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폼페이오 전 美 국무장관 대만 방문…어떤 메시지 보내나

왕요췬(王友群)
2022년 03월 3일 오후 1:47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1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2~5일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 중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시점에, 대만의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히 지지해온 폼페이오 전 장관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대만에 더없는 원군

중공 당국은 1984년 영국과 합의한 ‘영·중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명시하면서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은 홍콩인들이 다스린다)과 고도자치(高度自治·높은 수준의 자치)를 2047년까지 50년동안 홍콩과 국제사회에 보장했다.

하지만 중공 당국은 이 모든 약속을 뒤엎고 홍콩을 ‘일국양제’에서 중공이 직접 통치하는 ‘일국일제’로 바꿔놓았다. 이제 중공의 다음 목표는 대만을 삼키는 것이다.

2019년 6월 12일 홍콩 입법회가 범죄인 인도법안을 표결한 이후부터 홍콩의 송환법 반대운동에 대한 중공 당국의 폭력 진압 수위가 갈수록 높아졌다. 중공은 2020년 7월 1일부터 소위 ‘홍콩국가안전법’을 강행했고, 이때부터 ‘항인치항, 고도자치’ 원칙은 물거품이 됐다.

‘아시아의 진주(Pearl of Asia)’로 불리던, 자유와 개방, 자본이 넘쳐나던 국제 도시 홍콩은 이미 빛을 잃었다. 많은 홍콩인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이국땅으로 떠나야 했다.

홍콩을 장악한 뒤 중공이 무력을 과시하는 최전선은 대만으로 옮겨졌다. 2020년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는 동안에도 중공은 대만을 겨냥한 군사훈련을 전례 없는 규모로 진행했다. 중공이 전투기와 군함을 대만해협에 보내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은 이미 일상이 됐다. 중공은 군사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 외교적으로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16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홍콩자유등대(HKFB)’ 행사에 참석해 ‘대만이 홍콩의 전철을 밟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제로 연설을 했다.

그는 “홍콩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렸다”며 “(홍콩) 시민들이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섰다가 중국 공산당 군경에게 얻어맞는 것을 왜 보고만 있어야 하나”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대만을 언급하면서 대만은 역동적이고 거대한 경제 창의력을 가진 민주국가라고 했다. 그는 “각국 지도자들이 대만 국민을 지지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라는 것을 알기를 기도한다”며 “우리는 대만인들이 홍콩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의 이 연설은 미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의 양식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만은 화인 세계의 자유민주의 등대이다. 2300만 대만 국민은 이미 신앙의 자유, 표현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등 인간의 4대 기본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 ‘4대 자유’는 1945년 9월 27일 당시 중공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이 로이터통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공은 73년 동안 이 약속을 지킨 적이 없고, 10여억 중국 인민의 ‘4대 자유’는 철저히 박탈됐다.

하지만 대만은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던 2020년에 민주주의의 기적을 창조했다. 정치적으로는 총통 선거, 입법회 총선, 가오슝 시장 한궈위(韓國瑜) 파면, 가오슝 시장 보궐선거 등 정치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경제적으로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최고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코로나 방역에서는 세계 방역 모범국이 됐다.

중공의 위협만 없다면, 보물섬 대만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무릉도원’일 것이다.

하지만 중공은 대만 무력통일을 운운하며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전 장관의 방문은 대만에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중공에 강경 대응 시사

중공이 가장 미워하는 미국인을 꼽자면 폼페이오 장관이 1위일 것이다.

2020년 8월 25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3만여 자에 달하는 장문의 글을 통해 “거짓말 투성이다” “악의적 공격을 했다” “민중을 우롱한다” “세상을 속인다”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폼페이오 전 장관을 공격했다.

2021년 1월 21일 중공은 이미 퇴임해 민간인이 된 폼페이오 장관을 제재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중앙(CC)TV 등도 온갖 상스러운 표현을 써가며 폼페이오 장관을 비난했다. 너무 역겨워 여기서는 인용하지 않겠다.

중공은 왜 그토록 폼페이오 전 장관을 미워할까?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중공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인 데다 그의 발언들이 중공의 급소를 찔렀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중국 공산당은 전 세계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당”이라고 했고, “중국 공산당은 14억 중국 인민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중공은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이자 인류 자유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공을 상대할 때는 “불신하고, 확인하라(Distrust and verify)”고 했다.

