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본격화’ 글로벌 기업들…전문가가 분석한 진짜 이유

제인 타오
2024년 05월 23일 오전 9:34 업데이트: 2024년 05월 23일 오전 9:34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IT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인프라 개발을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

이달 초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말레이시아에 22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자해 관련 인프라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 대한 MS의 단일 투자로는 32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그는 지난달 인도네시아에도 17억 달러(약 2조 3100억 원)를 투자할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

애플도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를 경험한 뒤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를 방문해 새로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기술 기업 엔비디아(NVIDIA)는 말레이시아의 공공기업과 협력해 43억 달러(약 5조 8500억 원) 규모의 슈퍼컴퓨터 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경영 컨설팅 업체 ‘커니’의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지역의 AI 인프라 개발이 가속화함에 따라 2030년까지 약 1조 달러(약 1300조 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에이컨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인 프랭크 셰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자본이 동남아시아로 이동함에 따라 이 지역의 중산층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매력이 높아진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애플, MS,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 연합뉴스

대만의 거시경제학자이자 AIA 캐피탈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헨리 우는 에포크타임스에 “국제 자본이 중국을 떠나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먼저 지정학적 요인을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무역 분쟁이 격화함에 따라 중국 내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며 “이런 리스크를 해소하고자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인건비가 이전보다 높아진 것도 주요 요인”이라며 “저렴하면서도 풍부한 노동력을 갖춘 동남아시아로 글로벌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또 다른 요인으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중산층이 성장하고 구매력이 높아진 것을 꼽을 수 있다”며 “향후 동남아시아의 경제 규모가 중국을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경제, 군사, 자원 경쟁의 중심지가 됐다.

중국공산당은 동남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늘림으로써 이 지역에서의 자국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동남아시아에 대한 국제 자본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프랭크 셰 교수는 “중국은 저가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을 잃었다. 첨단 기술 분야도 ‘미국 기술 도용’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남아시아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공산당의 시도는 글로벌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