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치란 지저분한 스포츠, 민생 문제 실종된 대선 국면

오세라비 /작가·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2021년 12월 13일 오전 11:46 업데이트: 2021년 12월 14일 오후 2:18

의혹, 혐의, 스캔들로 얼룩인 2022년 대선

내년 3월9일 치러질 대선을 불과 80여 일 앞두고 정치판은 혐의와 의혹 제기 그리고 스캔들이 난무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정치란 지저분한 스포츠다”라고 했나 보다. 하기야 정치의 장은 정작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뭉개는 대신 선전선동이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가 극복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와는 동떨어진 채, 일의 경중과 선후가 뒤바뀌어 국론 분열이 이어진다. 물론 대선을 앞둔 시기에 정부 여당은 재집권을, 야당은 정권교체를 통해 집권을 노리는 마당에 정치논쟁이 격돌하는 것도 필연적이다. 문제는 정치논쟁의 질이다.

하지만 역대 대선 국면에서 지금처럼 정치판에서 상식 밖의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등장하는 경우도 드물다. 어쩌면 내년 대선이 끝날 때까지, 아니면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 후에도 국론 분열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은 비단 필자만 드는 생각은 아닐 터이다.

문 정부 임기 4년 반을 지나는 동안 한국 사회는 그 어느 시기보다 위기다. 우선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대실패다. 주지하다시피 잠재성장률은 2%대로 떨어지고 국가 채무는 1000조원에 달한다. 건강보험기금, 고용보험기금 등 각종 기금과 연금은 고갈 위기에 처했다. 집값은 2배 이상 상승해 내 집 마련 사다리는 무너졌다. 청년층 실업률은 30%로 추산하는 데다 결혼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젊은이들이 500여 만 명에 이르고 있다. 세계 꼴찌인 출생아 수에 앞으로 2~3년 후면 65세 노인인구 1천만 명 시대를 맞는다.

여기에 법치 후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외교안보체제도 위협에 처해 있다. LH공사 사태, 라임.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같은 권력형 부패가 판을 친다. 또한 최근에 터진 경기도 성남시 일명 대장동게이트 토건사업 관련 비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공공개발 사업으로 결정한 사업이었다. 대장동게이트는 토건 세력과 결탁한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전직 언론인, 정치인, 법조계 거물이 뒤섞인 권력형 부패의 대표적 사건이다.

이와 같은 현안들이 산적한 마당에 정책과 대안이 무엇보다 필요함에도 실질적 논점은 빠져 버리고 각종 의혹과 인신공격, 스캔들로 뒤덮였다. 지난 하순부터 시작된 대통령 선거 경선 때부터 불거진 정치권의 스캔들은 여. 야 대선후보가 확정되자 더욱 기세를 울린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인 민생 이슈는 저 멀리 날아가고 대선을 이끌 여러 인물들과 관련된 스캔들로 도배를 하고 있다. 대선 경선 과정이나 후보 확정 후 일어나고 있는 스캔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정치 영역에 진입한 청년 정치인의 허상

먼저,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 치러지던 지난 9월~10월 달에는 33세의 여성 청년 정치인 조성은 씨가 정가를 발칵 뒤집었다. 이 여성은  ‘조성은 스캔들’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연일 미디어에 등장하여 정가를 흔들어 놓았다. 사건의 전말은 현재 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직 시절 직위를 이용해서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집권당 주요 의원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것인데, 이 의혹은 한 인터넷 언론사를 통해 기사화되었다. 결국 ‘고발 사주’ 의혹은 현재까지 아무런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조성은 사태는 청년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이유로 주목을 끌었다. 국내 명문대 출신 학벌을 내세워 26세의 젊은 나이에 정치 활동을 시작한 후 디자인 분야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력이 전부다. 하지만 그녀의 정치이력을 보면 놀랄 정도로 단기간에 걸쳐 여러 정당을 오간 경력 등 의문이 많다. 그녀가 크게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흐지부지된 사건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국민의힘으로 오기 전에는 청년 정치를 내세운 정당 ‘브랜드뉴파티’ 창당을 주도하였다. 그러나 창당 과정에서 당원 5천명 당원명부를 만들며 유령 인물과 개인 명의를 도용한 것이 드러나 정당 창당은 무산되었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여성에 청년이라는 점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는지 이해 불가할 정도로 정당의 중책만 맡았다. 우파정당의 부대변인, 국회의원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았던 청년 정치 스타였다. 더욱 놀라운 일은 박지원(79세) 국가정보원장과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임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박지원 씨가 국가정보원장에 취임하기 전에도 페이스북에서 서로 댓글을 달며 사소한 농담까지 주고받는 사이였던 것이다. 청년 정치인이라는 허상이 남긴 하나의 대표적 사례다.

