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CEO들, ‘시진핑 만찬’ 후 탈중국 결정…“中에 희망 없어”

제니 리
2023년 11월 28일 오후 1:50 업데이트: 2023년 11월 28일 오후 2:14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찬을 가지며 이들이 긴장된 미중 관계의 중재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권의 탄압’이라는 비즈니스 리스크에 직면한 미 기업 CEO들은 시 주석의 회유에도 탈(脫)중국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시 주석은 샌프란시스코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열린 미 기업 CEO 및 영향력 있는 정치인 300여 명과의 만찬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시 주석은 연설에서 “현재 미중 관계는 ‘우리는 적인가, 파트너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중국은 미국의 파트너이자 친구가 될 의향이 있다”고 발언했다.

국제정치 전문가이자 코르 애널리틱스(Corr Analytics) 대표인 앤더스 코르는 에포크타임스에 “이번 만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수만 달러를 지불한 미 기업 CEO들은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중국 내의 비즈니스 환경 악화, 경제에 대한 중국 정권의 통제 강화 등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시 주석이 이 사안에 대해서는 협상할 여지가 없다고 못 박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은 이런 위협 요소를 견디지 못하고 중국 시장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탈중국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인 루시아 던은 에포크타임스에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공산당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의 기업 CEO들을 상대하기 위한 자신들만의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중국 매체들의 경제 관련 뉴스를 종합해 보면, 중국 정권이 중국 내 외국 기업의 수를 대폭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완전히 없애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현재 중국이 직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런 이유로 이번 만찬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 자본 유출

2023년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 중국 주식 시장의 외국 자본이 전체 중 약 75% 이상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매도한 주식의 규모는 250억 달러 이상이다.

최근 공개된 중국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인 직접투자부채는 지난 3분기 11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이 수익을 중국에서 빼고 있다는 뜻으로, 1998년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는 이번 만찬 행사에서 시 주석과 같은 식탁에 앉았다. 그러나 불과 두 달 전, 블랙록 글로벌 펀드는 신규 투자자의 관심 부족을 이유로 중국 플렉시블 주식펀드를 종료하기로 했다.

뱅가드그룹도 올해 초 중국 당국에 “중국 내 모든 사무소를 폐쇄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던 교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중국 내 위협 및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를 끊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23년 11월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동안 반공 시위대가 중국공산당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Gilles Clarenne/AFP via Getty Images

제조업 분야의 탈중국

미국의 제조기업들도 탈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인 인텔은 “미국 정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일부 제조 사업장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일부 제조공장을 중국에서 유럽 국가로 이전할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전자제품 제조기업인 델(Dell)도 비용 절감 및 효율성 개선 등을 이유로 탈중국 행렬에 동참했다.

던 교수는 “중국 개혁·개방 초기, 서방 국가의 기업들은 중국의 거대한 소비 시장과 저렴한 제조 비용 등에 매료돼 경쟁적으로 중국에 진출했다”며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요인들이 사라짐에 따라 기업들이 탈중국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 및 민간 부문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통제 강화는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 기업의 중국 이탈은 공장과 사무실 폐쇄는 물론 대규모 해고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의 공식 추산에 따르면 중국 내 외국 기업의 직접고용 규모는 4500만 명에 달한다. 여기에 관련 공급업체, 협력사 등까지 고려하면 중국인 수억 명이 외국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거짓말

코르 대표는 “이번 만찬 행사에서 보인 시 주석의 친선 제스처는 철저히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 주석은 중국이 미국의 친구이며 펜타닐로 인한 미국인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한다는 등 연설 내내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공산당은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해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며, 그 뒤에는 세계 패권을 차지하려는 야욕이 숨어 있다”고 전했다.

던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중국 정권 주도의 강제 장기적출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시 주석이 서구 문명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도덕적 원칙을 계속 무시한다면, 미국과 중국 간 파트너십의 미래는 불투명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