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요도시 절반 가라앉는 중…베이징·상하이 1선도시 심각”

강우찬
2024년 04월 19일 오후 5:18 업데이트: 2024년 04월 19일 오후 5:19

중국 연구진, 과도한 지하수 개발을 원인으로 지목

중국 주요 도시 절반이 무분별한 지하수 퍼 올리기와 마구 건설한 빌딩 무게에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는 중국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18일(현지 시각) 실린 논문에 따르면, 중국 82개 주요 도시 중 약 45%가 매년 3mm 이상, 16%는 매년 16mm씩 침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100년 이내에 해안 약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아져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중국 연구진은 경고했다.

연구진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 주요 도시 82곳의 지표면 변화를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 관측했다. 위성의 레이더 펄스를 이용해 위성과 지표면 사이 거리를 mm 단위로 측정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위성 데이터 분석을 통한 중국 전역 도시 침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지반 침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마구잡이로 진행되는 지하수 개발이다. 앞다퉈 세워지는 고층 건물도 지반 침하를 앞당기는 요인이다. 퇴적물 축적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무게 증가에 고층 건물 난립이 더해지면서 침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베이징, 톈진, 상하이, 광저우 등 해안 지역에 위치한 대도시들의 상태가 더 심각했다. 연구진은 “도시 침하를 막기 위한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론가 리닝은 “중국 지반 침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과도한 지하수 개발과 고층 건물 난립은 중국의 경제 발전의 부작용이지만 공산당 특유의 세계관도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닝은 “어느 나라나 경제 발전 과정에서 크고 작은 환경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 많은 국가들은 뒤늦게 그 심각성을 깨닫고 환경보호를 추진해 상당한 수준으로 자연을 회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공산당 특유의 세계관에 의해 환경 파괴가 조장된 측면이 크다”며 “공산당은 하늘과 땅, 자연을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투쟁의 대상으로 선전했고 자연을 약탈하듯 개발해 하늘과 땅을 두려워하지 않고 혁명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는 토지 수용력을 넘어선 부동산 개발, 그로 인해 과밀해진 인구밀도, 뒤이어 따라오는 물 부족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엄청난 쓰레기,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라고 지적했다.

중국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지나친 지하수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미국, 인도네시아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리닝은 “이번 조사에서 중국에서 지반 침하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베이징, 톈진, 상하이, 광저우는 모두 1선도시다. 중국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도시들인데 가장 빨리 가라앉는다는 결과는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지만 중국 주요 대도시의 급속한 지반 침하는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되고 있어 더는 감출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연구진 역시 논문에서 조속한 대비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2년 미국 로드아일랜드대 연구팀이 발표한 2015~2020년 세계 99개 도시 지반 침하 속도 조사 결과에서는 중국 톈진이 연간 52mm 속도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에서 앞서 2012년 한국과학기술정보원 김원영 연구위원이 중국 쑤저우의 지나친 개발로 인한 지반 침하를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