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

제임스 고리(James Gorrie)
2020년 02월 2일 오후 3:30 업데이트: 2021년 05월 22일 오후 1:43

중국 공산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쟁에서 패배했고, 트럼프의 재선 실패만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중공) 지도부는 지난 몇 년간 중요 정책들의 연이은 실패로, 중국인들의 신뢰를 잃었다. 공산당원들조차 당의 정당성과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중국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중공은 정권이 흔들리는 이유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탓으로 돌리고 있다.

물론 이는 비겁한 ‘남 탓’에 불과하다. 잇따른 정책 실패는 트럼프와 무관하며 경제 문제는 트럼프 당선 전인 2015년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대중 정책은 중공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심화시켰다. 미·중 무역 전쟁은 중국의 ‘불굴’의 경제 및 군사 상승세를 꺾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트럼프와 함께하는 미래를 더 참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중국 정보통신기술원에 따르면 무역 전쟁이 시작된 2018년 스마트폰 판매량은 15.5% 감소했다. 또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자동차 판매량이 4.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 무역 흑자가 16.8% 감소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분양돼 텅텅 빈 주택들과 대학 졸업생들의 높은 실업률, 해외 기업들의 이탈이 경제 문제를 가속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은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부실 대출이다.

이에 노동자들 사이에서 불안과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 2017년 1천200건이던 노동 분쟁은 2018년 1천700건으로 껑충 뛰었다. 그 결과, 당 지도부는 경제 실패에 대한 핑계와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이런 이유로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1단계 합의를 환영하며 ‘승리’라 자축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미국은 1천2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작년 12월에 있을 예정이었던 신규 관세 부과를 중단하며 중국을 환율조작국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정부는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2천5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내야 한다.

물론 미국에도 좋은 거래다. 중국은 향후 2년간 농산물 400억 달러어치와 미국 제품 2,000억 달러어치를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 수출은 2020년 최대 2,600억 달러, 2021년 3,1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다. 이는 중국이 2017년 미국으로부터 사들인 제품 총액이 1,850억 달러인 것에 비해 많이 증가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 합의가 중국의 승리라면 시진핑 주석은 백악관에 왜 부주석을 보냈을까.

1단계 합의 내용이 중국의 항복임을 시 주석과 중국 국민 모두 알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전쟁 기간 해외 기업들이 줄줄이 떠나며 일자리가 사라졌고 중국 경제는 위기에 처했다. 중국은 트럼프의 관세 면제가 절실했다.

또 시 주석은 협약을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부총리를 대신 보냄으로써, 협약 불이행으로 미국의 추가 관세 징계를 받게 된다면 국민과 당의 비난을 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것은 시 주석의 바람일 뿐이다.

그렇다면 미·중 무역 거래는 2, 3단계로 나아갈까.

많은 관측통은 1단계도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의 국영기업들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공정 경쟁을 해치는 직간접 보조금 등 해결하지 못한 이슈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두 문제 모두 중국이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1단계 협정 이행부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또 중공엔 국내총생산(GDP) 하락도 큰 문제다. 현재 중공은 국가 경제를 GDP 6% 이상으로 올려놓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하지만 도이치은행은 중국의 2020년 GDP는 6%에서 떨어진 5.8%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30년 만에 최악으로, 1989 톈안먼 대학살 후 당이 정한 정치적 정당성인 경제성장을 위협한다.

류허 부종리 역시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는 낮아지는 성장률을 보고한 통계학자를 해고하며 2020년 GDP 성장은 지금까지 그랬듯 6%를 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중국 내 법률 문화를 강화해, 중국을 세계 투자가들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중국 정부가 최근 외국계 금융회사에 자본 시장을 적극 개방했다는 사실은 중국의 재정이 위험 수준에 있음을 방증한다.

홍콩 사태도 중공의 골칫거리다. 중공은 체제의 정당성도 증명해야 하는데, 9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사태는 중공이 신뢰받지 못하며 정당성이 부족함을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미·중 무역 전쟁에 홍콩 사태를 연계해 중공에 큰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이는 중공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공산당 독재 체제에 대한 서구의 비판과 압력을 피하거나 무시할 순 없음을 의미한다.

홍콩 사태는 중공 지도부의 모습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 지도부는 중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홍콩에 대해 그 가치관과 소중함을 지키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또 중국 본토인들은 홍콩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됐고 정권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을 것이다.

엎친 데 덮쳐, 대만의 총통으로 대만 독립파 차이잉원이 당선돼 버렸다. 대만 총통 선거는 이례적으로 75%에 달하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2016년 투표율보다 9%가량 높았다. 차이잉원이 당선됨으로써 중국의 판단과 달리, 대만인들은 중국과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것이 증명됐다.

이 같은 높은 투표율은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몰려들어 가능했다. 이는 홍콩 사태를 지켜본 대만 젊은이들이 중공의 실상을 파악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일당제를 고집하는 중공은 다당제의 위협을 받고 있다. 2014년 한 중국 외교관은 “서방의 다당제는 민주와 자유는커녕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며 “다당제를 도입하면 1천300만 명이 사망하고 경제는 20년 이상 퇴보할 것”이라고 다당제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적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비난은 중공의 지도력 실패와 정치·경제 분야에서 느끼는 현재의 위기감을 더 잘 드러낸다.

제임스 고리는 텍사스 출신 작가로, ‘중국의 위기(The China Crisis)’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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