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최초로 낙태반대 집회 ‘생명을 위한 행진’ 참석

페트르 스바브
2020년 01월 25일 오후 4:01 업데이트: 2020년 01월 26일 오후 3: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최대 규모의 반(反)임신중절 행사인 ‘생명을 위한 행진 (March for Life)’에 참석했다. 그는 이 행사 시작 이래 47년 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 중 최초 참석자가 됐다.

이날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집회에서 13분가량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낙태 반대’와 ‘종교계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촉구’에 무게를 실었다. 또한 임신중절 수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삭감하는 등 낙태를 줄이기 위한 행정부의 조치도 강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태중의 아기 모습에서 우리는 신의 창조물의 위엄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생명을 위한 행진은 연방대법원의 낙태 합법화 판결이 내려진 다음 해인 1974년부터 판결을 뒤집자는 취지로 매년 열려왔다.

1970년대 초까지 미국 대부분의 주(州)에서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는 불법이었으나, 일명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사생활에 대한 기본권의 일종이라고 인정하면서 낙태를 합법화했다.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화로 집회 연설을 했다. 트럼프는 2018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위성방송으로 연설했고, 2019년에는 참석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그가 대통령이 직접 연단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백악관에서 이렇게 강하게 보호해 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열린 제47회 ‘생명을 위한 행진’에서 낙태 반대자들이 미국 대법원 건물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2020. 1. 24. | Roberto Schmidt/AFP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23일 낙태를 가족계획의 한 형태로 수행하거나 홍보하는 해외 비정부기구(NGO)에 미 연방정부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멕시코 시티 규율(Rule)’로 불리는 이 정책은 레이건 대통령이 처음 시행했지만, 민주당 대통령들에 의해 거부당했고, 그 후 공화당 대통령들에 의해 부활했다.

또한 트럼프는 보건복지부에 ‘타이틀X’(가족계획 프로그램) 기금 집행규정을 재해석해 가족계획의 일환으로 낙태를 수행하거나 홍보·지원하는 데 기금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미국 내 최대의 낙태 지지단체인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이 납세자 기금으로 구성된 연간 6천만 달러의 타이틀X 기금을 끌어다 쓰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수만 명의 군중을 앞에서 “우리는 미국의 모든 어린이에게 아름다움, 재능, 희망, 고귀함, 우아함이 깃들기를 함께 축복한다”는 말로 연설을 끝맺었다.

워싱턴에서 열린 제47회 ‘생명을 위한 행진’에 참석해 행진하는 낙태 반대 지지자들. 2020. 1. 24.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행사에 참석한 대학 1학년생 케이티 가르시아는 작년에 집회에 참석한 후, 특히 사산된 태아의 이미지를 보고 낙태를 반대하게 됐다고 했다.

워싱턴에서 열린 제47회 생명을 위한 행진’에 참석한 케이티 가르시아. 2020. 1. 24.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그녀는 “많은 사람이 트럼프의 재선을 지지하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면서 자신과 동료들은 그런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니지만 그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학생 케일리 팰컨은 “우리는 힘없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전했다.

낙태에 관한 미국인들의 인식 변천사

좌파 성향의 구트마허 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86만 건 이상의 낙태가 행해졌다고 한다. 9건 중 1건이 임신 중기 혹은 그 이후 발생했다.

이 자료는 대부분 이 연구소에 알려진 낙태 제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발적 조사에 근거한 것이다. 몇몇 숫자들은 또한 주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집되거나 추정되었다.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이어진 몇몇 사건들에서는 임신 후 일정 기간 이내, 즉 아기의 생존 가능 전이라면 국가의 제약 없이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생존 가능’은 아기가 자궁 밖에서라도 의료지원을 통해 생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임신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아기가 생존 가능한 상태라 하더라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모체의 생명이나 건강 위험을 피하기 위해 낙태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낙태에 관한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면서,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이어진 결정들을 무효화했다. 일부 주에서 심장 박동이 감지되면 낙태를 금지하는 ‘심장 박동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차 따지면 6주 차에 해당한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 폴이 가톨릭 남자 신도 봉사단체인 ‘콜럼버스 기사단과’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 79%가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허용한 범위보다 훨씬 엄격한 낙태규제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 금지 예외 규정에 대해 응답자 26%가 강간·근친상간·산모위독의 경우라고 했고, 24%는 임신 초만 허용하자고 했다. 11%는 산모위독의 경우만, 9%는 임신 중기까지만 허용을 선택했다. 예외 없이 모두 금지하자는 응답자는 9%였다.

또한 낙태와 관련해 투표 성향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65%가 낙태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원하는 대통령 후보를 뽑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렇게 응답한 사람 중 평소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경우가 44%를 차지했다.

2018년 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60%가 임신 초기 낙태에 대해 “일반적으로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했고, 임신 중기 낙태에 대해서는 28%만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초기 낙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합법적이라는 응답자는 4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