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왜 미국 차량시장 진출에 적극적일까

2019년 01월 14일 오후 1:33 업데이트: 2019년 11월 26일 오후 1:32

중국은 최근 들어 10억 달러(약 1조 1200억 원) 규모 가치의 미국 철도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2014년부터 중국 국유 철도차량 제조업체 ‘중궈중처(中國中車, CRRC)‘는 저가 정책을 이용해 미국 대형 철도 계약 5개 중 4개를 계약했다. 그 다음 목표 중 하나는 10억 달러가 넘는 워싱턴 지하철 차량 입찰이다.

왜 중국은 미국 차량 시장 진출에 적극적일까?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중국이 지하철 객실의 보안 카메라 시스템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어 놓고 (워싱턴 DC 지하철)에 탑승한 펜타곤 또는 백악관 관리들을 감시하고, 촬영한 영상을 중국으로 전송한다.’

또는 ‘지하철에 미국 관리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할 수 있는 센서를 숨겨 놓거나 지하철 제작 과정에서 열차를 통제할 수 있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외부의 해킹이나 테러리스트들의 열차 공격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는 할리우드의 첩보물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상당수 관계 전문가들이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월 7일 중국 지하철 제작에 대한 외부의 경고 및 우려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의회, 국방부 및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이 경고를 엄숙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지하철 업계 또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제조업체 CRRC가 현재 워싱턴 도시권 교통 부문(이하 메트로)의 지하철 프로젝트에 입찰을 시도하고 있어 미국 각계의 안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러 경고를 고려해 메트로는 최근 입찰자들에게 배포하는 차세대 지하철 제조 기술 규격에 관한 안내서를 수정하기로 했으며, 특히 더욱 엄격한 인터넷 보안 조치를 시행할 것에 관한 내용을 새로 추가해 CRRC가 다른 입찰자들을 이길 경우 발생할 안전 위험에 대응하고 있다.

CRRC의 낙찰 가능성은 미국 각계의 국가안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중국이 갈수록 미국 산업 공급사슬 및 인프라 시설에 발을 들여놓는 상황에 주목하게 하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은 세계 철도 업계 제패에 대한 야심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경제전략을 통해 철도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우위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에는 지하철 제조 업체가 없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아시아, 유럽, 캐나다 출신 기업들과 미국 지하철 제조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려 한다. 미국 회사들은 현재 화물 운송 철도차량을 만들고 있지만, 중국이 이 분야까지 들어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취업 시장이 타격을 입으며, 더 중요하게는 인터넷 공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인터넷 공격은 군사적 대립 상황 또는 기타 국가 긴급 상황에서 미국 국내 철도 운송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

“우리 철도 시스템에 대한 중국의 공격은 음흉하고 교묘하다”며 “우리는 기술 노하우를 반드시 지켜……전략적 의미가 있는 경제 영역이 피해를 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미국 전 육군 준장 존 아담스(John Adams)는 미국 ‘철도안전연맹(Rail Security Alliance)’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중국 기업, 시장 침투 저지에 힘쓰는 미국 의회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상하원은 모두 중국 기업이 미국 차량 시장에 더는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힘쓰고 있다. 모든 상업 연합회는 연간 교통 운송 지출 법안에서 미국 각 부처가 연방 예산을 가지고 중국 자본 기업으로부터 대중 운송 열차 또는 버스를 구매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1년 기한의 금지령을 추가한 바 있다. 이 금지령은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으며, 최종 의결이 올해로 연기됐다.

텍사스주 연방 상원 의원 존 코르닌(John Cornyn)은 이 금지령의 발기인이다. 그의 대변인에 따르면 이는 코르닌 의원이 ‘중국의 시장 왜곡 행위 및 정부의 힘을 동원해 미국 국가 안보에 민감한 행위를 주도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CRRC 입찰의 주요 경쟁력은 낮은 가격으로, 경쟁업체와 수억 달러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비평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CRRC와 같은 중국 국영 기업이 경쟁 상대에 비해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보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원의원 제러드 코놀리(Gerald E. Connolly)는 필요하면 ‘메트로’가 추가 비용을 지급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출을 절감하기 위해 미국 수도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선택을 하는 것은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만일 중국 국영기업에서 구매한 철도 차량에 합리적인 안전 우려가 존재한다면 반드시 다른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 ‘메트로’의 이사이며 전 미국 운송부 부차관보를 역임한 데이빗 호너(David Horner)는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국가의 보조를 받는 (중국) 기업이 미국에 대해 인터넷에서 간첩행위를 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호너는 또한 “이러한 위험이 현재 광범위한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고 있지만, 그 위험의 정도는 얼마 안 있어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중국, 미군 장비에 ‘백도어’ 설치한 적 있어

펜타곤은 또한 중국이 이러한 지하철 차량 등 인프라 시설을 이용해 간첩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펜타곤은 나아가 최근 대량의 베이징발 상업 기밀 절취 해킹 공격을 미국이 고발한 바 있으며, 이는 중국의 불법행위의 증거라고 지적한다.

중국은 이미 상품에 스파이 기술을 삽입한 것으로 고발을 당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펜타곤은 안전 위험 우려로 군사기지 근무자들이 ZTE(중싱통신)와 화웨이에서 제조한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2017년 미국 국토안전부는 주 아프가니스탄 미국 군사시설에서 사용한 중국산 픽업 카메라에 ‘백 도어’가 설치돼 있어 영상을 외부에 전송했을 가능성을 발견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화웨이 설비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품이 과다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정보 절취, 파괴, 교란 시스템 등 악성 기능이 설치된 인터넷 설비 사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지난달 화웨이와 ZTE의 물품을 정부 구매 목록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