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커들, 가짜 SNS 계정으로 미국인 사칭… 美사회 분란 유도”

앤드루 쏜브룩
2023년 09월 11일 오후 9:20 업데이트: 2023년 09월 27일 오전 9:32

중국에 기반을 둔 해커들이 2022년 중간선거 기간에 미국 유권자를 사칭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지난 7일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으로 위장한 중국 해커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가짜 SNS 계정을 개설한 뒤 논쟁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했다.

이는 미국 사회의 분란을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중국공산당이 펼치는 ‘영향력 작전’의 일환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는 “2022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업계 파트너는 미국 유권자를 사칭하는 중국공산당 계열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발견했다”며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영향력 작전의 새로운 영역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 가짜 SNS 계정들은 미국인으로 위장해 실제 사용자의 댓글에 응답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일부 계정들은 반미(反美) 감정을 조장하는 이미지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런 이미지들은 AI로 생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작전이 AI 기술로 한층 강화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에 대해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는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향후 미국인을 상대로 펼치는 영향력 작전에서 더 활발히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 “앞으로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작전은 더욱 교묘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영향력 작전

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 메타는 중국과 연계된 ‘가짜 뉴스’ 계정 수천 개를 삭제한 바 있다.

메타는 “이 계정들은 세계 최대 규모로 펼쳐지는 중국의 영향력 작전과 관련이 있으며 친중 여론을 조성하고, 동시에 반미 선전을 퍼뜨리기 위해 온라인에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메타는 이 계정들을 스팸과 위장의 합성어인 스패무플라주(Spamouflage)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스패무플라주는 유튜브, 틱톡, 레딧 등 50개 이상의 플랫폼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고발했다.

거대 플랫폼 기업 메타의 로고 | 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보고서는 “스패무플라주는 지금까지 알려진 중국의 영향력 작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많은 플랫폼에서 약 230명의 온라인 인플루언서가 친중 여론을 조성하고 중국공산당의 사상을 전파하는 데 일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들이 독립적인 미디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중국공산당에 고용된 사람들이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패무플라주가 반미 감정을 조장하기 위한 음모론을 유포한 정황도 포착됐다. 여기에는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음모론도 포함됐다.

미국 약화

최근 중국은 미국을 약화하고 무너뜨리기 위해 고안된 인지전(Cognitive Warfare)의 일환으로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늘리고 있다.

2019년까지 중국은 공산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미국의 개방적인 미디어 환경을 악용했다. 인플루언서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온라인 선전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사이버 보안 회사 ‘레코디드 퓨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온라인 선전과 영향력 작전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세분화한 인구 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타겟팅 메시지’의 제작 및 유포에 주력하고 있다.

보고서는 “타겟팅 메시지를 제작하고 유포하는 가짜 계정 관리자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관련 지침이나 물질적 지원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분란을 일으키고 여론의 양극화를 유도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국을 무너뜨리려는 게 중국의 목적”이라고 경고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