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정수와 역사를 품은 명화…라파엘로 ‘시스티나 성모’

제임스 바레셀(James Baresel)
2024년 05월 23일 오후 3:15 업데이트: 2024년 05월 23일 오후 3:47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함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라파엘로 산치오(1483~1520)는 많은 초상화와 성모화를 남겼다. 조화롭고 우아한 형식으로 그의 작품은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고전 회화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그의 작품은 후대 예술가들의 열망과 동경의 대상으로 불린다.

‘아테네 학당’(1509), 라파엘로 산치오 | 퍼블릭 도메인

1509년 작 ‘아테네 학당’과 더불어 라파엘로의 대표작은 바로 ‘시스티나 성모’(1512)이다. 이 작품은 순교자이자 성인(聖人)인 교황 식스토 2세와 위험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하는 수호성인 성 바바라에게 모습을 보인 성모와 아기 예수를 묘사한 걸작이다. 이 작품은 천상과 지상의 모습을 병치한 특별한 구성으로 찬사를 받는다.

‘화가들의 왕자’

‘아테네 학당’(1509)속 라파엘로의 자화상 | 퍼블릭 도메인

라파엘로는 이탈리아 궁정화가인 아버지에게서 미술교육을 받았다.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눈부신 성장을 보인 그는 ‘화가들의 왕자’라 불리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으로 전도유망했던 그는 37세에 사망했지만, 짧은 생애 동안 많은 작품을 남겨 빛나는 업적을 쌓은 예술가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거주하며 명성을 얻다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요청으로 1508년 로마로 이주했다. 교황 궁전 재장식 작업에 참여하게 되며 그는 천재성을 인정받고 도시 최고의 예술가로 자리매김했다. 웅장한 프레스코화, 태피스트리, 역사화, 초상화, 종교화 등을 그리던 그는 1512년 그의 역작 중 하나를 완성하게 된다.

‘시스티나 성모’

‘시스티나 성모’(1512), 라파엘로 산치오 | 퍼블릭 도메인

‘시스티나 성모’는 교황의 지시로 탄생한 작품이다. 작품의 가운데에는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가 서 있다. 구름을 밟고 서 있는 성모 뒤편에는 수많은 천사의 머리가 환상처럼 보인다. 학계에서는 작품에 대해 “성모는 하늘의 영광에서 지상으로 아기 예수를 데려와 그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상징한다. 예수와 성모의 엄숙한 표정은 앞으로 다가올 수난에 대한 암시로 보인다”라고 설명한다.

모자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인물은 한때 지상의 존재였던 이들이다. 관객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는 이는 교황 식스토 2세이고, 오른쪽의 여인은 성녀 바바라다. 두 사람 모두 3세기 초 기독교 순교자이며 산 시스토에서 숭배받는 인물이다.

‘시스티나 성모’(1512)의 세부, 라파엘로 산치오 | 퍼블릭 도메인

그림 아래 난간에는 아기 천사 두 명이 턱을 괴고 앉아 있다. 이들은 기독교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계급의 천사인 지천사(智天使, 케루빔)로, 라파엘로는 작품을 그리던 당시 성모의 모델이 된 여인의 아이들이 어머니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착안해 천사를 그려 넣었다고 전해진다.

이 작품은 피아첸차의 산 시스토 수도원에 약 250년 동안 전시돼 있었다. 그곳에 전시되는 동안 이 작품은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후 1750년대에 작센의 선제후이자 폴란드의 국왕이었던 아우구스투스 3세(1696~1763)가 수도사들에게 큰돈을 지불하고 이 작품을 사들였다.

‘위대한 라파엘로의 작품을 위한 공간 만들기’(1855), 아돌프 폰 멘첼 | 퍼블릭 도메인

아우구스투스는 전설의 화가 라파엘로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열망에 작품을 구매했고, 마침내 작품이 도착하던 순간을 당시 예술가가 화폭에 기록했다. 독일의 화가 아돌프 폰 멘첼(1815~1905)은 ‘위대한 라파엘로의 작품을 위한 공간 만들기’에 크게 기뻐하며 자신의 왕좌를 뒤로 밀어 공간을 제공하는 아우구스투스의 모습을 담아냈다.

걸작의 영향력

아우구스투스는 이 작품을 독일 드레스덴에 전시해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19세기에 접어들며 이 작품은 다른 미술품, 문학, 음악 등에 스며들어 큰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미술품 중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또한 작품 속 아기 천사의 이미지는 도자기, 문구류, 식음료 등 각종 공산품의 로고에 차용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전시가 중단됐고, 전쟁이 끝나갈 무렵 러시아 군사의 눈에 띄어 1945년 러시아로 옮겨졌다. 10년 후 당시 소련 정부가 작품을 반환하기로 하면서 다시 드레스덴으로 돌아가 현재는 독일 드레스덴 미술관에서 매일 수많은 관객을 반기고 있다.

‘라파엘로 산치오의 자화상’(1504) | 퍼블릭 도메인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예술가 라파엘로의 걸작이자 종교 예술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뛰어난 예술성뿐만 아니라 많은 역사를 담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제임스 바레셀은 파인 아트 감정, 군사 역사, 뉴 에스턴 유럽 등 다양한 잡지에 기고한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