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도 마음대로 인출 못하는 중국의 새 금융 정책

박상후 /국제관계,역사문화평론가
2021년 08월 30일 오후 10:05 업데이트: 2022년 05월 28일 오전 11:38

중국 금융 당국이 아주 황당한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9월 1일부터 10만 위안(약 1800만원) 이상의 은행계좌를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아주 큰 돈도 아닙니다만, 계좌에서 돈을 찾을 때는 용도를 설명해야 하고 그 용도가 규정에 부합하지 않으면 인출할 수 없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당국은 “계좌 소유주의 자금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식’이라면서 은행이 정부를 대신해 강도질을 하느냐는 격한 소리까지 나옵니다. 시진핑이 제창한 ‘공동부유’의 첫걸음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새 규정에 따르면 10만 위안 이상의 개인계좌와 50만 위안(약 9천만원)의 기업, 기관계좌는 엄격한 검사를 당합니다.

이 규정은 다음달 1일부터 선전시, 저장성, 허베이성에서 시범 실시됩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현금 인출자는 자신의 상세한 정보를 제출해야 하며 인출한 돈이 어디서 났는지와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신고해야 합니다. 여기에 협조하지 않으면 돈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당국은 돈세탁과 뇌물수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참고로 중국 인구 가운데 5억7천만명은 통장잔고가 없다고 합니다. 10만 위안이 그리 큰돈은 아니더라도 이 정도를 은행계좌에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부자이긴 합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신규 예금관리법 시행 안내 통지 | 화면 캡처

 

당국 눈밖에 난 기업가, 연예인에 대한 공세 가열

중국에서는 기업가와 더불어 연예인들도 집중 타격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당국이 공권력과 행정력을 동원해 탄압하면 샤오펀훙(小粉紅·맹목적 애국주의에 빠진 과격한 네티즌)도 출전해 융단폭격식으로 인신공격을 퍼붓습니다.

최근에는 톱스타 자오웨이(趙薇·조미)도 타도대상입니다. 당장 10억 위안을 투자한 드라마 3편의 방영이 중단됐습니다.

자오웨이는 중국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연예계에서 전면 퇴출을 당했습니다. 자오웨이는 1998년인 ‘환주거거’(還珠格格·국내 방영명 ‘황제의 딸’)란 사극에서부터 사라져갈 우리들의 청춘 등 많은 영화, 드라마에 출연한 연예계의 거물입니다.

영국 BBC도 자오웨이 풍파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8월 26일 중국 내 모든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그녀의 작품이 내려졌고 연예인 명단에서도 아예 삭제됐습니다. 그녀를 퇴출시킨 온라인 플랫폼들은 모두 민영기업이지만 공산당의 지시를 받고 있습니다. 회사 내에 당지부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오웨이 사건은 단순한 연예계 사건이 아닙니다. 중국 공산당의 정치 문제를 주로 다루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도 이를 언급했습니다.

항저우 시서기 저우쟝용이 낙마해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알리바바의 마윈(馬雲)까지 추문의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는 시점에 자오웨이가 청산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자오웨이는 마윈의 회사에도 투자해 거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당국은 “자오웨이가 돈을 쉽게 벌었다”면서 “이는 개미 투자자의 등을 친 행위”라는 여론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자오웨이는 오랫동안 마윈과 교류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촬영한 사진을 보면 보통 친한사이가 아닙니다. 단순한 지인이 아닙니다. 2014년에는 ‘진관마윈’(近觀馬雲·가까이서 바라본 마윈)이란 책이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마윈과 교류했던 명사 12명이 마윈에 대해 쓴 글을 모은 책인데, 공동 저자 12명 가운데 자오웨이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 자오웨이는 3600자로 마윈의 복장 습관과 외모, 사람을 대하는 매너, 성격에 대해 기술했습니다. 행간에서 두 사람이 친한 관계라는 것은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저자 대부분이 중국 공산당 초기 기업가 멤버인 태산회 회원들입니다. 여기에 연예인인 자오웨이가 들어간 게 다소 돌출됩니다.

