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 채널4는 지난 29일(현지 시간) 다큐멘터리 ‘비밀과 권력: 영국에 침투한 중국’을 방영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중국 정부가 영국 학술의 자유를 간섭하는 실상을 폭로했다. 2002년 개국한 BBC 채널4는 다큐멘터리, 음악, 시사, 영화 전문 채널이다.
中, 英 노팅엄대학에 영향력 행사
영국 잉글랜드 노팅엄셔주에 있는 노팅엄대학은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영국 대학 중 하나다. 연구 중심 공립 종합대학으로, 2004년 중국 국무원 교육부로부터 중국 내 캠퍼스 개설을 승인받았다. 중국 캠퍼스의 모든 프로그램은 영어로 운영되며 영국 캠퍼스와 동일한 학위를 수여한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중국 캠퍼스의 학술 활동은 중국 당국의 검열을 받고 있다.
중국 닝보 캠퍼스 사회과학부 학부장을 지낸 스티븐 모건(Stephen Morgan) 노팅엄대학 명예 교수는 중국 공산당 관리들이 노팅엄대학 중국 캠퍼스에서 사용하는 모든 서적, 자료를 검열한다고 다큐멘터리에서 폭로했다.
모건 교수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학생들에게 교직원을 감시하도록 부추겼다. 그는 시진핑의 중국 헌법 수정을 반대하는 블로그 글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보직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서구 학술계에서는 최고 정치 지도자에 대한 비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노팅엄대학 닝보 캠퍼스 중국 공산당 서기는 해당 행위를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팅엄대학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소리(VOA)에 “중국 닝보 캠퍼스 관련 BBC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해외에서 운영하는 영국 기관은 현지 법률과 관습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팅엄대학에는 현대 중국 연구과정이 설치돼 있었지만 2016년에 폐쇄됐다. 2014~2016년 연구과정 주임 교수를 지낸 스티브 정(曾銳生) 현 영국 런던대학 동양아프리카연구학원(SOAS) 교수는 해당 다큐멘터리에서 “지난 2015년 시진핑의 영국 방문 시 대학 측은 나에게 언론 인터뷰를 삼가라고 했다. 한 해 전인 2014년에는 한 대만 정치전문가의 캠퍼스 내 연설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홍콩 태생 중국 정치 전문가인 정 교수는 중국 공산당을 공개 비판하는 인물이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군수공업 분야 중국과 협력
BBC 다큐멘터리는 영국 런던 소재 공립 이공계 종합대학교 임페리얼칼리지와 중국 군수업체의 협력 관계도 파헤쳤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임페리얼칼리지 산하 데이터과학연구소 궈이커(郭一科) 소장은 중국 상하이 대학 소속 연구원들과 함께 인공지능(AI)의 군사 분야 응용을 다룬 논문 여러 편을 공동 발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VOA에 따르면 임페리얼칼리지와 중국 대학의 협력 프로젝트는 종료됐고 영국 측은 중국 대학이 제공한 연구 비용을 반납했다. 그럼에도 중국 기관과의 군사 연구 협력은 잠재적인 안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게 VOA의 분석이다.
중국인민해방군 연계 조직, 다수 영국 대학 후원 정황도
임페리얼칼리지뿐만 아니라 다수의 영국 대학이 중국의 후원을 받아 온 정황도 포착됐다.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 ‘시비타스(Civitas)’가 올해 11월 영국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영국 대학은 지난 5년간 인민해방군(중국군) 연계 조직으로부터 막대한 액수의 후원금을 받았다. 영국 정부가 중국 기업 화웨이를 영국 내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배제한 후에도 영국 대학들은 해당 기업으로부터 약 1740만 달러(약 226억 원)를 지원받았다. 케임브리지대학도 중국군과 연계된 중국 기업과 협력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BBC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샘 더닝(Sam Dunning) 영-중 투명성위원회(UK-China Transparency Charity) 위원장은 “영국 대학들은 중국 민간기업과 협력할 때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다. 중국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은 중국에는 중국 공산당의 영향을 받지 않는 민간 기업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중국 당국은 수시로 민간 기업에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VOA에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