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청년들 ‘아프리카 취업’ 인기…“中 경제 심각한 침체 방증”

정향매
2023년 10월 16일 오후 6:30 업데이트: 2023년 10월 19일 오전 11:05

“연봉 20만 위안(3700만 원)이면 아프리카 파견근무 고려할 거야?” 

지난 7월 말,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질문이다. 약 2억 명이 관련 글을 읽었고, 30만 명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뿐 아니라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훙수, 삐리삐리 등에 게시된 ‘아프리카 근무 경험담’ 영상도 수백만 명이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 창에는 아프리카 취업 방법, 회사 선택 노하우, 현지 보안 상황 등을 문의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영국 BBC 방송 중문판은 이런 상황을 소개하며 “중국에서 취업 경쟁이 심해지면서 점점 많은 청년이 아프리카 취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000곳에 원서 냈지만 취업 실패…결국 아프리카 선택”

방송은 아프리카에 취업한 한 중국 청년 천줘(20·가명)의 사연을 소개했다. 

중국 중부지역 농촌지역 출신인 천 씨는 충칭시의 한 일반 대학에서 국제무역을 전공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6개월 동안 중국 내 기업 1000여 곳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지난 3월 졸업할 때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천 씨에 따르면 그의 학과 졸업생 50여 명 가운데 졸업 전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십여 명에 그쳤다. 

올해 6월, 천 씨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아프리카 서부 국가 가나에 취직했다. 가족들은 그의 선택에 걱정이 많았다. 

천 씨는 방송에 “아프리카에 오기 전 걱정이 많았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잘 먹지 못하고 자주 앓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와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 씨에 따르면 가나 수도 아크라에 있는 한 쇼핑몰에는 다수 중국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쇼핑몰 근처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훠궈(샤브샤브)집, 노래방, 밀크티 매점, 술집이 즐비해 있다. 

천 씨는 그곳에서 중국의 지방 음식도 두루 맛볼 수 있었다. 

그는 “피부색이 검은 현지인을 보지 못했다면 중국에 있는 것으로 착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아프리카서 3년 근무하면 9300만원 모은다”

방송에 따르면 중국 청년들이 아프리카에 취업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높은 연봉이다. 

아프리카에 취업하면 무료 식사와 숙박이 제공된다. 대부분 중국 직원은 작은 1인실을 사용할 수 있으며, 회사는 이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중국-아프리카 왕복 항공료, 비자 수수료도 부담해 준다. 

다수 회사는 직원들에게 해외 파견 보조금, ‘어려움 극복’ 근로 수당, 상여금, 인센티브도 많이 지불한다.  

대학 졸업 직후 현 회사에 입사한 천 씨의 연봉은 최소 20만 위안(3700만 원)이다. 보통 해외 파견 사원은 1년 또는 3년마다 회사와 근로 계약서를 체결하기 때문에 천 씨는 앞으로 3년간 최소 50만 위안(약 9300만 원)을 저축할 수 있다. 

반면 그가 중국 도시에서 취직하면 약 1만 위안(185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데, 주택 임대료와 교통비 등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이런 이유로 천 씨는 “아프리카 생활에 만족한다”며 “지금 회사와의 계약이 끝난 후에도 이곳에 남아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中 당국의 아프리카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취업 시장” 

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언어로 중국을 연구하는 마리아 렙니코바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 국제교류학과 부교수는 방송에 “점점 많은 중국 청년이 아프리카에 있는 대형 중국 국영기업에 취업하거나 작은 단체 소속 심지어 개인 신분으로 아프리카로 가 창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렙니코바 부교수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아프리카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프라 건설, 기술 분야 프로젝트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취업 시장이 형성됐다. 하지만 이런 시장은 아프리카 전역에 골고루 분포된 게 아니라 특정 국가의 안보,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북동부 국가 에티오피아의 중국인 커뮤니티는 지난 4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으로 인해 위축됐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에티오피아를 떠난 중국인 중 일부는 귀국 대신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로 이주했다”고 렙니코바 부교수는 말했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대 무역 파트너였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2820억 달러(약 382조 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약 11% 증가한 액수다. 같은 시기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기업 수는 전년 대비 100% 증가한 3500개로 집계됐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대부분의 중국 기업은 과거 중국계 계약직 근로자를 많이 채용했다. 관리직에는 경력자를 고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중국 기업은 기술력과 잠재적 관리능력을 갖춘 젊은 인력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中 경제 침체 심각…청년들 해외로 떠나” 

조슈아 아이젠먼 미국 노터데임대학교 정치학과 부교수는 방송에 “중국 당국은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해외 유학 청년들이 귀국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국내 청년들이 먼 곳으로 떠나 직장을 찾는 상황”이라며 “매우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의 심각한 침체 상황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게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방송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전면 완화한 후, 중국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회복하고 있으며 위안화 가치는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올해 4월부터 몇 달간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16~24세 중국 청년 5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속에서 중국 당국은 지난 8월 중순부터 실업률 데이터 발표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