이재명 후보의 가족 불화 사건, 여배우 스캔들, 김사랑 정신병원 강제입원

다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십년 전부터 불거진 자신의 가족 간 불화 사건이다. 이 후보는 자신의 셋째 형과 형수를 향해 했던 입에 담지 못할 욕설 녹음파일이 공개되어 파문을 일으켰다. 이 후보는 경기도 성남 시장에 재임 중일 때인 2012년 4월에 셋째 형(2017년 폐암으로 사망)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는 혐의가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해 2018년 11월 검찰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으나 2019년 5월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앞서 말했듯 이 후보가 형과 형수에게 가한 욕설 녹음 파일과 복잡한 가족사가 공개된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도 세간이 떠들썩한 여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은 여전히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인 여배우는 2013년부터 이재명 후보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변호사였던 2007년 당시 유부남이었던 그와 1년 가까이 깊은 관계였다는 것이다. 여배우는 그가 당시 미혼인줄 알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여배우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년간에 걸쳐 진실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여성은 성남시에 20년 동안 거주한 시민운동가인 김사랑 씨다. 김 씨는 2018년 11월 성남시 경찰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당했다. 그녀가 2015년부터 성남시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의 회계가 불투명하다며 당시 이재명 성남 시장에게 끈질기게 해명을 촉구하자 이 전 시장이 김 씨의 주장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해 재판을 하고 있던 차에 정신병원에 감금한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그녀는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과정에서 즉시 휴대폰으로 자신의 상황과 위치를 페이스북에 알렸다. 정신병원에서 15시간 만에 함께 활동하던 단체 회원들에 의해 구출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상태로, 경찰의 출석 명령을 거부하며 불필요한 물의를 일으켜 경찰의 집행에 따라 정신병원에 감금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후보는 김 씨가 정신병원에 강제 감금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언급이 없다. 또한 이 후보는 2006년 5월 서울 강동구 모녀 연쇄살인사건을 저지른 자신의 조카를 변호했다. 이 후보는 이 사건에 대해 데이트폭력 중범죄였다고 규정함으로써 비난을 자초했다.

쥴리, 그리고 조동연 사태

쥴리 벽화 사건은 또 어떤가. 지난 7월 말경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벽면에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한 여성의 그림이 그려졌다. 여당의 일부 지지자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씨를 가리켜 쥴리라는 별칭으로 부르며 원색적인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바탕 소동 끝에 그림은 지워졌지만 명백한 인권 침해였다.

최근 정가를 연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은 조동연 사태다. 그녀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영입인재 1호’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혼인 중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 혼외자 출산 문제 등 사생활이 드러나자 임명 3일 만에 사퇴하며 종지부를 찍었다. 82년생 조동연으로 불리며 30대 여성 전문가이자 워킹맘으로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함께 투톱 체제로 선거 승리를 이끌 인물로 야심 차게 영입한 인물이었다.

