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국 자본 유출, 2016년 이후 최고치…“위안화 대신 달러”

강우찬
2024년 05월 23일 오후 1:23 업데이트: 2024년 05월 23일 오후 1:23

中 국가외환관리국, 4월 은행권 외화 순매도액 발표
당국은 특별국채로 돈풀기…위안화 가치 하락 불가피
중국기업 및 개인, 자산가치 방어하려 달러 보유·환전

중국 경제의 침체로 자본 유출이 심화하는 가운데 지난 4월 중국 기업들의 외화 매입량이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공식 데이터를 통해 확인됐다.

자국 경제의 약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에 관한 불확실성에 대비해 위안화가 맞게 될 역풍을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 은행권은 367억 달러의 외화를 고객에게 순매도했다. 이는 2016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수출업체들은 달러를 위안화로 환전하는 것을 보류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위안화 표시가 없는 증권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으로 인한 달러화 환전도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낮은 금리도 자본 유출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 금리를 인상했지만, 중국 공산당은 경제 부양과 위기에 처한 부동산 산업을 지원하려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정보 부족과 공산당 정부의 조치에 대한 신뢰 부족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항셍은행의 수석 경제학자 왕단은 블룸버그에 “중국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약하고 자본 유출이 계속되고 있어 수출업체들이 위안화보다 달러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에이킨 경영대학원의 셰톈(프랭크 셰) 교수는 “기업인들은 중국 공산당이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량을 늘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7일 30년 만기 특별국채를 2.57% 금리로 400억 위안(7조5300억원) 발행했다. 연말까지 총 1조 위안 규모로 20년, 30년, 50년 만기 특별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지시에 따라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다. 인민은행과 시중은행들이 이를 매입함으로써 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채워주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공식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 부채 비율’은 287.1%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가계·기업·정부 부채비율 합이 GDP 대비 245%를 임계치로 설정하고 있다.

특별국채는 중국의 회계처리 기준에서 정부 적자로 포함되지 않는다. 공식적인 수치만으로도 위험수위를 넘어선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부채 비율을 늘리지 않으면서 재정 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셰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은행에 채권을 매입하도록 함으로써 실제로는 돈을 찍어내고 있다”며 “이는 자연스럽게 위안화의 추가 가치 하락을 초래할 것이므로 중국 기업과 개인들은 위안화 대신 외화(달러)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의 분석가 제라드 디피포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외국기업의 중국 직접 직접투자(FDI) 유입 감소는 홍콩에 지사를 둔 중국 기업을 포함한 비거주자 기업(중국에 사무소·지점 등을 설립한 외국 회사)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해외로 현금을 옮겼기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FDI 순유입액은 330억 달러(약 45조원)로 전년 대비 81.68% 감소했다. 1993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치다. 2021년 3441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으나 2022년 반토막 났고 다음 해 다시 급감하며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셰 교수는 “중국의 외자 유출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시장의 매력 상실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며 “중국의 실물 경제가 미국과 유럽 등 서방으로부터 점차 디커플링되고 공급망은 다른 곳으로 옮겨지면서 당국의 안간힘에도 경제에 대한 신뢰 회복은 멀어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