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론조사 기관 갤럽, 중국에서 철수

정향매
2023년 11월 6일 오후 2:43 업데이트: 2023년 11월 6일 오후 3:26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둔 여론조사 및 컨설팅그룹 갤럽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중 경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한편 중국 당국의 안보 감시가 강화되면서 사업 여건이 악화한 영향이 컸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갤럽은 이미 고객들에게 중국 내 사업장을 폐쇄할 것이며 일부 프로젝트는 해외로 이전하고 나머지는 취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갤럽은 지난 1993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기업에 마케팅 조사 분석을 제공하는 업체로서 베이징, 상하이, 선전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현지에서 직원 수십 명을 고용하고 있다. 

갤럽은 중국에 있는 사무소 세 곳을 모두 폐쇄할 예정이다. 중국 직원을 모두 해고할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갤럽이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매체는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지목했다. 

중국 당국은 외국 기업이 진행하는 여론조사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갤럽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론조사 기업이고 중국에 교육 및 트레이닝 부서가 있음에도 오랫동안 조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론조사 결과가 중국 당국에 불리하게 나오면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3월, 갤럽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중국에 호의적인 미국인은 15%에 그쳤다. 사상 최저치였다. 

이후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논평을 발표해 “갤럽의 여론조사는 중국을 봉쇄하고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도구”라며 “미국 정치 엘리트들이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신용을 떨어뜨리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FT에 따르면 갤럽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와중에 다른 다국적 컨설팅 회사도 중국 내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기술 중심 컨설팅 업체 포레스터리서치는 대다수 현지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를 해고했고, 올해 중국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었던 미국 경영 컨설팅 회사 거슨러먼그룹은 올여름부터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