청산되는 중국판 프리메이슨 ‘태산회’

마윈도 참가했었던 초기 기업부호 사조직인 태산회는 비유하자면 중국의 프리메이슨입니다.

여기서 가장 원로에 속하는 이가 바로 ‘레노보’의 창립자 류촨즈(柳傳志)입니다. 시진핑 당국의 사교육 금지로 초토화된 기업인 신둥팡(新東方) 위민홍(兪敏洪) 회장도 류촨즈와 가깝습니다.

또한 레노보 류촨즈의 딸이 바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滴滴出行)의 CEO 류칭(柳青)입니다. 디디추싱은 6월 30 뉴욕증시에 상장하려다 중국 공산당 당국의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중국 공산당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공산당 체제의 내부자라고 방심하며 안이하게 상장을 추진하려다 된통 얻어맞게 된 겁니다.

류촨즈는 레노보가 미국에 상장된 만큼 미국기업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만큼 디디추싱도 미국기업으로 만들려는 속마음이 있는 게 아니냐는 샤오펀훙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시진핑의 미움을 단단히 사게 된 디디추싱은 7월 9일 국가인터넷 판공실에 의해 신규 고객의 등록을 중지당했습니다. 중국인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디디추싱이 미국에 상장되면 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식입니다.

중국 내에서는 류촨즈 부녀가 ‘친미 매국노’라는 비판이 상당합니다. 둬웨이는 또 자오웨이가 마윈과 함께 기공대사라는 왕린(王林·69)과도 비밀 커넥션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왕린은 기공으로 명성을 떨친 인물로 빈화분에서 뱀이 나타나고 빈잔에 술이 차도록 만드는 마술로도 사람들을 현혹한 인물입니다. 나중에는 사기꾼으로도 몰린 신비의 인물입니다.

류촨즈 레노보 회장 | 연합뉴스

 

자오웨이로 촉발된 연예계 숙청…인터넷 댓글부대도 가세

자오웨이가 당국에 미운털이 박힌 이유는 또 있습니다. 시진핑을 비판해 18년형을 선고받은 부동산 재벌 런즈창(任志强·69)과도 교류했기 때문입니다. 마윈에 런즈창까지, 시진핑이 미워할 만한 사람들만 골라서 만나고 다녔습니다.

샤오펀훙들도 당국의 자오웨이 매장에 가세했습니다. 자오웨이가 ‘욕화7종죄’(辱華7宗罪·중화민족을 욕되게 한 7개의 죄)를 저질렀다고 일제히 달려들어 공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마윈과 관계가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마윈은 시진핑의 정적인 장쩡민 계파인 상하이방의 돈줄입니다. 자오웨이의 남편은 일찍이 유령회사로 상당회사를 인수한 죄로 5년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자오웨이가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으면서도 애국하는 중국인이라고 떠들고 다닌 죄입니다. 이는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중화민족이니 애국해야 한다는 평소 샤오펀홍들의 주장과는 다릅니다.

세 번째는 2001년 자오웨이는 욱일기 문양이 그려진 옷을 입었다고 해서 반중분자로 몰렸는데 이번에 다시 20년전의 일을 꺼내서 공격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예전에 임산부를 폭행했다고 하는 비행과 자오웨이 그룹 멤버들이 달라이 라마와 접촉했으며 점을 보는 등 미신을 신봉한 죄입니다.

여섯 번째는 자오웨이가 예전에 힐러리와 사진을 찍은 사실도 씻을 수 없는 죄라면서 공격하는 것이고, 일곱 번째 죄는 타이완 독립에 찬성한 배우와 함께 연기를 했다는 겁니다.

