을 폐쇄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까지 펼쳤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나 지방정부가 현지의 공자학원을 문 닫는 것은 “중국의 민족 자결권과 국가 자치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카디 교육감은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총영사는 랍스터 이야기를 하며 내정 간섭 문제까지 거론했다”며 “이는 교육에 관한 결정 사항이므로 그런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는 중국이 캐나다를 포함해 서방 국가의 정치인 등 여러 인사를 중국으로 초청하면서 여행경비를 전액 부담하는 등의 유인책을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서방 국가의 정치인들이 갑자기 중국과 한패가 돼 거짓말을 하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 중국의 환대 다음 단계는 은밀한 위협이며, 점점 발을 빼기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경고에 청문회 참석자들은 공감했다.

카디 교육감은 중국 정부가 뉴브런즈윅에서 벌어진 일을 가지고 캐나다와의 경제 관계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 등 국가 대 국가 차원의 사안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의원들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캐나다·중국관계위원회에 “가치관이 우리와 다른 나라를 상대할 때는 일정한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며 “중국의 위협을 인식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한 카디 교육감은 캐나다 국영 C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인류 역사상 다른 어떤 정권보다 많은 생명을 죽였고, 공자학원의 임무는 중국 정부에 우호적이고 유쾌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의 첩보위성”

앞서 지난 5월과 4월에도 캐나다 의회에서는 공자학원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는 경고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달 3일에는 캐나다·중국관계위 의회 청문회에서 오타와 칼튼대의 저스틴 리 공자학원 원장이 증인으로 소환됐다.

리 원장은 “중국 정부에 그 어떤 것도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1989년 톈안먼 사건에 대해 질문을 받자 언급을 회피했다.

리 원장은 또한 의원들로부터 ‘칼튼대 공자학원이 중국에 어떤 메시지를 보냈느냐’는 질문을 받자 “베이징의 본부에서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고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다.

중국계 리 원장은 중국에 보고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온라인판인 인민망의 게시물에 따르면 리 원장은 중국 외교부 국제국의 관리 신분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4월 19일에는 국가 안보 및 정보 보안 전문가인 미셀 주노 카츠야 전 캐나다 안보정보청 관리는 캐나다·중국관계위 청문회에 참석해 “중국은 캐나다에 정보 수집을 위한 최전방 기관을 창설했는데, 그중 하나가 공자학원”이라며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을 위해 활동하는 ‘첩보 위성’”이라고 증언했다.

한편, 캐나다에서는 공자학원 퇴출 움직임이 간헐적이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어지고 있다.

2013년에는 온타리오주의 맥마스터대학이 공자학원과 협력관계를 종료했고, 토론토 교육청은 2014년 공자학원을 설립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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