조동연 사태는 페미니즘 논쟁으로 번졌다. 평소 페미니즘에 우호적이거나 페미니스트 진영은 조 씨를 가부장제 희생자, 피해자, 사회적 명예살인에 비유하며 그녀를 옹호했다. 이 사건은 단번에 페미니스트들과 대립하며, 남녀 갈등 양상으로 점화되었다. 조 씨는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사퇴 후 혼외자 출산은 부정행위나 불륜이 아닌 2010년 당시 원치 않던 성폭력으로 인한 것이라는 입장문을 내며 사태는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변함없는 사실은 혼외자를 자신의 친자로 믿었던 전 남편이야말로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조 씨는 혼외자임에도 친자로 속여 출산했고 이혼 당시 남편에게 거액의 위자료까지 지급하였다. 이혼 후 전 남편은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가 아님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조 씨를 적극 두둔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이번에도 선택적 진영논리로 대응하며 성 대결에 집착했다. 조 씨의 말대로 성폭행으로 임신하였다면 페미니스트들은 가해자를 찾아 고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여성혐오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페미니즘의 혐오 정치다. 조 씨는 사적인 자리가 아닌 공적으로 집권 여당의 대선 승리를 책임지는 총사령관 격인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에 임명된 사람이다. 정치적 공인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검증하고 그것이 사생활일지라도 사회규범과 도덕적 질서에 현격히 위배될 경우 비판하는 것은 유권자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리고 사실 관계를 해명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은 조동연 씨의 몫이다.

조동연과 쥴리가 다른 점은 조 씨는 정치적 공인이고, 쥴리라는 별칭으로 회자되는 김건희 씨는 후보자의 배우자, 즉 사인(私人)이란 것이다. 그럼에도 페미니스트들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쥴리를 향한 온갖 네거티브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또 일부 여당 관련 여성 정치인들은 쥴리의 외모에 대한 공격과 부당한 여러 의혹을 제기하는 자가당착을 범하고 있다. 이것은 같은 여성 문제를 두고 다르게 대응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취사선택, 확증편향이다.

정치권 밖으로 사라진 민생 이슈

상술했듯 대선 국면을 맞은 정치판의 현재의 광경이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현안은 민생 문제여야 한다. 즉, 대다수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차세대가 살아갈 안정적인 토대 마련을 위한 정치논쟁이 되어야 한다. 그만큼 지금의 우리나라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국내외 환경에 처해 있다. 하지만 현재와 다음세대를 잇는 여러 정책과제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신 그 자리에는 지난 하반기부터 시작된 대선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일어난 온갖 스캔들로 날이면 날마다 소란하다.

무엇보다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초유의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계속되고 있다. 두려움은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데 있다. 당장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폐업 상황은 살고 있는 동네만 나가봐도 바로 확인된다. 특히 단시간근로자들은 줄어든 일거리로 경제적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곳곳에서 현실로 목격되고 있지 않은가.

필자가 단골로 가는 야채 가게에서 있었던 일이다. 비교적 젊은 주부로 보이는 여성이 야채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마침 오후 파트타이머를 구하고 있던 가게 주인은 승낙하였고, 그 여성은 매우 기뻐했다. 그러면서 오전 아르바이트 끝나고 바로 와서 일하겠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났다. 그 일을 지켜보며 필자는 데자뷔 현상을 느꼈는데 바로 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주부들이 식당 설거지 일이라도 하겠다며 일자리를 찾아다니던 광경과 겹쳤다. 그만큼 일반 국민들의 경제상황은 어렵다. 국가가 할 일은 위기 국면일 때 대처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회복은 점점 불가능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정치판은 이 같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혼란과 혼탁한 시기를 보내며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새삼스레 생각을 하게 된다. 보수주의 정치철학의 창시자로 간주하는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1790)에서 국가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국가는 모든 학문에 있어서의 제휴자이고 모든 예술, 모든 덕성 및 모든 교양의 제휴자이다. 국가는 살아있는 사람들 간의 제휴일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들 및 태어날 사람들 간의 제휴이기도 하다.”

정당이나 정당의 구성원이기도 한 정치인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이익 증진을 우선으로 해야지, 사익을 위한 욕망의 도구로 이용하면 사회 질서는 깨진다. 버크의 말대로 현재의 우리는 물러나는 세대와 전진해 오는 세대의 틈바구니의 거대한 사슬 속에 들어있는 하나의 고리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성이 몰락하고 저급한 한국 정치의 현실을 보면서 국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는 자아성찰부터 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