우이판(吳亦凡)부터 시작된 연예인 매장은 연쇄폭발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018년 야스쿠니 신사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반민족 매국노로 매도된 장저한(張哲瀚)에서 이제는 자오웨이의 범 항저우커넥션으로 이어지면서 중공의 정재계 전체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자오웨이와 연루돼 벌벌 떨고 있는 연예계 인사가 3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영화감독 펑샤오강(馮小剛)과 동북지역의 만담 대가 자오번산(趙本山)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환주거거란 궁정사극도 자오웨이를 계기로 다시 환기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자오웨이를 스타덤으로 올려놓은 드라마입니다. 참고로 환주거거란 제목은 진주목걸이를 한 공주들이란 의미입니다. 거거는 청나라 황족의 딸을 뜻합니다.

드라마 ‘황제의 딸’에 출연한 중화권 여배우 3인. 판빙빙, 린신루, 자오웨이(왼쪽부터) | 웨이보

 

그런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드라마에 거거, 공주로 출연했던 3명의 연예인들이 모두 퇴출됐습니다. 저 유명한 판빙빙(范冰冰)은 이중계약으로 탈세를 했다고 해서 진작에 사라졌습니다. 왕치산(王岐山)의 숨겨둔 애인으로 알려진 판빙빙은 한때 재산이 타이완의 국방예산과 맞먹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물론, 영화로는 그만한 돈을 벌지 못합니다. 권력자를 끼고 대출을 알선하면서 커미션을 받은 게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판빙빙, 자오웨이와 함께 린신루(林心如)란 톱스타도 이번에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환주거거에서 열연했던 린신루는 타이완 배우입니다. 린신루의 환주거거 출연으로 인해 이 드라마는 타이완에서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자오웨이가 된서리를 맞은 가운데 린신루가 중공의 헐리우드라고 불리는 헝뎬(橫店) 영화촬영장에 가지고 있었던 스튜디오도 사라졌습니다. 등록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유는 자진해산 결의였습니다. 린신루는 중국에서 영화사업을 접고 타이완으로 귀국한 겁니다.

환주거거의 세 공주를 포함해 많은 연예인들이 청산명단에 올랐습니다. 26일부터 중공의 영화관련 사이트에는 과거 저열한 행적을 남긴 연예인 리스트가 돌고 있습니다. 이를 ‘례지이렌’(劣跡藝人·저열한 과거가 있는 연예인) 명단이라고 합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온갖 행적을 파헤쳐 인민의 적으로 몰아 매장시키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20년전 욱일기 문양의 옷을 입어 질타를 받았던 자오웨이는 친일반중이란 낙인까지 찍어 시범케이스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자오웨이, 프랑스 도피설…중국 연예계 초토화

자오웨이는 현재 종적이 묘연합니다. 해외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인터넷에는 그녀가 전용기로 프랑스로 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오웨이는 프랑스 와인 산지에 호텔과 와이너리도 가진 거부입니다. 스스로 포도를 골라 수확한 뒤 자기만의 와인 브랜드도 생산할 정도입니다.

동료 여자 연예인들은 자오웨이와 함께 찍은 사진까지 인터넷에서 삭제할 정도여서 도저히 중국에 그대로 남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해명은커녕 지금으로서는 온갖 혐의로 수감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중국 공산당 당국의 연예계 초토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쩡솽(鄭爽)이란 배우는 수입을 쪼개 신고하는 방법으로 탈세를 했다면서 2억 9백만 위안(약 376억원)을 추징당했습니다.

우이판이 수감된 이후 앞으로는 제대로 연예계 활동을 하겠다는 다른 연예인들의 서약도 줄을 이었습니다.

중국 공산당 당국은 난잡한 연예계, 특히 팬클럽문화를 바로잡는 10대 조치도 발표했습니다. 연예인 인기순위 정돈, 매니저사 감독관리, 팬클럽 단체계좌 감독, 팬클럽간 비방금지, 팬클럽의 모금과 소비 단속, 미성년자 참여에 대한 엄격한 관리 등입니다.

팬들이 스타들을 따라다니면서 후원금을 제공하고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행태에 행정력으로 철퇴를 가하겠다는 겁니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 지면 중계

*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표현은 원저자의 ‘중공’ 대신 중국, 중국 공산당으로 변경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