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손에 정치적 파워를 맡긴다니

게리 보울러
2020년 01월 22일 오후 1:50 업데이트: 2021년 05월 22일 오후 1:43

“나는 지도자다. 그렇기에 대중을 따라야 한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영국 총리까지 지낸 앤드루 보너 로(Andrew Bonar Law)는 20개월 짧은 재임 동안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당시 7년 동안 영국의 집권당이었던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무너뜨리며 보수당이던 그가 총리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리더쉽은 그의 모국인 캐나다에 전해지지 못한 듯하다. 캐나다 상류층은 어려운 과제에 도전해 현명한 판단을 하기보다는 화제 인물의 뒤를 따라다니기 바쁘기 때문이다.

이는 스웨덴 청소년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에 대한 캐나다 정치인들의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

유엔 연설에서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미래를 강탈당했다”며 어른들과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이어 그녀는 함께 참석했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향해 탄소 배출량을 충분히 줄이지 않고 있다며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녀는 후에 캐나다의 석유와 가스 생산이 유엔 아동권리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며 캐나다는 현재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새 생산 계획은 당장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툰베리와 그녀의 10대 친구들은 트뤼도에게 2주 안에 답변을 달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런 주장은 실현 불가능하며 캐나다 경제와 현대 문명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와 아이들을 측은히 여기며 환경 운동을 더 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일부 지도자들은 시위자들이 어리기에 그들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캐나다의 루퍼츠 지역(캐나다 영토 1/3에 달하는 구역)의 영국 성공회교도 주교는 교구민들에게 그레타의 기후 운동을 지지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소년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정치학과 교수들은 비판적 시각을 내놓았다. 데이빗 런시먼(David Ruciman) 정치학과장은 낮은 출생률 때문에 정부는 청소년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투표 연령을 만 16세로 낮추는 법안에 강하게 반대하며 “6세 아이에게도 투표권을 주자. 그러면 선거는 정말 재밌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10대들은 남들에게 쉽게 영향받고 조정되기 쉽다. 종종 그들은 집단으로 활동하며 폭력 사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1212년에 있었던 청소년 십자군 원정(Children’s Crusade 여기서 children은 어린이가 아니라 만 14세 정도 청소년)에서도 드러난다.

제3차 십자군 원정의 실패 후, 종교 지도자들은 이를 덕망이 부족하고 부패한 원정대 탓으로 돌렸다. 이에 대중들은 열광했고 당시 상속권이 없어 결혼도 할 수 없어 하인이나 양치기 등을 했던 ‘청빈’한 10대들은 더욱 환호했다.

독일 프랑스 청소년들 3만여 명이 원정대를 결성해, 예루살렘을 구하겠다고 떠났지만, 대부분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기록에 따르면 5천여 명은 배가 난파되며 바다에 빠져 죽고 아프리카에 도착한 이들은 노예로 팔려 갔다.

이외 근대에도 청소년을 선동하는 일은 종종 일어났다. 소련 레닌주의 청년 공산주의자 동맹이 그 예다. 1920년대 소련은 국민들에게 무신론을 강요하려고 10대들을 동원해 이 동맹을 결성했으나, 지나치게 폭력적이라 결국 해체했다.

독일 나치즘은 어땠는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자는 선동에 젊은이들은 현혹됐다. 나치당을 따르는 10대들은 정적과 유대인들에게 거리에서 폭력을 일삼았으며 나치 복지 프로그램을 위해 돈을 모았다. 결국 나치당 청소년단으로 활약하기에 이른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마오쩌둥이 촉발한 문화대혁명(1966년~1976년) 때 조직된 홍위병은 중학생부터 대학생으로 구성됐다. 마오쩌둥을 숭배했던 이들은 마오의 정적을 공격하거나 문화재들을 파괴하고 ‘혁명’에 대한 열의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된 교사 수만 명을 살해하기도 하는 등 극단적 폭력성을 보였다. 결국 중국 정부는 이로 인해 경제와 교육이 몇십 년 후퇴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대 차를 느끼는 이들은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이를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새뮤얼 존슨은 “우리 삶은 모두 다 달라서 미래를 보거나 과거를 돌아볼 때 다양한 의견과 감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모순과 반대 의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노인과 젊은이의 대화는 보통 경멸이나 동정으로 끝나기 마련이다”라고 해석했다.

우리는 10대들의 끓는 열정과 이상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그들의 미숙함과 특권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모든 지혜가 특정 세대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건전한 사회를 이끌기 위해서는 민주적 방법으로 모든 세대의 건강한 의사 표현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게리 볼러는 대중문화와 종교의 접점을 연구하는 역사학자이자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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