그는 국무장관 재임 기간에 미국-대만 관계를 4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치르고, 2024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지금 미국은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위기에 빠져 있다. 또한 미얀마 군사정부에 대응하는 문제,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응하는 문제 등으로 인해 바이든 정부는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2024년 대선에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구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금의 정세로 볼 때 다음 행정부에서 폼페이오 전 장관이 다시 중요한 직책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폼페이오의 대만 방문은 중공으로서는 골칫거리가 분명하고, 또 중공에 던지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

폼페이오의 이번 방문은 중공의 대(對)대만 무력 도발을 억제하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유세계가 대만과 함께하겠다는 메시지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에서 중공 내부에서는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대만”이라며 흥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만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대만은 자유세계가 중공의 위협을 저지하는 제1도련선이라는 전략적 위치에 있고,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고리에 있다.

대만의 첨단기술 업체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으로 전 세계 고급 IC칩의 90%를 생산하고 있고, 애플·퀄컴·브로드컴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반도체 설계 업체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기업평가 전문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하는 글로벌 반도체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7월 1일 기준 TSMC의 시가총액은 3063억4500만 달러로 세계 1위다.

과거에는 석유가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반도체가 가장 중요한 ‘원자재’다. 지금 세계적으로 TSMC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대만 문제는 이제 중공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공과 미국·일본·한국·베트남·필리핀 등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가들 간의 문제이고, 중공과 호주·인도 간의 문제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국무장관 시절 자유세계가 연대해 중공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중공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를 순방하며 이념을 같이하는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추진했다. 그의 노력으로 미일 관계, 미국과 일본·인도·호주와의 관계, 남중국해 영유권 국가들과의 관계,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일본은 “대만 유사는 일본의 유사이자 미일 동맹의 유사”라고 했다. 호주도 대만 유사시 호주는 미국과 함께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도 대만 유사시 작동할 수 있다. 또한 영국·프랑스·호주·캐나다 등의 군함들도 대만해협을 통과하며 공동 대응 결의를 과시한 바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시점에 대만을 방문하는 것도 미국을 비롯한 자유세계가 대만과 함께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이다.

대만이 홍콩의 전철을 밟게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

최근 몇 년 동안 대만을 무력통일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미국에 거주하는 ‘학자’ 리이(李毅)는 “(전쟁을) 하려면 빨리 하고 크게 하고 핵전쟁으로 대만을 통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만을 초토화해도 별거 아니다”며 “2300만 대만인이 (전쟁에서) 한 명도 남지 않는다면 대륙에서 4600만 명을 대만으로 이주시키는 것도 식은 죽 먹기다”라고 떠들었다. 하지만 이런 ‘망언’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1월 22일 베이징대 정예푸(鄭也夫) 교수는 해외에서 발표한 ‘필부(匹夫)가 대만해협을 말하다’라는 글에서 “평화통일이 최우선이다” “무력통일을 반대한다” “무력 협박을 반대한다”며 무력 침공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무력 공갈은 반드시 증오를 불러올 것이고, 남아 있는 일말의 평화통일의 비전마저 잃어버릴 것이다. (무력통일을) 두둔하는 사람들은 대만 독립을 저지하기 위함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명목상으로만 대만 독립을 저지하는 것뿐이고 70여 년간 유지돼온 사실상의 독립 상태에는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동서독은 45년 동안이나 명실상부하게 독립했지만 이것이 통일을 막지는 못했다. 독일인들과는 달리 우리는 통일을 위한다며 협박하고 또 이 때문에 서로 원수가 된다. 이것은 너무나도 황당한 일이다.”

정예푸는 이어 “나는 인민의 일원으로서 내가 가는 길은 외롭지 않다. 따라서 나의 반대는 ‘무력통일파(派)의 목소리가 인민을 대표한다’는 주장을 격파할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가 가는 길은 확실히 “외롭지” 않다. 중국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대만을 사랑하고, 생명을 아끼고, ‘사람의 목숨은 하늘이 관장하는 것이어서 함부로 할 수 없다(人命關天)’는 도리를 믿는 사람은 모두 정 교수 편에 설 것이기 때문이다.

홍콩인들이 처한 상황을 보고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렸다”는 폼페이오 전 장관은 오늘날 홍콩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2300만 대만인마저 겪기를 바라지 않는다.

맺음말

폼페이오 장관이 이 시기에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과 중국 국민을 명확히 구분하는 자신의 이념을 보여주는 것이자 자신이 중화인의 편에 서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2021년 3월 대만 중앙통시사와 인터뷰에서 “만약 언젠가 기회가 돼 그곳(대만)을 방문하게 된다면 정말 멋지고 즐거운 일일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대만 방문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