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신년 특별대담…100분간 다양한 국정 현안 두루 밝혀

이윤정
2024년 02월 8일 오전 3:22 업데이트: 2024년 02월 8일 오전 8:50

윤석열 대통령이 2월 7일 신년 특별 대담을 통해 집권 3년 차 국정 운영 방향 및 다양한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10시부터 100분간 방송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는 KBS 박장범 앵커와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담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촬영했다. 녹화 당시 윤 대통령은 종이나 프롬프터 없이 그동안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에는 집무실 현관과 로비, 국무회의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해외 정상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소개하는 내용도 담겼다.

“명품 가방, 매정하게 못 끊은 게 문제”

무엇보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정치공작”이라며 구체적으로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면서 “시계에다가 이런 몰카까지 들고 와서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2022년 9월)의 일”이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1년이 지나서 이렇게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제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와 동향이고 친분을 얘기하면서 왔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 이렇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며 “저 역시도 그럴 때가 많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부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와 관련해서 “국회에서 선정해서 보내고 대통령실은 (인사를) 받는 것”이라며 “이걸 갖고 민정수석실이다, 감찰관이다, 제2부속실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제2부속실 같은 경우는 지금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에 대해선 “비위나 문제를 사후에 감찰하는 것이지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 별로 도움은 안 되는 것 같다”며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해 자꾸 오겠다고 하니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건데 그걸 적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를 마친 뒤 집무실 복도에 걸린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과의 회담은 여당 지도부 무시하는 처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여부에 대해 윤 대통령은 “우리 당 지도부를 배제한 상태에서 야당 대표를 직접 상대하는 영수회담은 대통령이 집권 여당 지도부를 무시하는 게 될 수 있다”라며 “영수회담이라고 하는 건 우리 사회에서 없어진 지 꽤 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9개월이 지나는 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결심 사항이 필요한 거라든지 그런 단계가 됐을 때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자가 “검사 출신 대통령이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를 만나는 것을 꺼린다는 분석도 있다”고 하자 “(이 대표의) 재판이 진행 중인 것도 있지만, 정치는 정치고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형국에 대해서도 “해외의 경우 (야당의) 견제가 지나쳐서 일을 못 하게 한다면 여당에 힘을 조금 더 실어주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지만 국익과 국민의 이익에 대해, 정부 일에 대해 기본적으로 협조하면서 견제하는 국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동훈에 공천 관여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 관련한 질문에는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당 대표 위치나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입장”이라며 “사사로운 이런 게 중요하지 않고 그런 걸 앞세워서 어떤 판단을 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진행자가 “한 위원장과 소통하는지” 묻자 “정무수석을 통해 필요한 소통은 하고 있는데 직접 전화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선거 지휘나 공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가까운 사이였지만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고 답변했다.

“대통령실 참모진들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후광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단호한 어조로 “언론에서 가만히 안 있을 거고 비대위원장 취임 때도 당과 대통령실이 얼마나 거리를 두느냐가 총선의 관건이라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실 후광이라는 게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특혜는 아예 기대도 하지 말고 나 자신도 그런 걸 해줄 능력이 안 된다, 공정하게 룰에 따라서 뛰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윤 대통령은 이번 대담에서 △물가 관리 △금리 △의료 개혁 △의대 정원 확대 △저출산 △중대재해처벌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정치인 테러 △개 식용 금지 △한일관계 및 징용 배상 대법원판결 △한미관계와 미국 대선 △한중관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경제·안보 △남북 관계 및 핵 억지력 문제 등 민생경제와 정치, 외교·안보 등 다양한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